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배우 김혜수부터 유아인 조우진 허준호 뱅상 카셀까지 의기투합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지난 1997년 IMF 위기 상황에 직면한 인물들의 다채로운 면모를 통해 시대상을 생생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제작 영화사 집)의 제작보고회가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CGV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최국희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혜수 유아인 허준호 조우진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국가부도의 날'은 국가 부도까지 남은 시간 일주일,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까지, 1997년 IMF 위기 속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먼저 최국희 감독이 영화의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1997년이 한국 사회에서 큰 변곡점이 되는 시기 아닌가. 또 당시 IMF 협상은 지금까지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그 긴박했던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에 대해 다루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누군가는 그 위기에 베팅을 하려고 했고, 누군가는 그걸 막으려 뛰어다니지 않았나. 격정적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김혜수 역시 그간 영화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새로운 시기를 다룬 것에 만족을 표했다. 그는 "다른 시나리오들과 달랐다. IMF가 일어나기 전 일주일을 다뤘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했다"고 영화의 시간적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김혜수는 "분명 외환위기 당시 실제로 대책팀이 비공개로 운영이 됐다고 하더라. 그 기사 한 줄에서 출발해 상상력을 가미한 작품이지만, 너무 흥분해 검색을 하면서 봤다"고 영화의 현실성을 강조하며 "이 영화는 반드시 재밌게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싶더라"라고 영화의 의미를 강조했다.



극 중 예고 없이 찾아온 위기를 겪어내는 배우들은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통해 당시 시대상을 고스란히 담아낼 전망이다. 최국희 감독도 각 캐릭터의 역할이 중요했던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사전 리딩을 많이 하며 몰입을 위해 애썼다고 했다.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으로 위기를 예견하고 대책을 세운 유일한 인물 한시현 역을 맡은 김혜수가 신념 가득한 모습을 보여준다. 김혜수는 캐릭터에 대해 "시나리오 속 시현을 보며 원칙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끝까지 원칙을 지키는 시현이라는 인물이 좀 더 많았다면, 현재 우리는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가 늘 그러려고 노력하지만, 그러기 힘들다. 신념과 소신이 일치하는 인물을 연기하는 게 좋았다"고 만족을 내비쳤다.

위기를 직감하고 과감히 사표를 던지는 금융맨 윤정학 역을 맡은 유아인은 무너지는 나라를 보며 흔들리는 모습으로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이에 대해 유아인 "배우로서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윤정학은 많은 분들이 익히 알고 있는 유아인이 좀 더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기회가 될 것 같다"고 연기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현실적인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인물이라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해 기대를 더했다.

허준호는 회사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가장 갑수를 통해 평범한 소시민의 모습을 대변한다. 오랜만에 스크린 주연으로 복귀한 허준호가 남다른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너무 어려웠다. 당시 그분들의 상황을 경험해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도 간접 경험은 있었다. 대본과 상황은 다르지만, 개인적인 감정으로는 그 막막함에 대한 공감이 있었다"고 말해 생생한 연기를 기대케 했다.

조우진이 혼란을 막기 위해 위기를 덮어두려는 재정국 차관 역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다소 낯선 재정국 차관 역할을 위해 사전에 공부를 많이 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우진은 "자연스럽게 전문 용어들을 읊어야 했다. 연출 팀에서도 자료들을 많이 구해주셨다. 시대 공기를 느끼기 위해 도서관에 가서 옛날 신문들을 보기도 했다"고 말해 열정을 짐작케 했다.

영화를 연출한 최국희 감독 역시 이 같은 화려한 라인업에 만적을 내비쳤다. 그는 "너무 좋았다. 여기 계신 분들만 해도 꼭 작업을 해보고 싶은 배우 분들이었다. 이렇게 한 번에 만날 수 있어 정말 기쁘게 생각했다. 현장에서도 내내 감탄하면서 즐겁게 작업을 했다"고 감사를 표했다.

특히 이 자리에는 함께 하지 못한 뱅상 카셀에게도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뱅상 카셀은 한국과의 협상을 위해 비밀리에 입국하는 IMF 총재 역을 맡아 처음으로 한국 영화에 출연한다. 최국희 감독은 "뱅상 카셀의 팬이기도 했다. 같이 하는 작업 역시 새롭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추운 겨울에 오셨는데, 열정적이고 프로페셔널하게 작업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뒷이야기를 밝혔다.

많은 세대가 함께 겪은 IMF를 다양한 시각으로 담아낸 '국가부도의 날'이 관객들의 공감을 받으며 호응을 끌어낼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28일 개봉.

[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