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예나 기자] 논란이 많은 음원 시장에서 모두가 믿고 들을 수 있는 깨끗한 음원 시장으로 나아가려면 음악 비즈니스 관계자부터 뮤지션, 리스너들까지 각자의 역할에 대한 책임감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티브이데일리는 현직 음악 비즈니스 업계에 몸담고 있는 관계자 및 뮤지션들과 함께 2019년 깨끗하고 공정한 음원 시장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봤다. 이들은 현 음원 시장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또 음원 시장의 투명화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 것인지 물었다.

끊임없는 '순위 조작'·'사재기' 논란, 음원 '역주행'의 퇴색

지난해 가요계 음원 시장은 차트 순위 조작과 사재기 의혹 그리고 과도한 바이럴 마케팅 등 각종 논란으로 얼룩졌다. 이에 음원 차트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는 떨어졌고, '역주행' 곡 역시 '노력의 결과'로 평가받기보다 의심의 눈초리부터 받기 일쑤였다.

음악 프로듀서 겸 서울호서예술실용전문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김디지는 음원 시장에서 이와 같은 잡음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가장 큰 핵심 배경으로 "음원 플랫폼의 부족 문제"를 꼽았다.

그는 "국내 음원 플랫폼은 대게 국내 대기업의 독과점으로 이뤄져있다. 이로 인해 리스너들이 음원을 접할 수 있는 수단이 한정되다 보니 사재기 같은 새로운 바이럴 마케팅 방법이 생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음원 플랫폼이 많아진다면 지금의 논란들이 사그라들 수 있는 것일까.

김디지는 "음원 플랫폼이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방식의 마케팅 기법이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지금의 문제를 바로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김디지는 "리스너들이 국내 음원 플랫폼만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플랫폼을 접할 필요가 있다"며 음원 플랫폼의 확대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갖가지 논란들을 잠재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음원 유통사 "투명한 정산이 가장 중요시 돼야"

현재 국내 음원 판매 과정은 뮤지션 및 기획사가 계약을 맺은 음원 유통사를 거쳐 음원 플랫폼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음원 유통 과정에서는 뮤지션 및 기획사와 맺은 계약에 따라 수수료가 발생하게 된다. 보통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기획사의 경우 대형 유통사를 통해 음원을 발매하기 마련이다. 반면 소속사가 없는 인디 뮤지션의 경우는 중소 규모 유통업체를 통해 음원을 발매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난 2012년부터 음원 유통 전문회사 루미넌트엔터테인먼트(이하 루미넌트)를 이끌고 있는 이영호 대표는 음원 유통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한 정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미넌트는 현재 독자적으로 활동 중인 힙합 뮤지션들의 음원 유통을 주로 맡고 있다.

그는 "자체적인 정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계속 사용해온 시스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오는 3월 새롭게 론칭할 계획이다. 루미넌트와 함께하는 아티스트들이 음원 유통을 믿고 맡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무엇보다 아티스트와 정산 과정의 투명성이 가장 중요하다. 아티스트에게 유통 과정을 모두 다 공개하고 통계 정보를 더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지금도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아티스트들이 더욱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이 대표는 단순히 음원 유통에만 치중하기보다 기본적으로 인디 뮤지션들이 관련 법안이나 법적 규정 등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설 것을 약속했다.

그는 "'쇼미더머니'에 이어 '고등래퍼'까지 인기를 끌면서 현재 시장에 뛰어드는 뮤지션들의 연령대가 전보다 많이 낮아졌다. 요즘은 다들 영리하기 때문에 유통 과정이나 음원 시장의 시스템에 대해 이해를 많이 하고는 있지만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에 잘못된 인식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며 "루미넌트 차원에서 뮤지션들을 위해 관련 교육을 실시하려고 한다. 나아가 정부에서도 뮤지션들을 위한 교육의 장이 꾸준히 생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리스너 취향 고려한 '추천 기능' 강화 필요"

모든 콘텐츠 플랫폼에서 사용자의 취향을 고려해 맞춤 추천하는 '큐레이션'은 핵심 마케팅 기법으로 분류된다. 실시간 차트나 인기 차트 순위는 신뢰를 잃었고, 반복되는 논란에 사용자들 역시 피로감을 얻고 있다. 결국 국내 음원 주요 유통 플랫폼 역시 리스너들이 원하는 것을 먼저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만족감을 높이는 것이 우선시돼야 했다.

