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송희 기자] "OOOO년, O월 O일, OOO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지하철, 버스 정류장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문구일 것이다. 좋아하는 스타의 탄생일을 축하하는 연합 팬덤의 공개 세레머니다. 이 광고는 팬덤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도구가 될 뿐 아니라 스타를 홍보하는 2중 효과가 있다. 어느새 팬덤 광고는 대중교통의 장을 넘어 카페, 영화관으로도 번지고 있다.

K팝이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팬덤의 움직임은 보다 조직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팬덤은 자체 커뮤니티에서 자급자족으로 움직이는 형식을 보였지만, 현재의 팬덤 규모는 차원이 다르다. 좋아하는 아이돌 스타를 응원하기 위해 공적 공간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팬들은 지하철 전광판, 버스 래핑 광고, 영화관 대여, 컵 홀더 등을 이용해 연예인들의 데뷔 주년을 기념하거나 생일을 축하하며 소속사 못지 않은 관리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티브이데일리는 팬 개인 혹은 팬덤 연합이 진행하는 스타 홍보 광고의 현황에 대해 취재했다.


◆ 컵홀더 + 진동벨 광고 "비수기 없어요"
카페도 팬들이 홍보 장소로 좋아하는 곳이다. 직접 카페 장소를 섭외하는데 유동인구가 많은 홍대를 선호하는 편이다. 이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그룹의 이름과 특정 멤버의 얼굴이 새겨진 컵홀더가 함께 제공된다. 팬덤 광고용 컵과 홀더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전문 업체도 있을 정도.

컵홀더 제작부터 카페 섭외까지 직접 대행하는 업체도 있다. 이런 상품은 주로 패키지로 판매된다. 비용은 꽤 비싼 편이다.

한 업체는 티브이데일리에 "컵홀더는 1주일 기준으로 1000개 수량이 재고 없이 소진하는 데 적당하다"라며 "1000장 기준 제작 비용은 40만원 가량이다. 컵홀더 제공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팬들은 최소 1000장 제작을 선택한다"고 밝혔다.

카페 진동벨도 광고 대상이다. 진동벨에 모니터를 만들어 종일 영상을 내보내는 것이다. 진동벨은 점포 하나를 기준으로 1주일에 5만원 정도 비용이 소요된다. 업체 측은 "컵홀더와 진동벨 광고의 수요가 꾸준하다"며 "아이돌 그룹이 한, 두 그룹이 아니기도 하고 생일은 어느 달에나 있기 때문에 뚜렷한 비수기와 성수기가 없는 편"이라 밝혔다.

카페 측은 이러한 광고들을 적극적으로 반긴다. 컵홀더를 무상으로 제공 받을 수 있는데다, 손님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해당 스타를 좋아하는 팬들이 입소문에 카페를 찾아오고, 3일에서 5일 정도 광고를 진행한다면 음료가 500잔 기본으로 판매된다는 카페 측의 전언이다.

◆ 버스 + 정류장 - 광고비만 수백만원대
버스 전체를 래핑 해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게 하는 방법도 있다. 버스 외부에 연예인의 얼굴을 큼지막하게 프린트하는 데는 10만원 내외의 제작 시공비가 든다

래핑 버스는 강남권, 비강남권 노선을 최소 세 군데 섞어야만 진행이 가능하다. 광고 효과가 가장 큰 강남권 단독 노선의 사용은 불가능 하다. 강남권과 비강남권을 섞는 패키지 형식으로 진행해야 광고가 가능한 식이다. 그 만큼 많은 돈이 소요된다.

강남권 노선의 경우 한 달 운행 기준 160만원이다. 비강남권은 60만원에서 140만원까지 운행비가 책정된다. 업체 관계자는 "버스 전체를 래핑 하는데 드는 10만원과 강남권 운행 160만원, 비강남권 노선 두곳 최대 280만원까지 모두 합쳐 450만원 정도가 든다"고 밝혔다.

버스 정류장도 빼놓을 수 없다. 한 정류장의 광고 양면은 총 80만원이다. 정류장 광고는 위치별로 그 효과가 상이한 편이지만 팬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일단 광고가 들어가면 팬들이 알아서 찾아가기 때문이다. 업체 측은 "타켓팅이 정확한 기업 광고의 경우 위치가 중요하지만, 아이돌 그룹 광고의 경우 비싼 매체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연히 그 정류장을 이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직접 보러 오는 팬들일 것"이라 설명했다.

◆ 지하철 벽면 광고 + 전광판 -위치가 중요
지하철 벽면 광고와 전광판 광고는 위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지하철 벽면 광고의 경우 순수 벽면 사용료만 150만원에서 450만원까지 가격 라인까지 형성돼있다. 인기 있는 노선은 지하철 이용자 수가 많은 2호선, 9호선 순이며 가격 또한 가장 높다.

사진이 들어가는 지하철 벽면 광고와 달리 영상을 활용하는 방식도 있다. 건물 높은 층에 자리한 전광판 혹은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내릴 때 옆면을 가득 채운 전광판이 그 예다. 유동 인구가 많은 홍대 입구, 강남역에 하루 내내 영상 광고가 나간다고 가정할 때, 총 50만원 정도 비용이 든다.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내릴 때 옆면을 가득 채운 전광판은 역의 위치에 따라 50만원에서 90만원까지 상이하다.

◆ 영화관 대여 - 스타 전용관의 탄생
영화관의 상영관을 대여하거나 층을 빌리는 방식도 있다. 한 달간 영화관의 상영관을 대여하면 그 기간 동안 티켓에는 1관이 아닌 'OOO관'이라는 스타의 이름이 붙여진 전용관으로 불린다. 팬들이원하는 문구를 넣을 수도 있다. 상영관 입구 전체를 연예인 사진으로 채울 수도 있고, 좌석 안내도 또한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다. 말 그대로 특정관에 특정 스타의 이름과 얼굴이 도배되는 것이다.

영화관은 짧으면 2주, 길면 한 달 정도로 상영관을 대여해준다. 관객이 많은 곳이 가장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한 달 이용료만 1000만원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단가가 낮은 다른 광고와 달리 영화관 광고는 팬들이 연대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한정된 특수관은 비싼 사용료에도 인기 팬덤, 기업들 간의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티브이데일리 윤송희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