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수영 기자]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한국인 천재 과학자로 등장해 모두를 놀라게 하더니 이번에는 볼드모트의 영혼을 지닌 뱀으로 변신한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작품 안에서 매번 색다른 모습을 시도하는 배우 수현은 자신의 강점을 토대로 용기를 낼 줄 아는 사람이었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도전정신을 지닌 그이기에 할리우드에서 주목을 받는 지금은 어쩌면 수현에게 반드시 다가올 미래였는지 모른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감독 데이빗 예이츠, 이하 '신비한 동물사전2')'는 파리를 배경으로 전 세계의 미래가 걸린 마법 대결을 그린다. 영화는 마법 세계와 인간 세계를 위협하는 검은 마법사 그린델왈드(조니 뎁)의 음모를 막기 위한 뉴트(에디 레드메인)의 활약과 밝혀지는 비밀들, 미래를 바꿀 마법의 시작을 선보인다.

극중 수현은 피의 저주를 받아 뱀이 되는 내기니 역을 연기한다. 오디션으로 당당하게 배역을 따낸 수현은 당시를 떠올리며 "역할에 대한 설명은 딱히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워낙 비밀리에 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다른 사람하고 공유하거나 말할 수가 없었다. 직감에 의존했다"면서 "먼저 스카이프로 감독님하고 오디션을 한 후에 영국으로 가서 최종적으로 에즈라 밀러와 하나의 신을 받아서 얼굴을 보고 호흡했다"고 설명했다.

'신비한 동물사전2'는 조앤 K. 롤링 작가가 집필한 영화로 지난 2016년 개봉한 '신비한 동물사전'의 속편이자 '해리포터'의 스핀오프 작품이다. 수현이 기억하는 조앤 K. 롤링은 그의 작품을 닮아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수현은 "단점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생각할 때도 뱀은 굉장히 악하고 교활하고 안 좋은 상징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런 캐릭터에 어마어마한 백스토리를 만들어줬다는 건 참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거다"며 감탄했다. 그는 "나는 연기를 하면서도 캐릭터의 전, 후 스토리를 알지 못한다. 정말 주어지는 대본에 충실했다. 작가님과 감독님을 믿고 갔다"고 밝혔다.

촬영장은 수현에게 일터 그 이상의 배움과 보람이 있는 장소였다. 수현은 "'해리포터'와 관련된 스태프들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사람들이다. 가족같은 분위기 안에서 각자가 하는 역할과 분량이 잘 구분돼 있어서 굉장히 체계적으로 돌아갔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촬영을 할 때 확실히 스케일이 크다는 걸 느꼈다. 카메라 감독님과 많이 친해졌는데 '빅피쉬' '흐르는 강물처럼'을 촬영하신 분이다. 친하게 지내면서도 정말 엄청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코스튬을 하는 분들도 '가위손' '게이샤의 추억' 등으로 너무 많은 상을 휩쓸어오신 대단한 분들이었다"고 회상했다.


수현은 지난 2015년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감독 조스 웨던, 이하 '어벤져스2')에서 헬렌 조 역을 맡으며 할리우드에 입성했다. 이어 그는 영화 '다크타워: 희망의 탑'(감독 니콜라이 아르셀)과 넷플릭스 드라마 '마르코 폴로'에 출연하며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다졌다. 그러나 할리우드 진출은 전혀 예상된 시나리오가 아니었다는 수현이다. 그는 "오디션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배우로 시작하는 단계라서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또 아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면서 "내 여동생이 항상 나한테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그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어벤져스2' 속 한국인 수현은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 사이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전 세계인들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이에 대해 수현은 "많은 분들이 마블이 선택을 깐깐하게 했을 거라고 생각해서 내게 관심을 보였던 것 같다"면서 "영어를 하는 것에 더해 문화적인 이해도를 가졌던 게 '어벤져스2'에서의 장점이었던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 이후로 수현은 할리우드 내 동양 배우들에 대한 변화를 조금씩 체감하고 있단다. 그는 "에이전트나 배우들도 기회가 많아지고 있음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지속적인 외국 작품 출연으로 입지가 점차 넓어지고 있는 만큼, 수현은 마땅히 지녀야 할 책임감을 중요하게 여겼다. "책임감을 가지고 임할 수 밖에 없다"는 수현은 "어릴 때 외국에서 산 적이 있다. 그 기억 때문에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컸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그게 일을 하는데 좋게 작용을 했다. 내 안에 있는 두 가지의 문화를 서로 잘 녹여서 배우로서 많은 걸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영향력이 있다면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표현해야겠다는 책임은 분명히 느낀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층 넓은 세상으로 나아간 수현은 자신감이 넘쳤고,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감돌았다. 수현은 "요즘은 힘든 것보다 재밌는 게 더 많다. 외국에 가면 당연히 힘들거나 외로운 게 있지만 확실히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워지는 느낌이다"면서 "에즈라 밀러 같은 사람들을 보면 자극을 받기도 한다. 나랑은 결이 너무 다른 사람이다. '어떻게 저렇게 자유롭게 살 수 있고, 익숙하던 것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걸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며 웃었다.


과거 수현은 배우라는 직업을 두고 3년 가까이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일 정도로 심한 속앓이를 한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정면돌파'. 그렇게 용기를 내 즐겁게 더 멀리 날 수 있었던 수현은 여전히 '도전'을 꿈꿨다. 그는 "아시아인들이 이전에 해보지 않은 역할, 가보지 않은 구역들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과감한 시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틀에 박힌 생각들을 버려야 해요. 저 역시 해외 진출은 저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것이야말로 고정관념이고 고리타분한 생각이에요. 자기 스토리는 어떻게 쓰일지 모르는 거고, 인생은 짧고 재미있으니까요."

[티브이데일리 김수영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문화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