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준수한 외모, 그리고 하얀 피부, 당겨 올라간 소매로 보이는 해골 문신까지. 용수 감독과 처음 대면하면서 보게 된 그의 외적인 특징이다. 감독이라기 보다는 배우, 혹은 모델 같은 느낌이다. 여기에 그가 걸어온 길을 듣다 보면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용수 감독은 영화 ‘퍼펙트맨’(감독 용수·제작 쇼박스)으로 입봉을 한 신인 감독이다. 그가 영화를 하게 된 계기도 나름 우여곡절이 많았다. 사업을 하다가 망하면서 빚이 많아진 용수 감독은 빚을 갚고자 우연히 시나리오 공모전의 상금을 보고는 그 길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보름 동안 잠도 안자고 썼다. 다행히 수상을 해서 급한 불을 끄고 난 뒤 영화 관련 회사에 들어가 10년 정도 각색을 했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쓰던 중 자신의 작품이 계속해서 엎어지는 상황을 보면서 용수 감독은 끝까지 책임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사실 영화 시나리오 작가는 글을 쓰고 나면 끝난다. 그 뒤는 감독님의 몫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끝까지 내가 책임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감독이 된 이유를 설명했다.

‘퍼펙트맨’은 까칠한 로펌 대표 장수(설경구)와 철없는 꼴통 건달 영기가 사망보험금을 걸고 벌이는 인생 반전 코미디 영화다. 장애를 가진 인물과 그를 돌보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은 많다. 그런 작품들이 관계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반면 ‘퍼펙트맨’은 각자의 삶을 일궈 가는 과정 중 과거를 돌아보는 순간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용수 감독은 “완벽함에 대한 찬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영기(조진웅)나 장수(설경구)를 비롯한 범도(진선규), 대국(허준호) 등 다양한 캐릭터가 결핍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이들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이 퍼펙트한 것이 아니냐는 물음을 던지는 영화”라고 했다.

이러한 영화적 메시지는 용수 감독이 겪었던 시련의 영향 탓이다. 용수 감독은 20대 때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인해 오른쪽 전체가 마비가 왔다. 재활치료를 하면서 어느 정도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오른쪽 발가락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집과 병원을 오가며 치료에 전념하던 시기 친구가 못난 선택을 하는 일까지 생겼다. 용수 감독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집 밖으로 나가기 조차 힘들었다”고 했다. 이 충격으로 인해 언어 장애까지 왔다고 했다. 지금도 당시 일을 이야기할 때는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용수 감독은 “당시에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용수감독은 사고 전까지만 해도 헤비메탈 밴드를 하고 있었다. 그는 헤비메탈 밴드를 하기 위해서 영국으로 갈 준비까지 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고가 나는 바람에 성대를 다치고 몸에 마비가 왔다. 그는 “지금은 음악은 묻어둔 꿈”이라고 했다.

용수 감독은 자신의 인생이 계획대로 이뤄진 건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다친 것도 그렇고 밴드도 친구가 하니까 음악이 좋아서 따라 한 것이다”고 했다. 용수 감독은 과거 웹툰 작가로도 활동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용수 감독은 재활 할 때 재활하는 형이 타블렛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며 재활을 하길래 나도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던 자신이 지금 감독이 되어 있는 것이다.

계획대로 되는 것 없다는 용수 감독은 유독 자신이 죽음과 가까운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이 크게 다친 것, 친구의 죽음 뿐 아니라 자신의 아내마저 암이 걸렸던 것이다. 용수 감독은 “지금은 완치 됐지만 고생만 시켰는데 너무 미안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용수 감독은 건강 염려증, 안전 염려증이 심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몸에 해골 문신이 6개나 된다”고 했다. 자신의 몸에 해골을 그린 것도 몸에 대한 체념을 하면 편안해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죽음에 대한 공포, 안전에 대한 염려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기에 용수 감독은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것 만으로도 너무나 퍼펙트한 것이라고 감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극 중 장수가 영기에게 “그렇게 아둥바둥 살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결국 감독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이자 힘든 시기를 겪은 자신이 관객에게 전하는 진심인 것이다.

‘퍼펙트맨’을 하면서 입봉 감독임에도 자신이 온갖 호사를 누렸다고 했다. 그는 “이런 배우들과 함께 입봉 감독이 작품을 만든다는 게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운만으로 된 것은 아니다. 설경구를 캐스팅 하기 위해서 용수 감독은 극중 설경구가 보여줄 장수의 이미지, 어떤 식의 장면을 보여줄지를 직접 그려서 설경구에게 보여줬다. 실제 보여준 이미지는 보자마자 이런 정성이면 누구라도 작품에 참여하겠다고 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막상 촬영을 앞두고 용수 감독은 고수들과 함께 작업을 해야한다는 부담이 컸다고 했다. 무엇보다 그들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촬영 내내 하루 2시간도 못 자면서 철저히 준비를 했다. 그는 “즐거웠지만 늘 긴장할 수 밖에 없는 현장”이라고 했다.

특히 용수 감독은 연출자로서 조진웅과 설경구가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했다. 그는 “조진웅은 시나리오에 살을 붙이는 연기를 한다면 설경구는 시나리오를 보다 압축해서 핵심만 이야기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두 사람이 만나 시너지가 나게 됐다고 했다. 용수 감독은 그들의 연기를 두고 “경이로웠다”고 했다.

용수 감독은 자신이 연출을 하면서 많이 괜찮아졌다고 했다. 그는 “아내가 예민했던 것이 많이 편해졌다고 하더라”고 했다. 무엇보다 용수 감독은 그림이나 음악은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지만 영화는 내가 부족해도 다른 사람이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다고 했다. 더구나 영화는 종합 예술인만큼 자신이 묻어준 음악의 꿈도 영화 음악을 통해 갈증을 일부 채울 수 있다고 했다.

“연출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다음에는 조금 더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