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호텔 델루나’를 시작으로 ‘18 어게인’까지. 데뷔 4년 차의 신예이지만 이도현은 다양한 얼굴로 안방극장을 찾으며 빠르게 자신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도현이 이토록 급속도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진심이 가진 힘이 컸다. 이도현의 바람은 ‘사람을 살리는 배우가 되는 것’이었다.

이도현은 지난 10일 종영한 JTBC 월화드라마 ‘18 어게인’(극본 김도연·연출 하병훈)에서 이혼 직전에 18년 전 리즈 시절로 돌아간 남편 고우영 역으로 분했다.

먼저 “다들 건강하게 안 다치고 끝이 나서 다행이다. 한편으로는 더 이상 ‘18 어게인’이라는 작품을, 고우영이라는 캐릭터를 보여드릴 수 없음에 아쉽기도 하다”는 종영 소감을 전한 이도현은 “개인적으론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엔딩이었다. 원작 ‘17 어게인’의 엔딩 역시 좋았지만, ‘18 어게인’은 조금 더 가족의 소중함이 돋보이게끔 각색된 것 같다. 시청자분들이 ‘18 어게인’을 보시며 가족분들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면 의미는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나 ‘18 어게인’은 첫 주연작이라는 점에서 그에게 큰 의미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부담도 함께했다고. 이도현은 “항상 꿈꿔오던 것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되면 기분이 좋을 줄 알았다. 그런데 출연 확정 소식이 들려오니 덜컥하더라.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무서웠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이도현은 인기 영화를 원작으로 한 점 역시 부담이 됐다면서 “잭 애프론이 연기한 역할을 해내야 했기 때문에, ‘과연 이걸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비교되진 않을까’ 하는 마음이 컸다”고 토로했다.

이도현은 이러한 부담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겨냈다. “부담이 되면 될수록 대본에 더 파고들었다”는 이도현은 “출연이 결정된 이후론 계속 대본만 읽었던 것 같다. 지인으로부터 ‘부담이 될 땐 대본을 많이 보면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말이 공감이 돼 대본만 읽었던 것 같다. 그런 식으로 대본만 읽다 보니 부담감이 책임감으로 바뀌었다. 절대 민폐를 끼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대본을 들고 살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원작이 있지만 원작은 물론, 다른 작품의 캐릭터들도 참고하지 않았단다. 그저 고우영의 원래 모습인 홍대영 역의 윤상현을 잘 재현해내려 노력했다고. 이도현은 “윤상현 선배처럼 보이지 않는다면 극의 몰입도가 떨어질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윤상현 선배의 걸음걸이나 말투, 습관들을 사석에서 캐치하려고 노력했다. 선배가 따로 말씀해 주신 팁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너무 ‘아재’ 같기만 해도 이상할 것 같았다”는 이도현은 “너무 아저씨 면모만 있으면 김하늘 선배와 멜로신을 찍는 데 있어서 집중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덕진(김강현), 시우(려운), 시아(노의정)과 이야기할 때와, 다정(김하늘)이와 있을 때 색을 최대한 다르게 보이도록 했다. 톤이나 걸음걸이 같은 경우에도, 다정이와 있을 땐 멋있어 보일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디테일을 더 집중해서 연구했다”고 전했다.

“윤상현 선배님에 대해 연구하다 보니 비슷한 점도 많이 찾았어요. 일단 장난기가 많은 부분이 비슷했죠. 선배님이 장난꾸러기 기질이 있으시다 보니, 등장만 하시면 현장이 활발해졌어요. 그런 부분들은 저한테도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연륜에서 오는 멋이나 너스레 같은 경우엔 아직 한참 부족한 것 같아요.”

이도현은 고우영이라는 캐릭터를 그려나가는 데 있어 제작진의 도움도 컸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이도현은 “대본 자체가 한국에 맞춰 각색이 되고 영화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다 보니, 걱정보단 수월하게 저만의 우영이라는 캐릭터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감독님과도 많은 얘기를 나누며 고우영을 섬세하게 그려나갔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렇게 고우영의 감정부터 행동까지 철저히 준비한 이도현이다. 연기에 대한 열정만큼은 수십 년 경력의 배우가 부럽지 않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도현은 데뷔한 지 아직 3년 밖에 되지 않은 신예다. 그럼에도 이도현은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호텔 델루나’ ‘위대한 쇼’ 등 굵직굵직한 작품에 출연하며 준수한 연기력으로 안방극장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도현은 고교 시절 처음으로 배우라는 꿈을 꿨다고 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고, 이도현은 “어머니와 작당모의를 해 몰래 연기 학원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연기 공부를 시작했지만, 이도현은 대학교 진학을 위해 다시 한번 아버지를 설득했야 했다. 이도현은 “그때 내가 출연하는 공연에 아버지를 초대해서 연기를 보여드렸다”면서 “선생님께도 부탁해서 함께 설득했다. 결국 아버지가 ‘한 번 해봐라’라고 하셔서 본격적으로 연기의 길을 걷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도현이 배우의 길을 가야겠다고 확신한 건 이로부터 몇 년이 지난 뒤에서였다. “한 관람객의 말 한마디로 배우의 길을 다짐하게 됐다”고.

“대학교 때 한 작품을 하게 됐는데,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았었어요. 그런데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 너무 컸던 탓에 무대를 망쳤죠. 연기를 정말 못했어요. 그런데 관람객 중 한 분이 공연을 너무 잘 봤다고 해주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가슴속에 뭔가 팍 꽂혔어요. ‘좋은 기운을 전달해드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다면 4년 차 배우 이도현에게 있어 지난 3년은 어땠을까. 이도현은 “감개무량할 뿐”이라면서 “제가 뭐라고 이렇게 과분한 사랑을 받는지, 그저 감사할 분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 싶다. 또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지난 3년은 너무 만족스럽고 감사했어요. 이렇게 빠르게 주인공이라는 자리를 잡은 것도, 이렇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는 것도 진짜 천운이라고 생각해요. 운과 인복이 좋은 것 같아요.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난 것 같아요.”

이어 이도현은 앞으로의 10년을 바라보며 “사람을 살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면서 “누군가가 제 작품을 보시고 ‘한 번 더 힘든 인생을 다시 살아가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또 그런 힘을 제가 줄 수 있다면 배우로서는 의미를 다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18 어게인’ 역시 많은 분들에게 그런 작품으로 남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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