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노한솔 기자] '손 더 게스트(the guest)'가 OCN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수목드라마 라인의 첫 시작부터 예상치 못했던 호평을 이끌어낸 김홍선 PD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당초 토, 일요일 밤 10시 30분대에만 드라마를 진행하고 있던 OCN이 돌연 수목 11시 드라마 라인 편성 소식을 알렸다. 그 첫 타자가 바로 '손 더 게스트'(극본 권소라·연출 김홍선)였다. 부담과 기대를 가득 안고 OCN 수목극 첫 타자를 맡게 된 김홍선 PD는 "걱정이 많았다. 우리가 수목라인업의 시작이었지 않냐. 쟁쟁한 동시간대 예능 프로그램들이 있었기 때문에 잘될 거라는 생각보다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다"고 당시의 걱정을 토로했다.

뿐만 아니다. '손 더 게스트'는 한국 사회 곳곳에서 기이한 힘에 의해 벌어지는 범죄에 맞선 영매와 사제,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한 마디로 공포스릴러를 감미한 장르물이다. 김홍선 PD는 "과연 우리가 하려는 소재가 많은 시청자들이 볼 수 있는 소잰가 그것부터 걱정스러웠다. 우리는 무서우라고 만든 거다. 그래서 시청자들에겐 접근의 한계가 있었다. 심지어 스태프 중에도 못 보는 분들도 사람이 많았다. 숙제 같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들은 평일 밤늦은 시간대 편성 문제와 함께 시청자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했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6%로 시작했던 시청률은 마지막 회 4.1%로 최고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TV드라마 부문 화제성 수치에서는 종영까지 1,2위를 다퉜다. 김홍석 PD는 촬영 당시를 회상하며 "즐거운 작업이었다. 배우도 제작진도 촬영하는 동안 고통일 때가 있다. 이번만큼 끝나는 게 아쉬웠던 작품이 없다"고 시원섭섭한 기분을 털어놨다.

물론 그 과정에서 논란도 있었다. 퇴마라는 소재가 영화 '검은 사제들' '곡성'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받았던 것. 김홍석 PD는 이에 대해 "사실은 다르다. 우리는 현실에서 일어나던 사건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귀신, 악령을 우리가 받아들인 게 아닌가 생각해보자는 게 포인트였다"며 "관념적인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부분에서 현재까지의 드라마나 영화와는 좀 다르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홍석 PD가 말한 것처럼 '손 더 게스트'는 단순히 퇴마를 주제로 하는 것이 아닌 귀신, 즉 '손'이 왜 인간의 몸에 들어오게 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드라마다. '더 게스트(The Guest)'라는 의미도 이와 일맥상통하다고. 김홍석 PD는 "취재 차 필리핀에 갔을 때, 한 신부님이 '귀신은 인간이 초대하는 거다'라고 했다. 인간의 나쁜 마음이 악령이라는 것을 스스로가 불러들이는 역할을 하는 거다. 귀신의 형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내고 있지 않나는 생각에서 드라마가 출발했다"고 이야기했다.

"배우들과 대본 리딩할 때부터 '보이지 않는 존재 무력감을 표현해보자'고 디렉팅 했어요. 이겨낼 재간 없는 존재에 대한 공포는 무력감으로 표현이 되더라고요. 그걸 표현해보자 했어요. 그래서 끝까지 주인공 세 명이 고통을 받았죠."


이야기를 함께한 배우 김동욱 김재욱 정은채에 대해서는 무한 애정을 드러낸 김홍선 PD다. 윤화평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던 김동욱에 대해서는 "캐릭터의 상황을 이해하고 연기하는 배우다. 많은 얘기를 했다"고 밝히며 그의 남다른 연기 열정을 칭찬했다. 또 드라마 '보이스'를 함께한 김제욱에게는 "잘하는 배우"라고 그의 연기력에 대한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주연 배우 중 남다른 액션신으로 고생을 해야 했던 정은채에 대해서는 "내가 디렉팅을 시킨 거다.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고 미안함을 토로했다.

주연 배우뿐만이 아니라 부마자(가톨릭에서 악마가 씐 사람을 이르는 말)로 출연했던 배우들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배우 전배수에서부터 허율까지 형체가 없는 '손' 박일도를 대신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연기해야 했던 그들은 남다른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끌어냈다. 김홍선 PD는 "절대 악을 대변할, 절대 내공을 가진 배우들이 필요했다"고 캐스팅 과정을 언급하며 "그들이 이상하리만큼 열과 성을 다해줬다. 추측이지만 어디서 해본 적 없는 연기라 본인들도 재밌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더 시너지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그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걱정도, 인기도 많았던 '손 더 게스트'는 김홍선 PD에게 많은 의미를 남겼다. OCN만 드라마를 10편 넘게 제작했다는 김홍선 PD에게 '손 더 게스트'란 하고 싶은 것을 다 한 작품이었다. 그는 "드라마마다 다른 이야기를 했다. '손 더 게스트'는 그런 노하우들이 다 모여진 그런 작품이다"며 "변명으로 들릴 수도 있고, 능력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여태까지 시간적 제약도 많았고 제작비도 부족했던 현장이 많았다. '손 더 게스트'는 충분했다.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고 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시즌2에 대한 논의는 아직이다. 앞서 '손 더 게스트' 마지막 회에서는 시즌2를 예고하는 듯한 열린 결말로 팬들을 기대하게 만들었던 상황. 김홍선 PD는 "마지막 내레이션은 '손 더 게스트'의 세계관과 맞닿아 있는 거고, 다음 시즌2는 정해진 바 없다. 원래 시즌2는 안 하자가 원칙인데 모르겠다. 이 작품이 끝났을 때 아쉽기는 했기 때문이다. 남은 게 있는데 할 얘기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고 기분 좋은 고민을 털어놨다.


'손 더 게스트'까지 스릴러물로 각인을 한 김홍주 PD지만 다음 작품은 멜로이고 싶단다. 그는 "사람들 사는 얘기, 좀 더 주변 사람들 많이 볼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소소하지만 작은 이야기라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우리가 하는 것이 '장르물'이 되어버렸는데 사실 멜로도 장르의 일종, 코미디도 장르의 일종이다. '이건 장르가 아니다'라고 할 수도 없다"고 획일화된 장르의 영역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요즘 걱정은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냐는 거죠. 이젠 잘해야 할 나이가 됐으니까요, 시도 박수 받을 나이는 지났거든요. 좀 더 고민스러워 해야 하고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아요."

[티브이데일리 노한솔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O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