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영화 '부산행' 이후 두 번째 국내 좀비물이 탄생했다. 조선판 좀비라는 야귀로 새로운 비주얼을 제시하고 화려한 액션으로 재미를 더한 '창궐'이다.

25일 개봉한 '창궐'(감독 김성훈·제작 리양필름)은 산자도 죽은 자도 아닌 야 귀(夜鬼)가 창궐한 세상, 위기의 조선으로 돌아온 왕자 이청(현빈)과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절대 악 김자준(장동건)의 혈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조선 시대, 그리고 궁을 배경으로 한 '창궐'은 '부산행'보다 조금 더 진한 한국적 색채를 담았다. 한복을 입은 좀비의 모습은 기존의 서양 좀비물을 통해 봐 온 것과 확연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새로움 속에서도 공포는 여전하다. 동공 없는 흰 눈, 혈관이 드러나는 피부의 야귀가 스크린을 채울 때 시각적인 섬뜩함이 몰려온다. 여기에 야귀의 포악한 움직임은 이를 연기한 수많은 조연 배우들의 노고로 빛을 발한다. 특히 야귀들은 소리에 각자의 반응 속도가 다르거나, 공격성에 차이가 있는 등 특색을 지니고 있다. 이는 각각의 야귀라는 존재에 현실성과 생동감을 부여한다.

영화는 빛에 약해 밤에만 움직이거나,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야귀에 몇 가지 설정을 넣고 이를 영리하게 활용했다. 해가 지거나 소리가 들릴 때 야귀 떼가 몰려오는 점들은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들고 공포감을 유발한다.



야귀에서 오는 공포와 더불어 이와 맞서 싸우는 이청 무리의 액션은 또 다른 재미다. 전작 '공조'에서 액션 배우로서 가능성을 엿보인 현빈은 이번 작품에 장검을 휘두르며 타격감 넘치는 액션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야귀 떼 속에서 공중을 가로지르는 와이어 액션도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액션신에서 돋보이는 또 다른 요소는 '공간'이다. 각각의 전투 장소는 넓이와 높이 등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 특히 좁은 옥 중에서 야귀 떼와 싸우는 장면은 폐쇄된 공간 특유의 공포감을 자아낸다. 넓은 인정전 마당에서 좀비 떼와 현빈이 펼치는 혈투는 두려움보다는 쾌감이 느껴진다. 높은 지붕 위에서 이뤄진 이청과 김자준의 맞대결은 팽팽한 긴장감이 엿보인다.




권력욕에 눈먼 왕, 흉흉한 민심, 여기에 야귀가 창궐하는 조선의 모습은 그 야말로 '헬조선'이다. 영화는 이 같은 '헬조선' 속에 현시대에 대한 풍자를 곁들인다. "내가 이러려고 왕이 됐나" "이게 나라냐"는 대사부터 궁을 메운 횃불까지, 여러 요소들이 2016년 이후 한국의 모습이 그대로 반영됐다. 다만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표현한 사회적 메시지에 깊은 울림은 없다. 가볍게 웃고 넘길 장면 수준으로 소비된다.

다소 아쉬운 점은 절대 악이라는 김자준의 존재감은 후반으로 갈수록 야귀에 의해 힘을 잃는다. 그나마 장동건의 연기로 캐릭터의 무게감만은 유지한다. 장동건은 사소한 미간의 움직임으로도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고, 대사 없이 눈빛만으로도 분위기를 압도한다.

야귀의 습격, 이청과 김자준의 대립으로 큰 줄기를 이루는 '창궐'은 결국 탕아였던 이청이 왕의 재목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그러나 초반 야귀의 등장에 밀렸던 이청의 성장기가 후반부가 급하게 풀어가며 이야기가 힘에 빠진다. 좀비물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주변인의 희생도 지나치게 잦아 후반으로 갈수록 속도감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창궐'은 조선시대와 좀비라는 만남만으로도 신선한 지점이다. 서사적 아쉬움이 있지만 한국적 색채를 가미한 야귀의 새로운 비주얼은 충분히 흥미롭게 남는다.

[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창궐' 포스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