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배우 반민정이 영화계 만연한 성폭행 실태를 이야기하고 변화를 촉구했다.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동교동 바실리홀에서 '남배우A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 9월 13일, 대법원이 영화 촬영과정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의 피고인 남배우A 에 대해 유죄를 확정한 가운데 해당 판결이 가지는 의의와 이후 영화 현장에서 이러한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한 대안을 나누는 자리로 마련됐다.

남배우A성폭력사건은 배우 조덕재가 지난 2015년 4월 영화 촬영 도중 상대 배우 반민정의 속옷을 찢고, 바지 안에 손을 넣어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다.

이날 자리에 등장한 반민정은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이기보다는 영화계 일원으로서 발언하고자 한다"며 "4년 동안 저는 제 사건이 개인의 성폭력 사건으로, 가십 거리의 일종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다 잊히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운을 뗐다.

반민정은 만 4년에 걸친 소송 과정에서 마주한 영화 산업계의 민낯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사건 직후 감독과 영화 스태프, 소속사 대표를 믿었지만, 그 믿음은 산산조각 났다"고 털어놨다.

이어 반민정은 사건 직후 영화계 관계자들이 성추행 사실을 은폐하려 했고, 자신을 따돌리거나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견디지 못한 반민정은 결국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반민정은 항소심을 준비하던 시기를 설명하며 "영화 총괄 PD로부터 '노출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고, 당시 소속사 대표에게도 이 부분을 강조해 소속사 대표와 총괄 PD의 계약 체결 후 '노출은 없다'라는 확인 문자까지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정에 제출된 영화제작사 대표의 녹취록에서 '현장에서 벗기면 된다'라는 식의 대화가 오갔다는 것을 듣고 믿을 수가 없었다"며 "심지어 그 자리에는 당시 제 소속사 대표도 있었다고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반민정은 "저는 현장에서 제 의사나 계약내용과는 상관없이 노출을 강요받을 수 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민정은 "피해자임에도 구설에 올랐다는 이유를 들며 제 캐스팅을 꺼린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재판에서 승소했음에도 영화계에서 여전한 피해자로 남았음을 짚었다.

마지막으로 반민정은 "이제 영화계가 내부부터 반성하고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며 "현장을 핑계로 자행되던 인권침해와 성폭력으로부터 피해자를 구제하고, 가해자를 징계· 책임을 묻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스포츠투데이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