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김기덕 감독이 라트비아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향년 60세. 갑작스럽게 사망 소식이 전해졌지만 영화계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인의 생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영화 ‘기생충’의 영어 자막 번역가이자 평론가인 달시 파켓은 지난 12일 자신의 SNS에 “김기덕 감독의 성폭력 의혹을 다룬 프로그램이 한국 TV를 통해 방영된 이후, 나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가르치는 것을 중단했다. 만약 누군가의 삶에서 그런 끔찍한 폭력을 행사한다면 그를 기리는 건 잘못된 일”이라며 “나는 그가 천재든 아니든 상관이 없다. 그리고 나는 그가 천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뜻을 밝혔다.

또 다른 영화 평론가인 피어스 콘란도 SNS에 “그가 촬영장에서 했던 끔찍한 행위에 대한 언급 없이 그에 대한 애도가 (특히 서양권에서) 쏟아지는 것을 보고 굉장히 슬펐다. 그가 영화계에 기여한 공로는 절대 잊어선 안 되겠지만, ‘괴물 같은 성폭력’의 희생자들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국내 영화계에서 고(故) 김기덕 감독의 죽음에 대해 언급한 인사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는 고인의 생전 말로가 불미스런 일들로 얼룩진 것과 맞물린다.

고 김기덕 감독은 2017년 배우를 폭행하고 성추행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여배우 A씨는 김기덕 감독을 폭행, 강요 및 강제추행치상 등 혐의로 고소했다. 김기덕 감독이 모 영화를 촬영하던 중 자신의 뺨을 때렸고, 대본에 없던 베드신 촬영을 강요했다는 주장이다.

다음 해인 2018년에는 MBC ‘PD수첩’ 제작진이 ‘거장의 민낯’ 편을 통해 김기덕 감독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배우들의 증언을 방송했다. 폭행과 성폭력을 당했다는 여배우들의 증언이 줄을 이었다. 김기덕 감독은 모든 것이 허위 주장이라며 MBC제작진은 물론 성폭력 주장 여배우를 상대로 10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MBC의 손을 들어줬다.

함께 가해자로 지목된 조재현이 두문분출하는 것과 달리 고 김기덕 감독은 항소를 거듭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런 움직임은 여론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김기덕 감독은 일련의 논란들로 국내에서 활동하지 못하고 해외에 눈을 돌렸다. 유작이 된 '디졸브'는 카자흐스탄에서 러시아어로 촬영한 작품이다.

세계 3대 영화제 본상을 휩쓴 유일한 한국 감독이자 논란으로 얼룩진 그의 인생은 영욕으로 가득했다. 영화계는 물론 대중도 그의 죽음에 선뜻 애도를 표하지 않고 있다. 대중의 침묵이야 말로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한 인간의 말로가 얼마나 쓸쓸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고인의 시신은 라트비아에서 화장된다. 현지 대사관이 장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유골은 국내 유족의 품으로 송환된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정정보도문]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 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 잡습니다.
해당 정정보도는 영화 ‘뫼비우스’에서 하차한 여배우 A씨측 요구에 따른 것입니다.

본지는 2018. 6. 3. < 김기덕 감독, 성폭력 주장 ‘PD수첩’ 제작진 외 여배우A씨 고소>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것을 비롯하여, 약 30회에 걸쳐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하였으나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가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하였다는 내용으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다고 보도하고, 위 여배우가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뫼비우스 영화에 출연하였다가 중도에 하차한 여배 우는 ‘김기덕이 시나리오와 관계없이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하고 뺨을 3회 때렸다는 등’의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을 뿐, 베드신 촬영을 강요하였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 여배우는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은 사실이 전혀 없으며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한 피해자는 제3자이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