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데뷔 20년 만에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완성한 캐릭터이기에 자신에게 쏟아지는 연기 호평과 인기가 너무나 감사할 뿐이라는 김지훈이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극본 류용재·연출 김홍선)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와 각기 다른 개성 및 능력을 지닌 강도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벌이는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그린 작품. 극 중 김지훈은 거친 성격을 가졌지만 윤미선(이주빈) 앞에선 무장 해제되는 덴버 역을 연기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스페인의 원작 '종이의 집'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 넷플릭스에서 무려 5개의 시즌으로 제작됐을 만큼 큰 인기를 자랑한다. 때문에 "덴버 역을 연기하는 데 있어 부담이 없을 수 없었다"라는 김지훈은 "원작이 워낙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었고 덴버라는 캐릭터도 유니크하지 않냐. 리메이크라는 점에서 비교당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갖고 있다 보니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대본을 보고 부담감을 조금은 덜 수 있었다"는 그는 "물론 같은 캐릭터이지만 언어와 정서가 다르고 주어진 상황과 시간대도 다르다 보니 새로운 캐릭터를 그려나갈 수 있겠다 싶었다. 원작도 원작이지만 대본 속 덴버에 더 충실하고 확실하게 표현해야겠다 싶었다"고 전했다.

김지훈이 덴버를 연기하며 가장 큰 매력으로 느꼈던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김지훈은 "덴버 역을 연기해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종이의 집' 캐릭터 중 가장 큰 매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순수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모멘트도 있고, 굉장히 거칠고 상남자 같은 면모도 있지 않냐.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여자 앞에선 순수한데 정말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캐릭터라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 나오는 인물들이 대체적으로 진지한데 덴버는 유일하게 편하고 위트 있게 말할 수 있는 캐릭터다. 저희 작품에서 쉼표 같은 역할이지 않았나 싶다"면서 "그래서 굳이 다른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덴버만한 역할이 없었다"라며 덴버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지훈은 덴버를 연기하며 가장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일단 사투리로 연기를 하는 게 어려웠다"라는 그는 "미리부터 사투리 연습을 시작했는데 마치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듯한 느낌이었다. 경상도 출신 선생님들에게 외국어 과외를 받듯 문장 하나하나를 사투리 억양으로 연습해갔다. 감이 좀 생기면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사투리의 변화무쌍함은 서울 사람으로서 예측이 도저히 불가하더라.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싶었는데 대사마다 억양이 새로웠다"면서 "사이먼 도미닉(쌈디)에게도 사투리 과외를 받기도 했다. 덴버는 표준어 느낌의 사투리보다는 조금 더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느낌을 내뱉을 것 같은데 쌈디의 말투가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다. 특별 과외를 받으면서 쌈디 특유의 억양으로 변경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를 추가하기도 했다. 정말 공을 들여서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힘든 점은 노출신에 있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1 말미 이주빈과의 파격적인 베드신이 있었던 것. 이를 위해 체중을 감량한 것은 물론, 상대 배우 이주빈과 오랫동안 걱정하는 시간을 가졌단다. 김지훈은 "물론 여자 배우분들은 특히 더 신경 쓰겠지만 남자 배우라고 몸매를 신경 쓰지 않을 순 없었다. 덴버 캐릭터 자체가 길거리 싸움꾼이기에 거기에 걸맞는 가다듬어진 몸을 보여주려 했다"면서 "베드신의 경우 이렇게 본격적으로 하는 건 처음이라 걱정이 많았다. 두 달 전부터 촬영 짬이 날 때 서로 어떻게 하냐고 걱정하기도 했다. 다만 미리부터 걱정을 많이 해서 그런지 막상 촬영할 땐 그냥 그 순간의 감정에 집중해서 정말 열심히 연기했던 것 같다. 덕분에 생각보다 촬영도 빨리 끝날 수 있었다. 하지만 둘 다 옷을 잘 안 입고 있으니 쉽사리 어떻게 나왔는지 모니터링을 할 수가 없더라. 나 혼자 한 거면 확인을 해볼 텐데 여자 배우가 노출하고 있는 상태니까 모니터링을 할 수가 없었다. 서로 궁금증을 안고 열심히 준비했다"라고 전했다.


이런 다양한 노력이 있었던 덕일까. 시청자들로부터 '인생캐'라는 극찬을 들을 정도로 김지훈은 연기만으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유튜브 등의 SNS에서 김지훈의 연기 칭찬이 쏟아질 정도.

김지훈은 이런 반응을 예상했냐는 물음에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기보다는 이런 반응을 바라고 기대했다.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또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어서 만든 역할이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촬영할 때는 어떻게 평가받을까를 섣불리 예상할 수 없지 않냐. '김지훈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다' '원작에 비해서 꿀리지 않는다'라는 평가를 받길 바랐는데 이렇게 좋게 평가해 주니 감사할 뿐이다"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이어 "글로벌하게 론칭되는 작품을 처음 접해봤는데 SNS 반응을 통해 파괴력이 엄청나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팔로워 수도 빠르게 늘고 있는 중인데, DM이 쏟아져서 처리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 반응들이 놀랍고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전했다.

다만 김지훈을 향한 호평과는 별개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작품 자체는 호불호 갈리는 평가를 받고 있는 중이다. "원작의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한국의 정서를 잘 녹여냈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던 것.

이에 대해 김지훈은 "호불호가 갈릴 거라는 건 이 작품을 시작하기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다. 워낙 원작이 훌륭하고 참신했던 작품이었기 때문에, 또 획기적인 아이디어들도 많이 들어있었기 때문에 원작을 사랑하던 시청자들 입장에선 아무래도 재미가 반감될 거라 생각했다. 원작 자체가 이미 세계적인 팬덤을 갖고 있는 훌륭한 작품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게 아닐까 싶다"라고 말하면서도 "다만 파트 2까지 공개된다면 지금보다는 평가가 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전 시즌을 한 번에 공개했다면 지금의 여론보다는 더 긍정적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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