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송희 기자] 영화 '말모이'가 우리말 사전을 만들기 위해 뭉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유해진부터 윤계상까지 배우들은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일제에 항거하는 과정을 연기한다.

'말모이'(감독 엄유나·제작 더 램프) 제작보고회가 3일 오전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엄유나 감독과 배우 유해진, 윤계상, 우현, 김태훈, 민진웅, 김선영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까막눈 판수(유해진)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을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과 마음을 모으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말모이'는 주시경 선생이 남긴 최초의 우리말 사전 원고인 사전을 뜻하는 순우리말이자, 극 중에서 사전을 만들기 위해 전국의 우리말을 모으는 비밀작전의 이름이다.

술과 동료를 사랑하는 시인 임동익 역의 우현, 학회 기관지인 잡지책 기자 박훈 역의 김태훈, 학회의 비밀 사무실이 있는 책방의 주인 구자영 역의 김선영, 형무소에 갇힌 아내를 사랑하는 학회 막내 민우철 역의 민진웅이 조선어학회 회원으로 활약한다.

영화 '택시운전사' 각본을 맡았던 엄유나 감독은 '말모이'가 첫 연출작인 만큼 캐스팅에 욕심을 냈다고 밝혔다. 엄 감독은 "영화도 사전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빛나는 영화가 됐으면 해서 말을 모으듯 열심히 배우들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말모이'는 우리말을 모아 조선말 사전을 만들려고 했다는 이유로 대거 옥고를 치렀던 조선어학회 사건 역사를 큰 뼈대로 삼아 말 모으기에 함께 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눈을 돌렸다. 엄 감독은 "보통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라고 하면 무장 투장을 했던 독립군을 떠올리지 않나. 저는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이 사전을 만들기 위해 힘을 모았다는 점이 크게 다가왔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더 큰 열 사람의 한 걸음'이라는 말이 마음에 드는 이유다"고 얘기했다.

실존했던 조선어학회를 다루는 만큼 더 깊이 몰입했다는 윤계상은 "촬영이 끝나고도 눈물이 났다. 배우란 직업으로 느껴 볼 수 있는 최고의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리얼한 학회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엄유나 감독은 배우들에게 책, 영상 자료 등 공부할 거리를 잔뜩 던져줬다. 유해진은 "감독님도 뭔가를 지시할 때 항상 낮은 자세로 말씀하셨다. 그 덕에 훈훈한 분위기가 형성돼 정말 학회의 느낌이 났다"고 촬영 분위기를 회상했다.

'말모이' 배우들은 말을 모으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고 난 후 단어 사용에 신중을 기한다고 했다. 캐릭터를 역할로, 파이팅 대신 힘내자는 단어를 사용하는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모습이 '말모이' 속 그들의 모습을 기대케 한다.

'말모이'는 2019년 1월 개봉 예정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송희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