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송희 기자] 방송, 영화 현장 스태프들이 노동자 인권 보장을 위한 공동 협약서를 발표했다. 그들의 요구는 사람답게 살 권리였다.

30일 오전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정론관에서 '드라마 제작 현장 턴키 계약 근절'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자리에는 정의당 추혜선 의원,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장 김두영, 방송스태프지부 곽헌상 사무국장,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안병호가 참석했다.

스태프들이 문제 삼고 있는 턴키 계약이란 방송국이나 제작사에서 전체 제작비를 책정한 뒤 계약을 맺은 스태프 파트별로 대금을 뭉텅이로 나눠주는 형식을 말한다. 조명 미술 장비 분야별 팀은 팀별로 책정된 제작비 안에서 인건비와 장비 사용료를 해결해야 한다. 추가 수당이 발생하거나 산재가 발생하는 경우 그 책임은 각 팀별 고참 스태프에게 전가되는 구조다.

따라서 분야별 팀에 소속된 스태프들은 드라마 제작사의 업무 지시를 받고 있음에도 턴키 계약 관행으로 인해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의 사각지대에 놓였다. 최근 발생한 tvN '화유기' 스태프 추락사고,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스태프 사망사고를 통해서도 드라마 제작 스태프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수면 위로 드러난 바 있다.

드라마 스태프들은 최저임금 미적용, 장시간 노동, 잦은 안전사고에 대한 문제에 대해 항의했다. CJ E&M이 출자한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에서는 스태프 사망 사건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생기자 개별 계약을 원칙으로 진행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도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는 1일 18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 스태프들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턴키 계약 강요가 지속되고 있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소속 조합원들은 개별 근로 계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지만, 제작사들은 이를 거부하며 여전히 턴키 계약을 강요하고 있다.

턴키 계약 근절을 요구하는 방송 스태프 지부 소속 일부 조합원들은 차기 드라마 제작에서 배제되고 있다. 노조 소속 스태프들은 블랙리스트나 다름없는 불공정한 처사에 면담을 요청했다. 면담 요청에도 방송사와 드라마 제작사들은 일방적으로 면담을 거부하거나 지연하고 있다. 방송 스태프뿐만 아니라 영화 산업 스태프들도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이들과 손을 잡았다.

방송 스태프와 영화 산업 스태프가 발표한 공동 협약문에는 노동 시간 단축, 법적 근로시간 준수, 정당한 근로 계약서 체결 요구가 담겼다. 또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법 제도 개선, 스태프 노동자 처우에 공동 투쟁으로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추혜선 의원은 "말도 안 되는 현실을 알리고 항의하고자 했던 현장 스태프들에게 방송사는 출입조차 허가하지 않았다"며 "당장 52시간의 근무 시간을 요청한 것도 아니다. 그저 살기 위해 잠을 잘 수 있는 시간, 식사 시간을 요구한 것인데도 방송사와 제작사의 대응은 참담하다"고 일침했다. 그는 실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위해 방송사, 제작사, 현장 노동자가 함께 모여 상생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제작사 측의 성실한 협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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