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CJ ENM 계열 방송사 엠넷(Mnet)의 ‘프로듀스’ 시리즈가 조작으로 연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대국민 오디션을 표방한 만큼, 조작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조작의 주체인 제작진과 방송사 대신,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그룹들만이 먹잇감이 된 모양새다. 제작진의 개입의 정도와 시기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실체도 없는 ‘진짜 순위’에 연연하기보다, 가짜 순위를 만든 이들에게 화살의 방향을 조준해야 할 때다.

지난 5일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김용범CP는 ‘프로듀스 101 시즌2’의 시청자 투표 결과를 조작, 최종 데뷔조에 든 A 연습생이 아닌, B 연습생을 데뷔 조에 들게 해 워너원으로 데뷔시켰다. 안준영PD는 ‘프로듀스 101’ 시즌1과 시즌2의 1차 탈락자 결정 당시 투표 결과를 임의로 바꿔 순위를 조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준영PD와 김용범CP는 시즌3와 시즌4에서는 최종 데뷔조에 들 연습생 12명을 미리 정해두고, 순위를 임의로 결정했다. ‘프로듀스’ 전 시즌에 걸쳐 조작을 한 셈이다.

시즌3와 시즌4의 조작 논란은 일파만파 커져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그룹 아이즈원과 엑스원은 활동에 직격타를 맞았다. 두 그룹의 활동은 정지된 채, 결과 없이 시간만 하염없이 흐르고 있다. 이 가운데, 5일 공소장 내용이 공개되면서 시즌2를 통해 탄생돼 이미 활동을 마친 워너원까지 프로듀스 조작 논란에 소환됐다.

조작 논란이 재점화 될 때마다 아이러니하게도 비난 여론은 조작 당사자가 아닌 그룹에게 향하고 있다. 데뷔해 수혜를 받았다는 이유인데, 그들이 조작에 가담했는지도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비난을 받는 것은 합당치 않다. 수사 과정에서도 제작진의 혐의, 혹은 일부 소속사와의 유착이 드러났을 뿐이다.

제작진의 개입이 있었고, 제작진과 소속사의 유착이 있었을 뿐 연습생들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프로듀스’를 통해 탄생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룹의 멤버들은 가장 큰 비난을 받고 있다. 윗선의 조작이라는 것이 드러났지만, 관심의 대상은 엑스원, 아이즈원, 워너원 등의 그룹에서 그치고 있다.

자신들이 저지르지 않은 잘못으로 비난에 직면한 이들이 있음에도, CJ ENM과 엠넷 측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피해를 본 연습생들, 그리고 순위 조작 꼬리표를 달게 된 그룹들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없이 시간이 흘렀고, 엠넷 측은 자신들만의 큰 축제인 ‘2019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 하루 전인 3일에서야 사과와 함께 “아무 잘못 없는 아티스트들과 연습생들에게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배려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당부의 말을 명시했다.

특히 각각의 ‘프로듀스’ 시리즈에서 제작진의 개입이 언제, 어디서부터 있었는가도 정확히 파악이 되지 않는 상황. 이 ‘진짜 순위’라는 것을 가려내는 것 역시 사실상 쉽지 않다. 중요한 건 피해를 받은 이들이 원하는 합당한 보상과 일련의 사태로 멈춰버린 그룹들, 빛바랜 영광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 그룹들에 대한 대책. 어떤 이를 새로운 먹잇감으로 만들 게 아니라, 사태를 만들고 그룹을 방패삼아 숨어버린 조작 당사자를 밖으로 끌어내야 할 때다.

한편 이번 공소장과 관련해서도 엠넷 측은 6일 티브이데일리에 “아직 공소장을 확인하지 못 했다. 열람 후에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과연 엠넷은 얼마나 더 많은 피해가 늘어난 후에야 확실한 입장을 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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