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하루종일 붙어 있는데, 갈등이 없을 수가 없죠."

그룹 내 불화는 연예계 태초부터 있던 일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뜻을 모아 하는 일인 만큼,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만큼, 그룹 내 멤버들 간의 불화는 피할 수 없다.

한 숙소에서 생활까지 같이 하는 문화가 아이돌 연예 기획사 사이에서 일반적인 것으로 자리잡으면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도 더 많아졌다. 반드시 일과 관련된 갈등뿐만 아니라, 생활 습관 등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 가요계 관계자 A씨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특별한 게 아니라, 비연예인들도 다른 사람과 살다보면 갈등을 겪지 않나"라며 갈등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가요계 관계자 B씨는 아이돌 그룹 내 갈등에 대해 "멤버가 많은 그룹의 경우, 두세명씩 끼리끼리 더 친하게 지내면서 그 안에서도 소그룹이 생긴다. 그런데 그 소그룹도 시간이 지나면 계속 바뀐다. ㄱ와 ㄴ이 함께 다녔다가도 ㄴ과 ㄷ이 더 친해지기도 하고 그렇다"고 설명했다.

아이돌 1세대인 그룹 신화는 이같은 팀 내 갈등을 전면적으로 드러내 유쾌하게 승화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신화 멤버들은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주먹다짐도 했었다"며 과거 갈등을 솔직하게 이야기한 바 있다. 다만 이들은 "많이 싸워봐야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며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팀워크를 다졌다고 해 긍정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그룹 핑클 역시 과거 갈등을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고백했다. '캠핑클럽'에 출연했던 네 사람은 당시 서로에 대한 오해, 드러낼 수 없었지만 품고 있었던 속내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훈훈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추억으로 회상하며 서로 웃을 정도를 넘어선 갈등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간사의 자연스러운 갈등'이라고 치부하고 넘길 수 없다. 최근 그룹 AOA 출신 민아는 과거 팀 활동 시절 괴롭힘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자신을 괴롭힌 사람이 다름 아닌 팀의 리더 지민이었다고 지목하면서 AOA 팀 내 불화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민아는 불면증, 우울증 등을 호소하며 지민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지민과 다른 멤버들이 민아를 찾아가 사과했다. 하지만 갈등은 봉합되지 못 했고, 지민이 팀 탈퇴를 선언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지민와 다른 멤버들 뿐만 아니라, 이들을 관리한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멤버들의 일상까지 '매니지먼트'하는 소속사가 그룹 내 한 명의 멤버가 정신적 피해를 입을 때까지 갈등을 방관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는 AOA와 FNC엔터테인먼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아이돌 연예 기획사들이 그룹 내 갈등을 중재할 만한 제도, 해결 방안 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 C 가요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그룹 내 갈등이 발생했을 때 회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가 어렵다. 한 쪽의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더 상황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예기획사와 아이돌 멤버의 관계는 겉으로는 비즈니스 파트너지만, 기획사는 어린 시절부터 멤버를 연습시키고 성장시키는 선생님이자 양육자의 역할을 맡고 있다. 더욱이 데뷔 후에는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매니지먼트'라는 명목 하에 관리한다. 그렇다면 그룹 내 갈등, 이로 인한 멤버들의 정신적인 피해 등에 대한 책임도 연예기획사들은 피할 수 없다. 아이돌 산업이 점차 성장하고 그룹들이 더 많아지는 만큼, 연예기획사들은 더 성숙한 그룹 문화 육성에 앞장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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