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영화 ‘사자’는 관객의 장르적 취향에 따라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뉠 만한 그런 영화다.

‘사자’(감독 김주환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가 구마 사제 안신부(안성기)를 만나 세상을 혼란에 빠트린 강력한 악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흔히 퇴마, 혹은 구마사제가 등장하는 영화들은 하나 같이 음습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사자’는 이러한 장르적인 분위기를 쫓아가지 않는다. 구마자가 등장하면 의례 공포 분위기가 조성이 되다 가도 안신부가 분위기를 유쾌하게 바꿔 놓는다. 특히 퇴마 의식 후 안신부가 무심히 툭툭 던지는 대사가 관객을 폭소케 하는 포인트다.

이는 ‘엑소시스트’와 같은 진중하고 무서운 분위기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중간 중간 안신부가 공포의 맥을 끊어 놓는 능청스러움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반면 공포 영화를 보기 어려워하는 관객이라면 안신부 덕분에 공포의 분위기가 덜해 영화를 보는데 그리 어렵지 않다.

영화는 용후라는 캐릭터를 히어로처럼 그린다. 그렇기 때문에 용후라는 캐릭터가 히어로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신을 부정하는 용후가 신의 사자로 변모하게 되는 과정을 관객에게 충분하게 설득시키지 못한다. 용후가 히어로와 같은 힘을 갖게 되고 각성하는 과정을 오로지 부정으로 설명하려고 한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 지점이다.

더구나 용후와 대립하는 인물 검은 주교 지신(우도환)에 대한 설명도 충분하지 못하다. 히어로와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의 탄생 과정은 히어로물에서 히어로의 탄생만큼이나 중요하게 작용을 한다. 하지만 ‘사자’는 용후가 히어로로 각성하는 과정에 집중할 뿐 대립각을 세운 지신의 배경을 충분하게 풀어내지 않는다.

김주환 감독은 ‘사자’를 두고 거대한 세계관을 구축하는 출발점이라고 했다. 이 세계관 안에 검은 주교의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 ‘사자’를 통해서는 관객이 검은 주교에 대해 알 길이 없다. 그렇다 보니 대립을 하며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켜야 할 지신의 존재감이 약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부분이 ‘사자’를 세계관을 제하고 솔로 무비로 보더라도 아쉬움을 자아내는 부분이다.

‘사자’를 액션 장르로 놓고 보면 나름 재미를 챙길 수 있다. 기존의 퇴마 의식이 정적이라면 ‘사자’ 속에 퇴마 의식은 상당히 동적이다. 퇴마와 액션이 결합돼, 더구나 격투기 챔피언이라는 주인공의 설정이 더해져 재미를 준다. 특히 용후가 구마자를 처음으로 대면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구마자를 용후가 제압하는 모습은 기존의 퇴마 영화에서 볼 수 없는 통쾌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안신부를 연기한 안성기는 라틴어로 구마 의식을 진행해 영화적인 흥미를 더한다.

영화는 오는 31일 개봉한다.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영화 ‘사자’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