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영화 '올드보이'에서 앳된 모습으로 등장했던 유연석이 어느새 '슬기로운 의사생활' '수리남' 등의 작품을 거쳐 데뷔 20주년이 됐다. 30대를 떠나보낸지도 2개월이 지났다. 이제 40대로서 새 출발을 하게 된 유연석은 "나이가 드니 책임감도 커지는 기분"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유연석이 하상수 역으로 활약한 JTBC 수목드라마 '사랑의 이해'(극본 이서현·연출 조영민)가 9일 밤 최종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사랑의 이해'는 각기 다른 이해(利害)를 가진 이들이 서로를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이해(理解)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멜로드라마.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연애 이야기에 가끔은 시청자들의 속을 답답하게 만드는 고구마 서사를 보여주기도 했으나, 무한한 공감을 이끌어내며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톱10 시리즈' 톱3에도 오르는 등 호평 속에 종영했다.

호불호 갈리는 평가에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유연석은 "우리 드라마가 물어볼 게 많은 드라마이더라. 대화방에도 보면 서로 어떨 것 같냐며 말이 많더라. 고구마가 있다 하더라도 답답함이 대화방과 게시판 등을 통해 승화되다 보니 좀 낫지 않았나, 그렇게 서로 언쟁을 높이면서 말할 수 있는 드라마이다 보니 인기를 끈 게 아닌가 싶다. 또 오히려 설득을 구하고 이해를 구하는 드라마가 아니다 보니 더 몰입하게 되고 궁금하게 된 거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주변 반응은 어땠을까. "실제로 주변 반응이 너무 좋고 잘 보고 있다는 연락도 많이 받아 신기했다"라는 그는 "솔직히 말하면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촬영을 진행하면서 모두의 사랑을 받진 못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기억에 남는 드라마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고, 방송 후 굉장히 좋은 반응이 많아 기분이 좋았다. 비교적 느린 템포의 드라마이고 대단한 시공간 초월 서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사랑해 주셔서 감사했다"라고 밝혔다.


극 중 유연석이 연기한 상수는 미경(금새록)과 사귀면서도 본능은 안수영(문가영)을 쫓는 인물. 보는 사람에 따라선 바람이라 보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유연석 역시 "충분히 그렇게 보일 수 있을 거라 봤다"라고 공감하면서도 "다만 걱정이 되거나 부담이 되진 않았다. '사랑의 이해'는 보지 않아야 할 부분까지 다 보여주는 드라마였고, 누군가에겐 숨겨야 할 생각과 감정들까지 다 보여주는 드라마라 봤다. 사랑을 하면서 연인에겐 숨겨야 하는 마음들도 내레이션을 통해 다 드러나지 않냐. 그럼에도 시청자들 입장에선 충분히 상수의 행동이 화가 나고 열불이 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상수를 연기하는 데 있어서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유연석은 "상수의 행동과 말을 이해하기보단 그의 감정에만 집중하려 노력했다"라며 "그저 상수는 '수영이를 향한 마음을 끊어내기 힘든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이해를 구하거나 설득하려고 하기보단 상수의 감정선을 이해하고 잘 전달하는 데에만 집중했다"라고 덧붙였다.


'사랑의 이해'는 보통의 연애를 꿈꾸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아, 서로의 감정의 정도가 맞지 않아 엇갈리게 되는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유연석은 '본인도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냐'라는 물음에 "물론해봤다. 나 역시 이런 아픈 사랑들을 했었다. 연애가 모든 순간이 기쁘기만 한 건 아니지 않냐. 또 연예인이라는 직업 때문에 늘 상대방에게 미안한 순간들이 있었다. 직업적으로 상대방이 날 필요로 할 때 바로 달려갈 수 없다 보니 미안한 순간들이 늘 있었다. 평범한 데이트를 하지 못한다는 점도 미안했다"라고 솔직히 답했다.

이어 '사랑의 이해' 이후 사랑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냐는 질문에 대해선 "아직까지도 사랑이 무엇이냐에 대해선 정확히 답하기 어려운 것 같다. 늘 생각하고 경험하지만 정의가 안 되는 게 사랑인 것 같다. 이해 안 되고 정의가 안 내려지는 게 사랑인가 싶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유연석은 '사랑의 이해'가 방송되는 동안 인생의 큰 변화를 맞기도 했다. 한국 나이로 올해 딱 마흔이 된 것. 유연석은 "서른이 됐을 때를 회상해 보면 '이젠 어리다'라는 취급 안 당하겠다 싶었는데 계속 어린 취급을 당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번 촬영을 하다 보니 날 선배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아졌더라. 이제는 진짜 어리지 않구나, 서툴다는 핑계를 대기 어려워졌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책임감이 느껴진다. 이젠 성숙함을 보여줘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물으니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늘 도망가지 않고 도전하는 걸 중요시 여겼다. 어떤 인물이 됐건, 장르가 됐던 해보지도 않고 후회하긴 싫다. 앞으로 더 다양한 캐릭터, 다양한 장르를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스타쉽엔터테인먼트(킹콩 by 스타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