이 대표 역시 애플뮤직(Apple Music) 등과 같은 해외 음원 플랫폼과 같이 국내 주요 음원 유통 플랫폼 역시 큐레이션 기능이 강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현재도 멜론(Melon)의 '포유' '스마트i', 네이버의 바이브(VIBE), 지니뮤직(Geniemusic)의 '지니어스' 등 국내 주요 음원 플랫폼에서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 이 대표는 "지금의 서비스를 보다 더 강화시켜 실시간 음원 차트에 대한 리스너들의 의존도를 낮추고 자신에게 맞는 음악 콘텐츠를 제공받음으로써 만족감을 높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하며 음원 플랫폼의 시스템적인 개선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인디 뮤지션 "음악적 결과물로 승부볼 것"

지난 2015년부터 루미넌트와 음원 유통 계약을 맺고 음악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힙합 뮤지션 디핵(D-HACK)은 앞서 이 대표가 말한 투명한 유통 과정의 중요성에 동의하면서 "저와 같은 인디 뮤지션들이 믿고 편하게 유통을 맡길 수 있는 회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야만 별별 이슈로 가득한 음원 시장에서 독립적인 뮤지션이 갖는 힘이 부족하더라도 꾸준한 음악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었다. 디핵은 "음원 시장에서 빚어지는 다양한 이슈들을 신경쓰기보다 좋은 음악으로 승부를 보고 싶다. 어떤 이유로든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빛을 본다면 음악의 다양성이 확대되기 때문에 저와 같은 인디 뮤지션들에게도 기회가 생길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타이거JK부터 길구봉구·소유미·레이브릭스·아우라·헤이즈 바라는 '2019 깨끗한 음원 시장'

현재 활발하게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국내 뮤지션들 역시 힙합, 발라드, 록 등 장르와 상관없이 한 마음으로 보다 개선되고 나아진 음원 시장을 바라고 있었다. 이들은 새해를 맞아 음원 시장이 어떤 변화를 맞길 바라는지 들어봤다.

힙합 뮤지션 타이거JK는 음원 플랫폼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차트 부분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순위 카테고리를 분리해야 한다. 아이돌, 힙합, 알앤비, 팝, 록, 재즈 등 카테고리를 다양하게 한 뒤 순위를 매겨야 계속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룹 길구봉구의 길구 역시 실시간 차트의 개선을 꼽았다. 그는 "현재 실시간 차트에 집중돼 있다 보니 상위권에 랭크되기 위한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고 있다. 보다 더 투명한 차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실시간보다 일간, 주간 혹은 장르별 차트 등으로 나눠 각각에 집중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봉구는 음원 시장에서 음악 비즈니스 관계자부터 아티스트, 리스너까지 모두가 도의적 책임을 갖고 서로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그는 "깨끗한 음원 시장을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분들이 있음에도 개인 이득을 취하려는 누군가로 인해 의미가 변질되기도 한다. 각자 책임을 다한다면 점차 음원 시장이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트로트 가수 소유미는 더 좋은 퀄리티의 콘텐츠를 대중에게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질 때 음원 시장이 보다 더 활성화 될 수 있을거라 전망했다. 그는 "좋은 노래를 대중에게 알려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음원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음악 비즈니스 시스템에 더욱 지원에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2인조 록 밴드 레이브릭스(LAYBRICKS)의 서광민은 여러 가지 요소 중에서 음악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음원 시장 내에서 서로 경쟁하기보다 음악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관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음원 시장을 위한 마케팅이 우선시되는 것이 아니라 음악 자체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수 아우라(AOORA) 역시 음악 콘텐츠가 가장 핵심이 돼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음악과 매력적이고 재밌는 콘텐츠다"며 "SNS가 활발해지면서 대중의 눈과 귀는 더욱 예민해지고 있다. 공들여 만든 작품이 묻힐 때는 아쉬움이 크지만 좋은 콘텐츠라면 대중에게 환영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며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로서 갖는 책임감과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헤이즈는 음원 차트에서 더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새로운 콘텐츠로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그는 "바람직한 음원 시장을 위해 꾸준히 새로운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문체부 "지난해 이슈 대응 아쉬워, 자체 매뉴얼 만들어 개선할 예정"

정부 역시도 음원 시장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논란들을 잠재우기 위해 다각도로 대책을 내세우고 있다. 올해부터 국내 음원 플랫폼을 상시 감시하고, 불법 정황이 포착될 경우 처벌하는 등 관련 예산 총 6억 원 규모의 '공정한 음원 유통환경 조성 지원'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작년에 음원과 관련된 이슈가 생겼을 때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한 면이 아쉬웠다. 올해부터는 새롭게 예산도 확보된 만큼 작년과 같은 이슈가 발생했을 때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 예정이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어 관계자는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도 지난 2016년 개정됐지만 그동안 음악 비즈니스 사업자들 간 소통에서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적용하기까지 쉽지 않았다. 관련 법안에 대해 부서 자체적인 힘을 실을 수 있는 추가 법안을 개정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도 공정한 음원 시장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관련 업계 분들의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슈가 됐을 때 움직이기보다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예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신정헌, 송선미, 안성후, 조혜인 기자, 루미넌트엔터테인먼트, 일공이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