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전계수 감독이 전작과는 결이 다른 흔들리는 현대인의 감정을 쫓는 영화로 돌아왔다.

영화 ‘버티고’(감독 전계수·제작 영화사도로시)의 언론 시사회가 11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이날 언론 시사회 이후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는 배우 천우희, 유태오, 정재광을 비롯해 전계수 감독이 참석했다.

‘버티고’는 현기증 나는 일상,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서영(천우희)이 창 밖의 로프공과 마주하게 되는 아찔한 고공 감성 영화다.

◆ 감독의 경험으로 시작된 이야기
영화는 도심 속 아찔하게 높은 고층 빌딩이라는 장소를 독특하게 활용한다. 고층에서 느끼는 사람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위태롭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인물들과 유리창 밖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한 사람의 시선을 통해 담아냈다.

전계수 감독은 3년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느끼고 경험한 바를 시나리오를 썼다. 그럼에도 전 감독은 주인공을 남성이 아닌 여성으로 설정했다. 이에 대해 전 감독은 “내가 객관성을 잃을 것 같아서 여성을 주인공으로 했다”고 말했다. 또한 시선 자체가 섬세하게 그려지길 바랐다. 특히 같은 나이대의 젊은 직장인 여성으로 설정을 해야 보편적이고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서영을 제외한 직장 상사, 동료는 내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만난 이들에게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천우희는 ‘버티고’에 대해 한 인물의 이야기지만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가족이건 사회 생활이건 서영에게 줄이 하나씩 이어져 있는데 영화가 흘러가면서 하나씩 끊어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렇게 모든 끈이 끊어진 서영이 낙하를 하는 순간 외부에 누군가에게 구원을 받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 30대 공감할 만한 캐릭터
천우희는 극 중 비밀스러운 사내연애를 하며 현기증에 시달리고 있는 계약직 서영을 연기했다. 영화 ‘레토’,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배가본드’로 얼굴을 알린 유태오는 회사에서 유능한 직원이자 서영의 연인으로 등장해 섬세한 연기를 펼쳤다. 또한 건물 외벽 청소를 하는 로프공이자 밖에서 이들을 지켜보는 남자 관우는 신예배우 정재광이 맡았다.

천우희는 서영을 연기함에 있어서 30대에게 가깝게 느껴지도록 표현하려고 했다. 그는 “현실에서 느낀 감정을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했다. 또한 서영이라는 캐릭터가 극한의 감정을 쌓아가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현장에서 감정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정재광은 자신이 연기한 관우라는 인물에 대해 “삶의 의지가 담긴 천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전 감독이나 천우희에게 천사에 대한 자료를 받아 검토를 하면서 표현을 하려고 했다고 했다. 유태오는 진수라는 인물에 대해 “서영에게 동질감을 느꼈던 것 같다. 진수한테 서영은 안정감의 상징인 것 같다”고 설명을 했다.


전계수 감독은 2006년 영화 ‘삼거리 극장’을 통해 데뷔를 했다. 전 감독은 ‘러브픽션’을 통해 독특하고 생동감 잇는 캐릭터들의 연애담을 그려냈다. 전 감독은 ‘버티고’를 두고 일반적인 영화처럼 서사의 단단함에 기대는 작품이 아니라고 했다. 이 영화는 감각을 상실한 현대 여성이 다시 회복하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영상과 사운드를 통해 서영이라는 인물의 내면을 담아낸다. 그렇기에 영화 동력은 서사이기 보다는 서영이라는 인물의 감정, 그리고 감각이 부서지고 흔들리는 감각에 있다. 전 감독은 “무모한 욕심을 부렸다. 그래서 이런 식의 시도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고 했다.

영화는 17일 개봉한다.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