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권세희 기자] '엑시트'가 '짠내폭발 콤비'를 선언하며 여름 극장가로 나선다. 긴장감 하나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적당히 현실적이고 유쾌한 이야기는 새로운 액션물을 탄생시켰다.

'엑시트'(감독 이상근 배급 CJ엔터테인먼트)는 대학교 산악 동아리 에이스 출신이지만 졸업 후 몇 년째 취업 실패로 눈칫밥을 먹는 청년 백수 용남(조정석)과 연회장 직원으로 취업한 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가 예상치 못한 재난에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그린 작품이다. 전대미문의 재난 상황 앞에서 이들은 의외의 재능을 보이며 고난을 헤쳐간다.

용남은 하루 종일 하는 일이라고는 몸을 단련시키는 일 밖에 없는 시간 많은 백수다. 당연히 그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시선도 냉담하기 그지없다. 집에서 빈둥대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용남은 모든 가족들에게 아픈 손가락 중 하나다. 게다가 조카까지도 그를 한심하게 보고 있는 상황.

팍팍한 현실에 용남은 대학 시절 산악 동아리에서 에이스로 두각을 나타냈던 영광의 순간을 회상하곤 한다. 그러나 취업에는 하등 도움이 안 되는 지나간 영광일 뿐이다. 용남의 캐릭터는 현실적이라 시선이 간다. 취업난이 바닥을 치고 있는 요즘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싶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힌 청년들의 군상을 닮았기 때문이다.

'엑시트'는 개인에 초점을 두고 극을 풀어나간다. 용남의 가족은 어머니인 현옥(고두심)의 고희연 자리를 마련한다. 용남은 이곳에서도 백수로 살고 있는 처지에 목소리 한번 크게 내지 못한다. 그러나 '엑시트'는 개인이 가진 잠재력에 집중했다. 유독가스로 예상치 못한 재난 상황이 발생하자 그의 손톱만했던 영향력을 극대화 시킨 것이 그렇다.

변변찮은 직장에서 상사의 노골적인 추파에 어려움을 겪던 의주 역시 닥친 재난 앞에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산악 동아리의 경험을 살려 이들은 도시 탈출 액션을 선보인다.

맨몸을 이용한 액션이 거의 대부분이다. 이들은 계속해서 달리고 넘고 매달리며 나아간다. 이 과정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압도적인 스케일 없이도 인물이 느끼는 긴장감, 생사의 기로에서 분투하는 개인들의 모습을 담아 묘한 인류애를 불러일으킨다.

'엑시트'의 괄목할만한 점은 미천해보이는 재능일지라도 언젠가 역할을 다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다는 점이다. 눈칫밥을 먹던 용남을 온 가족을 구할 수 있는 인물으로, 상사에게 말 한 마디 못하던 의주를 재난 상황을 타개하는 인물 중 하나로 진화시킨다. 그러면서도 인간적인 고뇌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유독가스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 요소를 재난의 원인으로 설정하면서 피부로 와닿는 소재를 끌고왔다는 점도 흥미로운 점이다. '엑시트'는 별 볼일 없는 인물의 이면에 집중해 보는 이에게 위로를 건네주는 것은 물론 현실적인 몰입도까지 잡았다.

더위를 날리는 짜릿한 긴장감, 그리고 사람 냄새나는 인간애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엑시트'는 신선한 재난 탈출 액션의 문을 열었다.

영화는 오는 31일 개봉한다.

[티브이데일리 권세희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영화 '엑시트'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