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유해진은 유쾌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신뢰를 주는 배우다. 하지만 이 같은 편안함 뒤에는 누구보다 확고한 소신과 이를 실천할 줄 아는 뚝심이 있었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는 과정은 이렇듯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제작 필름몬스터)은 완벽해 보이는 커플 모임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핸드폰으로 오는 전화, 문자, 카톡을 강제로 공개해야 하는 게임 때문에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핸드폰 공개 게임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중심으로, 7명의 절친한 친구들이 펼치는 소소한 이야기와 색다른 반전이 흥미를 자아낸다. 유해진은 이번 영화에 대해 "소재가 색달라서 좋았다. 요즘 규모가 큰 영화들이 많은데, 이 영화는 스케일이 크지 않아 더 만족했다"고 했다. 특히 유해진은 "시나리오를 봤는데 너무 잘 짜여진 이야기 같더라. 이런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거듭 만족을 표했다.

다만 집이라는 한정적인 공간과 짧은 시간 안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만큼 더욱 짜임새 있는 전개가 필요하기도 했다. 유해진 역시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공간이 주는 단조로움이 있을 것 같았다"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간 유해진은 "단조로움을 깨기 위한 감독님의 디테일이 있었다. 주방 식탁만이 아닌 욕실이나 베란다 등의 공간으로 친구들을 이동시키면서 환기를 해줬다. 적절한 타이밍에 환기를 해준 것 같아 지루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이를 실천해준 이재규 감독에 감사를 표했다.

유해진은 이처럼 탄탄한 연출력을 보여준 이재규 감독에 대해 '정말 노력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더불어 인간적으로도 참 좋은 사람이라며 촬영 후 알게 된 그의 새로운 면모를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해진은 "나는 촬영을 마쳤지만, 감독님은 현장에 남아서 다른 분량을 찍고 있을 때였다. '모니터 뒤에서 외로워보였다. 고생하셨다'고 문자를 보낸 적이 있다"고 운을 떼며 "그랬더니 '왜 그런 말을 하셔서, 저 지금 그 자리에서 울고 있다'고 하더라. 짠했다. 이재규라는 사람이 그런 사람이구나 싶어 마음이 많이 갔다"고 말해 그들의 굳은 신뢰를 느끼게 했다.



이재규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 외에도 7명의 친구로 등장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다채로운 재미를 자아낸다. 그들은 각자의 개성 넘치는 연기력을 통해 캐릭터를 생생하게 그려내는가 하면, 대화 중간 적절한 리액션을 하며 자연스러움을 배가시키기도 한다. 유해진은 이처럼 베테랑 배우들과 함께 했기에 자신의 캐릭터도 살아날 수 있었다며 주변 배우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특히 자신의 아내로 등장한 염정아에 대해 "태수 캐릭터의 권위적인 성격을 너무 잘 받아줬다. 튕기는 인물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그래서 내 캐릭터가 살아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같은 '케미'의 비결은 촬영 내내 일상을 공유하며 애정을 다진 배우들의 실제 친분이었다. 지방의 한 세트장에서 촬영을 진행했다는 유해진은 "힘듦을 상쇄해줄 만큼의 낙이 있었다. 이서진 씨가 매일 맛집을 찾아주곤 했다. 오후 3, 4시 정도 되면 저녁에 갈 식당을 찾곤 했는데, 한 번도 실패를 한 적이 없다"고 회상했다. 특히 함께한 배우들이 "거의 같은 또래였다. 그러다 보니 너무 재밌었다"며 웃음을 보였다.

여기에 유해진은 자신의 캐릭터에도 특유의 코믹 연기를 녹여내며 극을 한층 다채롭게 만든다. 유해진이 연기한 태수는 권위적인 성격을 가진 변호사로, 아내 수현(염정아)에게도 시종일관 엄격하고 무뚝뚝한 모습을 보여줘 갈등을 야기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유해진은 이를 딱딱하게만 표현하기 보다는 친구들 앞에서는 의외의 귀여운 면모를 보여주며 유쾌함을 더한 것이다. 유해진은 이에 대해 "지루하지 않게 웃으면서 같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의도를 밝혔다.



이는 유해진의 평소 소신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진지한 메시지를 너무 진중하게만 전달하면 오히려 잘 안 먹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밝힌 유해진은 그렇기에 이번 캐릭터에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코믹적인 요소를 덧입혀 메시지를 더욱 편안하게 전달한다.

늘 자연스러운 연기로 웃음을 자아내는 유해진은 코믹 연기의 포인트에 대해 "그게 과하면 안 된다. 그러면 원래 의도와 다르게 갈 수 있다. 원래 것을 기억 못하고 다른 게 주가 돼버리면 과감하게 없앨 때도 있다"고 완급 조절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특히 이러한 적절한 즐거움을 위해서는 상대 배우, 감독과 사전 논의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는 부딪힐 수도 있다. 작품에 대해 피터지게 이야기하고, 고민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좋을 수만은 없다"고 치열한 대화의 필요성을 언급한 유해진은 "많은 사람들이 같이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철저한 계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에 대해 "나 혼자 하면 절대 안 된다.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면 의논을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유해진은 편안한 웃음을 주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촬영에 임하고 있었다. 과하지 않고, 튀지 않으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쉽게 전달하고 싶은 유해진의 남다른 소신은 이를 가능케 했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기까지는 이렇듯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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