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2018년은 배우 조한철에게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였다.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고, 많은 작품들이 사랑을 받았다. 그럼에도 "숟가락을 얹었을 뿐"이라며 겸손하게 말하는 조한철에게서는 온전히 연기를 즐기고 사랑한다는 마음이 느껴졌다.

조한철은 지난 30일 종영한 케이블TV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극본 노지설·연출 이종재)에서 능선군 이호 역을 맡았다. 능선군 이호는 반정무리인 김차언(조성하)의 거래를 받아들여 왕의 자리를 얻은 인물. 그러나 공신들의 등쌀에 치여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왕이다. 잘난 아들 이율(도경수)에게까지 질투를 느끼는 한심함도 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아들에 대한 애틋함이 함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생애 왕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을 묻자 가장 먼저 "좋았다"고 내뱉었다. 이어 그는 "연극하던 사람들은 무대에서 에너지를 쏟아내고 다 뿜어냈을 때 오는 짜릿함이 있다. 매체 쪽에서는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적다. 카메라 매체는 대부분 일상적 리얼리티에 베이스를 두기 때문이다. 이런 역할을 주셔서 연기하는 맛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고 이번 캐릭터를 통해 느낀 감정들을 털어놨다.

'백일의 낭군님'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으며 방영 기간 내내 큰 사랑을 받았다. 마지막 회는 14.4%라는 높은 시청률로 tvN 역대 드라마 성적 톱 4에 이름을 올리기도. 시청률에 대한 감이 없었다는 그는 "잘되면 좋지만 잘 안 돼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 나오면 된다. 그런 생각으로 촬영했다"며 초연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시청자들의 사랑에 대해서는 "정말 감사하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올 한 해 유달리 바쁘게 보낸 조한철이다.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이하 '신과함께2')과 '더 펜션'의 개봉에 이어 '백일의 낭군님'을 마치고 KBS2 새 드라마 '죽어도 좋아' 출연까지 앞두고 있다. 그 사이 내년 개봉을 앞둔 영화 '배심원들'의 촬영도 마쳤다. 그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우리는 누군가 찾아줘야 일을 하는 직업"이라며 "요즘 같이 끊이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으니 좋기만 하다. 저는 일 없는 시간을 잘 못 버틴다. 찾아주지 않으면, 친한 사람들끼리 공연을 만들어서 무대에 올리기도 한다"고 천상 배우다운 모습을 보였다.

흥행 성적도 좋았다. '백일의 낭군님'은 성공은 물론 '신과함께2'는 1227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흥행을 이뤘다. 그러나 처음부터 모두 조한철이 내정돼 있던 건 아니었다. 모두 출연 배우들의 중도 하차로 갑작스럽게 작품에 투입됐다. 많은 준비를 못하고 들어간 작품에 아쉬움이 남을 법도 하다.

이에 대하 조한철은 "'시간이 더 있으면 잘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은 남는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특히 그는 '백일의 낭군님'에 대해 이야기하며 "왕이 조금 이랬다 저랬다 하는 모습이 이해가 안 되기도 했다. 그래서 작가님을 찾아뵙고 설명을 들었다. 그러자 작가님이 '사람이 다 그렇지 않나요?'라며 캐릭터아 연기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며 캐릭터를 만들어간 과정을 설명했다.

그간 조한철은 다작 행보 속에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에 대해 "의도한 것은 아니고 찾아주니 했을 뿐"이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조한철이다. 이어 그는 "연극을 할 때도 저에겐 어떤 캐릭터가 확실하게 없었다. 그래서 늘 2, 3순위로 캐스팅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점이 아쉽기도 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하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다. 비슷하고 겹치는 캐릭터들을 연기했다면 갈증을 느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일의 낭군님' 마지막 회에서 그가 연기한 이호 캐릭터는 약간의 러브라인을 암시하듯 마무리됐다. 그는 드라마에서 러브라인 나오는 게 처음인 것 같다는 말에 "원래 대학로 무대에선 멜로 배우였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의 말대로 그는 연극 '멜로드라마' '냉정과 열정 사이' 등 여러 멜로극에서 활약해왔다. 그는 "그런 감성을 더 하고 싶긴 하다"며 멜로에 대한 욕심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그가 보여주고 싶은 멜로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이번 작품에서 저와 경수와 소통하는 장면도 멜로라면 멜로다. 따뜻한 사랑으로 소통할 수 있다면 모두 좋다"고 말했다.



1998년 연극 '원룸'으로 데뷔해 어느덧 연기 생활 20년에 접어든 조한철. 긴 시간 연극 무대, 스크린,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활동한 그는 연기의 맛을 알고 그것을 원동력으로 삼아 꾸준히 연기를 펼쳐왔다. 연기의 매력을 알고 그것을 즐기는 그가 앞으로 보여줄 연기에 더욱 기대감이 쌓인다.

"배우와 배우, 인간과 인간 사이에 감정과 욕구를 교류하는 것을 드라마 장르라고 하지 않나요. 그런 장르를 좋아해요. 그런 게 있는 작품들을 하고 싶네요. 배우로서 그런 신들을 찍을 때 무언가 느껴지는 순간이 있어요. '통했다'고 느껴지는 순간. 그런 경험이 너무 짜릿합니다. 그래서 연기를 계속하는 것 같아요"

[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