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리메이크에는 과거와 다른 지금의 시각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새롭게 돌아온 영화 '여곡성'은 2018년 관객들의 수준을 만족시키지 못할 부족한 변화와 아쉬운 만듦새를 남겼다.

8일 개봉한 영화 '여곡성'(감독 유영선·제작 발자국공장)은 원인 모를 기이한 죽음이 이어지는 한 저택에 우연히 발을 들이게 된 옥분(손나은)과 비밀을 간직한 신씨 부인(서영희)이 집안의 상상할 수 없는 서늘한 진실과 마주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다. 1986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원작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속에 지렁이 국수, 닭 피를 마시는 신씨 부인 등 충격적인 장면들을 남기며 '한국 공포 영화의 전설'로 회자되는 작품이다. 32년 만에 돌아온 여곡성은 기존의 플롯을 충실히 따르되, 현대적 색깔을 더했다는 것이 감독의 설명이다. 이처럼 영화는 2018년의 CG 기술과 적외선 촬영 기법 등 발전된 기술을 사용해 공포감을 조성한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여성 캐릭터도 변화했다. 원작 속 조용하고 수동적인 옥분 캐릭터는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능동적 인물로 변모했다. 신씨 부인을 비롯한 세 며느리 등 주변 캐릭터들의 갈등도 부각하며 영화는 여성들이 품은 각자의 욕망에 집중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원작의 화법을 답습한 탓일까 현대적 색깔이라는 말과 달리 진부한 연출과 예측 가능한 장면들은 기술력이 높여 놓은 공포감을 반감시킨다. 분수처럼 피를 쏟아내는 장면처럼 자극적인 신들은 많지만 순간의 놀람을 제외하곤 무서움이 크지 않다.

또 모든 여성 캐릭터의 욕망이 아들을 낳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점도 아쉽다. 조선 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고려한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주체적으로 변한 여성 캐릭터와 출산, 남아선호사상과의 충돌은 2018년의 관점에서 불협화음에 가깝다.



영화 '추격자'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등을 통해 공포, 스릴러 장르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여준 바 있는 서영희는 이번 작품에서도 '호러 퀸'의 면모를 뽐냈다. 서늘한 표정 뒤에 비밀을 걸어 잠근 채 욕망을 간직한 신씨 부인을 연기하며 극의 무게중심을 잡았다. 피칠갑을 하거나 우물을 구르는 신 등에서 많은 고생도 엿보인다.

짧은 등장이지만 월아 역의 박민지와 무당 해천비 역의 이태리는 강한 임팩트를 남긴다. 반면 첫 스크린 주연을 맡은 손나은은 극의 중심을 이끌어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연기력으로 몰입도를 분산시킨다.

[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여곡성' 포스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