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원 더 우먼’ 이하늬, 캐릭터가 배우를 잘 만나면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1. 10.18(월)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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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배우가 지닌 독보적인 매력이 그 자체로 캐릭터가 되는 경우가 있다. 보통은 배우가 캐릭터를 잘 만났다고들 말하는데, 이 때만큼은 다르다. 캐릭터가 배우를 잘 만나, 본인도 미처 몰랐던 매혹적인 모양새를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 코미디 영화의 완벽한 부활을 알린 ‘극한직업’에서 마약반의 홍일점 ‘장형사’를 맡은 배우 ‘이하늬’는 첫 등장부터 인상적이었다. 환기구를 발로 차 멋있는 액션과 함께 범인의 목덜미를 잡아챌 줄 알았는데 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욕설 섞인 구수한 입담만 주고받는다. 그야말로 획기적인 여성 캐릭터의 출연으로 영화를 보던 모든 이들이 그녀에게 순식간에 압도될 수밖에 없었으리라.

당시 이하늬는 지적이고 세련된 여성미의 대명사격 배우로 인식되고 있던 터라 그녀가 화려한 외모 대신 수수하고 털털한 모습으로 액션이 가미된 코믹 연기를 펼칠 줄은, 그것도 제대로 해낼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배우 본인과 그녀를 섭외한 감독, 함께 작업을 한 이들 외에는 거의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았을까. 하지만 상영관에서 맞닥뜨린 그녀는 익히 알던 이하늬가 아닌, 장형사 그 자체였다.

마치 제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워 어쩌면 그녀가 구현한 역할 중 배우의 본체와 가장 가까운 캐릭터일 수도 있겠다 싶긴 했다. 그런데 장형사가 신호탄이 되어, 이어 장형사보단 세련되고 아름답지만 장형사만큼 유쾌하고 통쾌한 성격에 강한 내면을 지닌, ‘열혈사제’의 검사 ‘박경선’을 연기하는 것을 보며 깨달았다. 배우만 캐릭터 덕을 본 게 아니라 캐릭터 또한 합이 잘 맞는 배우를 만난 덕에 힘껏 날아 올랐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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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목표를 위해 필요 하에 고개를 숙일 뿐, 윗 권력에 주눅 들거나 기가 죽지 않으며 당연히 사회가 규정한 틀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본인이 쌓아온 삶의 주관과 가치관, 세계관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 자신의 실수나 잘못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돌아볼 줄 아는 자아 성찰적 인간이다. 그렇다고 사람이 너무 진지하거나 무겁지도 않다. 이게 강점인데, 어떤 극악한 상황에서도 본연의 천연덕스러움과 유쾌함을 잃지 않고 그 힘으로 돌파해 나가고 만다.

장형사로 시작하여 박경선,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원 더 우먼’의 ‘조연주’에 이르기까지, 이하늬가 빚어내고 있는 캐릭터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시청자들로서는 신뢰가 갈 수밖에 없는 인물상이라 하겠다. 웬만해선 변질되지도, 좌절하거나 절망하지도 않아서, 설사 그러한 형편이 찾아온다 해도 상쾌하게 욕 한 번 내뱉고서 툭툭 털며 일어날 테니 끝까지 믿고 따라갈만 하기 때문이다.

정리된 글로 보면 상당히 단출하게 여겨질 수 있겠다만 현실에서도 찾아보기 쉽지 않은 유형의 인물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완벽한 설득력을 부여하기 새삼 어려운 캐릭터다. 그러나 이 역할이 운명적으로 이하늬에게 주어지면서 그녀 고유의 것과 버무려지자 실재적 생동감을 얻게 되었고 그 결과 대중에게 독보적인 매력의 캐릭터로 거대한 사랑을 받는 자리에까지 오른 것이다.

이제 누구도 그녀가 구축한 영역을 쉽게 넘볼 수 없다. 드라마 ‘빈센조’에서 유사한 영역의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전여빈도 이하늬의 영향력을 경험해야 했으니 말 다한 셈이다. 그야말로 배우계의 진정한 ‘원 더 우먼’(one the woman)이다. 혹자는 이제 익숙해져 진부하다 할 수 있겠다만 대중에게 자신만이 가능한 캐릭터의 범위를 인식시켰다는 것은 배우로서 영예로운 일이자 든든한 자산이다. 이것을 도움발 삼아 또 다른 영역을 일구어낼 테니까.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영화 '극한직업', SBS '열혈사제', '원 더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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