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송희 기자] 이수역 폭행 사건에 얽힌 당사자들이 각자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배우 오초희, 가수 산이가 사건에 섣불리 개입해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누리꾼들 또한 남성과 여성으로 편을 갈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수역 폭행 사건이 성 대결 구도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13일 새벽 서울 동작구 이수역 근처 술집에서 남성 5명, 여성 2명이 서로 싸우는 이수역 폭행 사건이 벌어졌다. 14일 사건에 연루된 이들 중 여성 1명이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을 게재했다. 해당 글에는 남성들이 자신들의 외모를 비하하며 인신공격했고, 이로 인해 시비가 붙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여성은 남성이 자신의 사진을 찍었고, 이를 제지하다 상황이 험악해졌다고 밝혔다. 여성 또한 상황을 기록하기 위해 휴대폰 동영상 촬영을 시도했고 이 때문에 몸싸움이 붙었다는 설명이다. 여성은 뼈가 보일 만큼 폭행 당해 입원 중이나 피의자 신분이 됐다고 호소했다.

여성 측 주장은 남성 가해자들을 처벌해달라는 국민 청원으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오초희가 남성들을 비난하는 내용의 SNS 게시물을 게재했다. 오초희는 "(여성 측 말로는) 머리 짧다고 때렸다는데, 나도 머리 기르기 전까지 나가지 말아야 하나"라고 이수역 폭행 사건을 언급했다. 하지만 사건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오초희의 발언은 경솔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결국 오초희는 이에 대해 사과했다.

그런 가운데 산이가 이수역 폭행 사건 당사자들의 말싸움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여성들은 "너네 여자 만나본 적도 없지"라고 외쳤고, 한 남성이 말리려 하자 "저 남자들한테 이야기해라"고 말했다. 해당 영상은 이수역 폭행 사건의 여성 일행을 누군가 몰래 찍은 구도로 구성됐다. 이는 산이가 불법 촬영물로 피해자들에 2차 가해를 저질렀다는 논란으로 번졌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여성의 주장과 달리 영상 속 여성 일행은 남녀 간 성대결 표현과 은어들을 여과 없이 사용했고, 상대를 성적으로 희롱하는 발언도 이어갔다. 해당 영상 공개 후 이번에는 '이수역 폭행 사건 가해 여성의 성추행과 모욕죄 처벌을 요청합니다'는 국민 청원이 올라왔다.

공개된 영상에는 남성들의 목소리가 담기지 않아 편파적인 시각을 제공한다는 주장도 나타났다. 여성과 남성은 각각 국민 청원을 남발하며 설전을 벌였다. 이수역 폭행 사건을 두고 누리꾼들은 남성 혐오 사이트 메갈리아를 뜻하는 '메갈', 한국 남자 혐오 단어 '한남'이라는 표현으로 서로를 깎아내렸다.

그런 와중에 오초희와 함께 화두에 올랐던 산이가 16일 개인 SNS를 통해 신곡 '페미니스트'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가사에는 대한민국 남녀 월급 차이, 군대, 데이트 비용, 대중교통 자리, 유교사상, 미투, 꽃뱀, 탈코르셋까지 남녀 성 평등 관련한 모든 이슈가 포함됐다.

산이는 '페미니스트'라는 곡으로 "남자도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현했다. 하지만 매일같이 사회 면 기사에 직장 내 유리천장, 여성 경력 단절, 데이트 폭력, 성폭행 관련한 내용들이 쏟아진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은 다소 황당하다. 산이 곡에는 "난 여잘 혐오하지 않아"라는 내용이 담겼지만, 미투 운동에 대해 꽃뱀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가사는 또다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간 이수역 폭행 사건과 비슷한 류의 일이 일어날 때마다 여성과 남성은 '여혐'과 '남혐'으로 나뉘어 에너지만 소모,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남녀 간 성 대결 구도가 남녀평등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지, 그저 서로를 물어뜯는 과정일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송희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 DB,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 산이 인스타그램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