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노한솔 기자] "이게 진짠가 싶어요." 배우 송건희는 자신의 첫 번째 전성기에 아직도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연기와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행복함이 묻어났다.

어린시절의 송건희는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러나 소심하고 내성적인 탓에 섣부르게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입밖으로 내지 못했다. 그러나 중학교 졸업식 날 선생님이 보여준 영상 하나에 꽂혀 지금 이 자리에 오게 됐다. 송건희는 "영상 속 배우 류승룡 선배님이 '정말 네가 하고 싶은 걸 해라. 좋아하는 걸 도전해 봐라'라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건 연기라는 생각이 문뜩 들더라. 그래서 막연하게 연기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연극부에 들어갔다. 그는 연극대회에 나가게 됐고,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이라는 작품에 불량학생 역으로서 대중 앞에 처음 서게 됐다. 그는 "벌벌 떨면서 했다. 정신을 차리니 공연이 끝나 있더라. 기억이 없다"면서도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하나도 안 떤 것 같다고 놀라워했다"고 그때를 추억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연기의 길을 걷게 된 송건희다. 물론 아버지의 작은 우려와 걱정을 받기도 했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똑부러지는 성격이었던 송건희는 아버지에게 연기를 해도 된다는 승낙을 받아내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아무래도 배우가 안정적인 직업은 아니다보니 걱정하셨던 것 같다. 어떻게 연기를 할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아버지에게 보여들었다. 확실하게 말씀드리니 잘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 설명했다.

입시를 준비한 그는 세종대에 합격했다. 이후 2017년 연극과 단편영화에서 연기를 이어가며 배우로서의 인생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8년 송건희의 첫 드라마 JTBC '내 이름은 강남미인'에 출연하게 됐다. 짧은 역할이었던 탓에 아쉬움도 많이 남았다는 송건희다. 그는 "여태까지 내가 했던 독립영화나 연극과 다르게 여기는 프로의 세계였다. 너무 달랐다. 짧은 촬영이었지만 촬영 기간 동안 현장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계기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만나게 된 것이 JTBC 금토드라마 'SKY캐슬'(극본 유현미·연출 조현탁). 'SKY캐슬'은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 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리얼 코믹 풍자 드라마다. 현재 시청률 15.8%(닐슨코리아 유료가구기준)을 기록하며 JTBC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송건희는 극 중 서울의대 신입생으로 이명주(김정난)와 박수창(유성주)의 잘난 아들 박영재를 연기했다. 그러나 대학 합격 직후 부모와 의절하고, 엄마의 죽음을 알게 되는 등 SKY캐슬 비극의 시작을 알린 인물로 이목을 끌었다.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당시 송건희는 너무 기쁜 마음에 지하철 화장실 같은 곳에서 방방 뛰기도 했다고. 그는 "처음으로 그런 기분을 느낀 것 같다. 집으로 귀가할 때 행복해서 웃으면서 집에 갔다"고 당시의 행복함을 다시끔 떠올렸다.

그에게는 여전히 배울 것 많은 현장이다. 특히나 배우 염정아 김서형 김정난 유성주같은 대 선배들과 함께 연기해야 했던 탓에 긴장도 엄청했다고. 현장에서 분위기를 풀어준 선배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송건희는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울컥하는 순간이 있었다. 선배들의 연기 때문에 내가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드라마가 잘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에게 아직까지도 'SKY캐슬'은 꿈만 같은 일이다. 드라마가 잘된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얻고, 또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 송건희는 "행복, 그 이상이라고 해야 한다. 드라마 잘 돼서 너무 좋고 그런 것도 있지만, 박영재 캐릭터는 연기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덕분에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정말 훌륭한 작품 함게 할 수 있다는 건 행복 그 이상의 일이 아닌가"라고 감탄했다.

"2019년은 2018년처럼 차근차근 하나하나 해 가는 한 해 였으면 좋겠어요. 지금처럼 재밌게 즐기면서 연기했으면 좋고요. 올해는 정말 많은 작품으로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노한솔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이지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