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예나 기자] 가수 오베르(Auvers)는 빠르게 흘러가는 트렌드 속에서 자신만의 중심을 잡고 음악의 길을 꾸준하게 다져가고자 했다. 아무리 트렌드가 바뀌고 문화가 새롭게 정착돼도 그와 같은 뮤지션들이 한 마음으로 움직인다면 본질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오베르였다.

오베르는 29일 낮 12시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두 번째 정규 앨범 '모비딕'을 발매했다. '모비딕'은 지난 4월 발표한 첫 정규 '포항' 이후 1년 7개월 만의 새 정규 앨범이다.

그는 신보 발매 소감을 묻자 "떨린다"고 운을 뗀 뒤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다 한 것 같다. 첫 번째 정규 앨범 때는 혼자서 작업하다보니 한계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회사 직원 분들 덕분에 앨범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모비딕'은 동명의 소설 '모비딕'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소설 속 위협적인 존재인 고래를 오베르 본인이 쫓고자 하는 것들을 대상에 빗대어 자전적 여정기로 풀어냈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세이렌'과 더블 타이틀곡 '선상파티'를 포함해 총 14트랙이 담겼다.

오베르는 "'모비딕'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생각나는 단어들을 마인드맵 방식으로 꾸려서 트랙들을 만들었다. 책 속 고래를 잡으러가는 과정이 남자들이 쫓는 야망과 비슷하다고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타이틀곡 '세이렌'은 그리스 로마 신화 세이렌의 어원에서 따온 곡으로, 배를 유혹해 나락으로 빠뜨리는 협곡이다. 가수 사비나 앤 드론즈가 피처링으로 참여해 곡의 짙은 신비감과 몽환적인 분위기를 한층 더 극대화시켰다.

이와 다르게 더블 타이틀곡 '선상파티'는 앨범 내에서 가장 밝고 대중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된 곡이다. 오베르는 "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가장 많이 담긴 곡이다. 음악적으로도 진입장벽이 높은 정통 힙합적인 느낌보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곡이다"고 밝혔다.



앨범은 '모비딕'이란 주제 아래 한 편의 영화처럼 잘 짜여진 구성을 보이고 있다. 오베르는 정규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감내해야할 책임은 크지만 오롯한 자신의 세계관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만족도를 드러냈다.

오베르는 "여러 장의 싱글을 발표하는 것보다 한 장의 완성도 높은 정규 앨범 단위의 음악을 발표할 때 스스로 만족도가 더 높다. 물론 뼈와 살을 깎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에너지가 많이 소비된다. 하지만 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앨범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힘 닿는 만큼 노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뮤지션으로서 소신을 밝혔다.

이는 빠르게 변하는 음악 시장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으려는 오베르의 이유 있는 움직임이기도 했다. 그는 "때로는 이렇게 최선을 다해 만든 곡들이 빠르게 소비될 때 아깝기도 하다. 더 많은 분들이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지금은 외부에 흔들리지 않고 제 스스로 쌓아가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저 역시 빠르게 변하는 음악 시장 트렌드에 동참한다면 지금보다 속도가 더 빨라질테고, 더 빨라지면 문화가 건강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한 음악 시장 문화를 위해서라도 저와 같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투쟁하며 음악 작업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오베르는 "이번 앨범 안에서는 ‘모비딕’이란 콘셉트를 가져와 그 안에서 제 사상이나 이야기들을 많이 풀어냈다. 앞으로도 앨범을 통해 저라는 사람을 깊이 서술하지 않아도 '이 사람과 술 한 잔 한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앨범을 만들고 싶다"며 음악을 통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뮤지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예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 앨범 재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