[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영화 '창궐'은 야귀라는 새로운 비주얼과 화려한 액션으로 뛰어난 오락성을 자랑한다. 영화를 만든 김성훈 감독은 다양한 고민 속에는 관객들의 즐거움을 위한 여러 노력이 엿보였다.

25일 개봉을 앞둔 '창궐'(감독 김성훈·제작 리양필름)은 산자도 죽은 자도 아닌 야귀(夜鬼)가 창궐한 세상, 위기의 조선으로 돌아온 왕자 이청(현빈)과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절대 악 김자준(장동건)의 혈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극 중 야귀는 네덜란드인에 의해 전파되는데, 야귀의 모티브를 네덜란드 좀비 설화에서 따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우리나라 도깨비 구전동화처럼, 네덜란드에 좀비의 기원과 관련된 설화가 있다. 그걸 상상을 통해 우리 만의 이야기에 맞게 접목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조선판 좀비라고도 볼 수 있는 야귀는 섬뜩한 비주얼로 할로윈 시기 개봉에 걸맞은 공포감을 자아낸다. 김성훈 감독은 야귀의 비주얼에 대해 "더 강하게 야귀를 표현하고 싶었는데, 예산 규모나 대중성 확보 문제 때문에 어느 정도 타협을 했다"며 "덜 부담스러워져서 좋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야귀는 특정 좀비물을 레퍼런스로 삼기보다는 여러 작품들을 통해 머리 속에 쌓여 온 이미지를 베이스로 삼았다. 여기에 야귀만의 특징을 고민해 비주얼이나 움직임에 규칙을 더했다. 이를테면 "야귀는 이성이 없이 본능만 남은 상태라 입이 가장 먼저 움직이고, 바이러스에 의해 몸이 변이 되는 과정에서 표현되는 외형적 변화가 있다"고 김성훈 감독은 설명했다. 그렇게 야귀가 탄생하기까지 꼬박 6개월이 걸렸다.



야귀의 존재에서 오는 공포와 더불어 영화의 또다른 재미는 액션이다. 야귀들과 펼치는 액션은 강한 타격감으로 시원한 쾌감을 준다. 김성훈 감독은 '동양화'를 상상하며 액션의 느낌을 살렸다. 그는 "서양화는 디테일이 많고 여러 색감이 있다. 그에 비해 동양화는 색감이 단순하지만, 그 속에 붓의 디테일 같은 것이 살아있다"며 "한국적이 배경 속에서 새로운 느낌을 주기 위해 섬세하지만 거친 액션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액션신에서 눈에 띄는 것은 공간 활용이다. 좁은 옥사신, 넓은 궁 마당신, 높은 지붕신 등 장소마다 액션이 주는 느낌은 각기 다르다. 김성훈 감독은 자신의 전작 '공조' 속 액션과 비교하며 "현대물은 싸울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지만, 사극은 무기가 제한적이다. 차별화를 줄 수 있는 것은 공간"이라며 로케이션 선정에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이처럼 '창궐'은 야귀라는 독창적인 크리쳐와 조선시대 배경이라는 신선한 조합, 화려하고 타격감 넘치는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점으로 일찍이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지난 5월 열린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마켓에서 많은 관심을 받아, 한국 영화 최초로 아시아·유럽 동 시기 개봉을 확정 지었다.



영화는 좀비 액션 같은 오락적 요소와 더불어 정치적 풍자도 돋보인다. 특히 극 중 왕 이조(김의성)의 "내가 이러려고 왕이 됐나"와 같은 대사는 2016년 겨울의 대한민국을 떠올리게 해 한다. 김성훈 감독은 이 같은 지점들이 어떠한 의도를 담은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그저 "미치광이 왕 이조를 표현하는 데에 그 이상의 대사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실제 그만큼 절망스러운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지나간 일들이니 관객들도 그러한 대사들을 보고 웃을 수 있다"며 웃음으로 즐기길 원했다.

김성훈 감독이 '창궐'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정치적 메시지보다는 좀 더 보편적인 이야기였다. 그는 "이 영화에서 서사적으로 중요한 게 두 가지"라며 그것을 이미지에 빗대어 설명했다. 첫 번째는 "용포를 향해가는 김자준(장동건)"이라며 "그가 용포를 입은 뒤 찢어지고 초췌해지는 과정 속에도 끝내 그것을 벗지 못한다"며 반성의 여지가 없는 확신을 절대 악이라고 표현했다. 두 번째로는 이청의 성장사를 꼽으며 "흰 옷을 입은 이청(현빈)이 야귀와 싸우며 그의 옷이 붉게 변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대해 "이청이 직접 부딪히며 모든 것을 해결해 얻은 결과물"이라며 "그래서 가장 마지막 신에서 정서적 울림이 있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는 극 중 횃불을 든 백성보다 곡괭이와 낫을 든 백성에 더 많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무기를 들고 모여든 백성과 야귀와 싸우고 얼굴과 몸이 지저분해진 이청이 인정전 마당에서 마주쳤을 때, 둘의 만남은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는 거대한 사명감이 아니라 그저 내 가족, 내 나라처럼 자신의 것들을 지키기 위한 행위와 그 결과물"이라는 것이 김성훈 감독의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김성훈 감독은 끝까지 '창궐'의 오락성을 가장 강조했다. 그는 "여러 차례 얘기하지만 배우분들을 보는 맛도 분명 있을 것"이라며 "현빈 장동건부터 조우진, 정만식, 이선빈은 물론 야귀를 연기한 배우들까지 연기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재미가 많다"며 관객들이 영화를 즐길 수 있길 바랐다.

[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