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청일전자 미쓰리’가 슬픈 현실을 담담하고도 유쾌하게 그려냈다. 화려한 스타 캐스팅, 거대한 스케일의 제작비 등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은 기대작은 아니었지만, 뚜껑을 연 ‘청일전자 미쓰리’는 입소문을 타고 점점 더 사랑 받을 작품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안겼다.

지난 25일 tvN 새 수목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극본 박정화·연출 한동화)가 첫 방송됐다.

‘청일전자 미쓰리’는 위기의 중소기업 청일전자 직원들이 삶을 버텨내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휴먼 오피스 드라마. 이날 첫 방송에서는 이선심(이혜리)이 고향 선배 구지나(엄현경)에게 회사가 대박이 날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출받은 돈으로 구지나로부터 회사 주식을 양도받았다. 그러나 회사는 순식간에 위태로워졌고 이를 미리 감지했던 구지나는 연락두절, 사장은 행방불명됐다.

청일전자가 위태로워지면서 주인공 이선심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심하게 어수룩한 이선심 캐릭터는 속을 답답하게 할 정도였지만, 캐릭터의 어수룩함은 곧 사건이 일어나는 원인이 됐고, 이에 더욱 몰입하게 했으며, 극의 개연성이 됐다.

매일 직원들에게 무시당하고, 잔심부름에 휘둘리는 이선심의 어수룩함은, 부모님의 선산을 담보로 대출받고 언니 이진심(정수영)의 적금을 깨 없는 돈까지 끌어 모으게 되는 이유였고, 믿고 의지하던 구지나에게 손쉽게 넘어가게 된 이유였다. 또 자신을 위하는 말이었음에도 밟힌 것에 꿈틀 해 사장까지 하겠다고 나서는 계기였다.


주인공의 뚜렷한 캐릭터로 사건에 대한 개연성을 깔아놓은 ‘청일전자 미쓰리’는 현실적인 문제와 일상에 없을 판타지를 적절히 배합해 몰입도와 흥미를 동시에 유발했다. 청일전자는 대기업의 횡포에 지쳐버렸고, 갑의 횡포에 지친 을의 화가 향하는 곳은 병이 됐다. 갑질의 대물림에 하청업체는 등이 터지는 리얼한 현실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슬픈 현실에 녹인 판타지는 유쾌함을 선사했다. 동생의 섭섭함 토로에 만기를 코앞에 둔 적금을 깨는 언니, 창고에 쌓인 청소기를 팔기 위해 새 사장을 뽑는 방식이 빈 소주병 돌리기 게임이 되는 청일전자 사람들의 모습은 현실에서 보기 힘든 판타지였다. 이는 어리숙하지만 세상 해맑은 이선심이 주는 에너지와 더불어, 그가 끌어가는 주위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들을 더욱 유쾌하게 만드는 힘이 됐다.

주인공 이선심 역을 맡은 이혜리를 비롯해 이날 활약한 청일전자 직원 역의 배우들이 보여준 연기 합도 성공적이었다. 까칠한 유진욱 부장 역의 김상경을 시작으로 사장 오만복 역의 김응수, 작업반장 최영자 역의 백지원, 워킹대디 송영훈 역의 이화룡, 사장 아들 오필립 역의 김도연, 사람만 좋은 명인호 대리 역의 김기남, 김하나 역의 박경혜 등 청일전자를 이끄는 직원들의 ‘케미’는 청일전자에서 그려질 앞으로의 이야기를 더욱 기대케 했다.

말단 경리 이선심이 초짜 사장이 되고 유진욱의 그의 까칠한 멘토가 되는 주요 스토리 라인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현실 공감과 유쾌한 유머코드가 벌써부터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며 본격적으로 그려낼 회사 소생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청일전자 미쓰리’가 입소문을 타고 더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N ‘청일전자 미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