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사고의 피해자인 웬디는 쏙 빠진 사과를 전한 SBS, 출연자들 간 '장난'으로 사건을 치부한 EBS의 사과까지. 무엇이 중한지 모르고 '일단 뱉고 보는' 사과는 오히려 대중의 화를 키웠다.

지난 25일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측은 'SBS 가요대전' 리허설 도중 레드벨벳 웬디가 부상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음을 알렸다. 소속사에 따르면 웬디는 얼굴 부위 부상 및 오른쪽 골반과 손목 골절이라는 의료진 소견을 받았다. 이에 웬디는 예정된 유닛 무대에 서지 못했고 레드벨벳은 생방송에 참석하지 않았다.

SM에 이어 SBS도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날 SBS는 "25일 '2019 SBS 가요대전' 사전 리허설 중 레드벨벳 웬디가 부상을 입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레드벨벳이 가요대전 생방송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되어 팬 여러분 및 시청자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레드벨벳 웬디의 빠른 쾌유를 바라며, 향후 SBS는 안전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겠습니다"라는 네 줄의 공식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그들의 입장에는 가장 중요한 사고 당사자 웬디에 대한 사과가 쏙 빠져 대중의 공분을 샀다. 레드벨벳 팬들 역시 현장 대처 미숙에 대한 부분, 웬디에 대한 사과가 빠진 점들을 비판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여기에 더해 SBS 측에서 레드벨벳의 생방송 무대가 취소됐다는 이유로 약 400여 석인 레드벨벳 팬석을 일방적으로 비우게 한 '강제 해산'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앞서 11일에는 EBS가 잘못된 사과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보니하니' 라이브 방송 중 최영수, 박동근이 채연(하니)에게 위협적인 행동, 욕설을 한 것을 두고 "매일 생방송을 진행하며 출연자들끼리 허물없이 지내다 보니 어제는 심한 장난으로 이어졌다"는 말도 안 되는 해명을 한 것. 채연이 당한 위협적인 행동보다 문제의 행동을 가한 이들을 감싸는듯한 사과는 오히려 화를 불렀다.

사고가 발생 했으니, '일단 뱉고 보자' 식의 사과에는 가장 중요한 것들이 빠져 있는 셈이다. SBS 측은 자신들의 연말 행사를 위해 무대를 준비하다 다친 아티스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느껴지지 않는 사과를 전했다. 또한 팬들을 일방적으로 해산시킴으로써 "팬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는 말의 진정성까지 의심케 했다.

웬디가 속한 레드벨벳은 신곡 '싸이코'로 컴백한 지 단 3일째에 이와 같은 사고를 당했다. SBS의 축제는 25일 단 하루였지만, 아티스트는 앞으로의 활동에 '강제'로 빨간불을 켜게 됐다.

자신들의 축제가 끝이 났다고 해서, 엎드려 절 받기 식의 사과를 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사과 같지 않은 사과로 화를 키운 SBS는 아티스트의 부주의가 아닌 현장 대처 미숙에 대한 부분을 확실히 짚고, 자신들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은 웬디 본인에게도 사과다운 사과를 전해야 할 것이다.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