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사' 조성하 "강약약강 '지질 대왕', 이런 악역은 처음이지만" [인터뷰]
2023. 03.12(일) 14:00
배우 조성하
배우 조성하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꽃중년'이라는 수식어를 최초로 부여받은 배우, 선인과 악인을 자유자재로 오갈 줄 아는 배우 조성하가 이번에는 '지질 대왕'이 됐다. 17% 시청률을 기록하며 안방극장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대행사' 속 대표 빌런으로 활약하며 시청자들을 만났다.

최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대행사'(극본 송수한·연출 이창민)는 VC그룹 최초로 여성 임원이 된 고아인(이보영)이 최초를 넘어 최고의 위치까지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그린 우아하게 처절한 광고대행사 오피스 드라마다. 조성하는 VC기획 상무인 최창수 캐릭터를 맡아 연기, 이보영과 대립각을 세우며 '강약약강'의 표본을 보여줬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조성하는 작품의 흥행으로 인한 흥분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시청률이 17.3%까지 올라왔다"라며 "작품과 인물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애정이 없었다면 이렇게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 싶다. 크게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이라고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부터 전했다. "큰 흥행까지는 예상하지 못했고, 그저 끝날 때쯤 10%만 넘었으면 했는데 정말 10%를 넘어설 줄은 몰랐다"라며 기쁨을 드러냈다.

조성하는 여러 걱정을 안고 '대행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창민 감독과 함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노력해 캐릭터를 만들었고, 모든 결과물을 시청한 뒤 여러분들의 반응을 보니 감사할 따름이다"라며 "이 감독은 이런 캐릭터가 너무 잘 어울린다며 앞으로 이 캐릭터를 계속 밀고 가라고 하더라. 이제는 이런 '지질 대왕' 같은 캐릭터에도 마음을 열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아직까지는 비슷한 대본이 들어오지 않았다"라며 웃어 보였다.

그는 "캐릭터를 그려낼 때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이 객관성이다. 관객이 봤을 때 어디까지 허용이 가능한가, 캐릭터가 어느 지점까지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한다. 이런 인물이 있을 법한 곳부터 생각하기 시작해 좀 더 구체적인 인물을 현실화해 가져 오려고 노력한다. 그런 힌트들이 없을 때는 내 상상력에 의지한다"라고 말했다.

"최창수라는 인물을 어떻게 해서건 있어 보이게 만들고, 고아인이나 다른 누가 봤을 때도 만만치 않은 인물로 만들어야 했어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최창수라는 벽을 넘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끔, 숙제 같은 인물로 존재하게 했어야 했죠. 그런데 매번 허술하게 빈틈을 많이 보여줬어요. 개인적으로는 초반 대본을 볼 때부터 '톰과 제리'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고, 그런 지점을 잘 살리면 독특한 재미를 만들 수 있겠다 싶었죠."

조성하는 "고아인이 주인공으로서 더 멋있게 보이려면 최창수 같은 악역이 잘해줘야 하지 않겠느냐. 처음에는 억척스러운 고아인에 비해 최창수가 조금 약해 보이는 게 아닌가 생각했고, 캐릭터를 어떤 방식으로 강화해야 고아인의 매력이 돋보이도록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최창수에 대해 "그릇은 괜찮지만 막상 들어있는 것이 별로 없는 인물이다. 부딪히고 싸우면 금방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캐릭터"라며 "평소에도 가장 싫어하는 것이 지질한 캐릭터다. 그런 역할은 하지 말자는 주의였는데 그야말로 '상지질이', '지질 대왕'을 정면으로 맞닥뜨렸다"라고 강조해 웃음을 자아냈다.

때문에 우선은 실제로 최창수 같은 인물이 현실에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캐릭터에 접근하기 시작했다는 조성하다. 그는 "아내가 직장 생활을 하니 자문을 구했는데, '이런 사람은 어딜 가나 있어'라고 하더라. 소위 '강약약강'인 사람들은 가는 곳마다 권력 정점 밑에 항상 도사리고 있다고 하더라. 자신 있게 연기해 나가도 되겠구나 싶었다"라고 말했다. "폴더 인사하는 모습도 처음에는 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직장에 가면 이런 사람들이 하나씩 있다고 하더라"며 "그래서 권 CD 같은 사람들도 많으냐고 물었더니 '그런 사람들이 제일 많아'라고 답하더라"라고 농담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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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의 또 다른 고민은 이 '강약약강'의 전형인 인물을 어떻게 하면 '적당히 강해 보이게' 그려낼지였다. 그는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려 봐도 캐릭터 간의 부딪힘이 생기고 자연스럽지 않더라. 가장 자연스러운 설정을 선택한 것이 지금의 최창수"라며 "야비함, 비열함 비아냥 등이 가장 어울릴 수 있는 연기 톤에 대해 고민했고, 평소 중저음인 목소리 톤을 많이 끌어올려서 가벼운 분위기, 얄미운 캐릭터를 그려내려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아인 쪽으로는 아예 TF팀이 꾸려져 있다. 다섯 명이 아주 옹골차고 빈틈이 없더라. 카피가 두 사람, 아이디어 뱅크도 있고 고아인 자체도 아이디어와 결단력이 좋은 사람이다. 그런데 최창수 옆에는 권 CD 뿐이다. 단 둘이 뭐가 되겠느냐"라고 자조적으로 말해 웃음을 더하기도 했다. "최창수가 백방으로 노력해서 정치하려고 해도 부딪힐 수밖에 없더라. 시도하고 넘어지고 그런 과정들이 많지 않았나 싶다"라며 "무엇보다도 내 눈에는 최창수도 바보 같았다. 비서실장의 대사에도 나왔지만, 경쟁자를 승진시키는 놈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 최고 라이벌을 승진시켜 놓고 유정석(장현석)까지 데려온다. 인물 자체가 그런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이고 거기까지 한계인지라 받아들이며 연기했지만 너무 바보 같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성하는 "고아인은 성공을 위해서 물불을 안 가린다. 약까지 먹어가면서 일을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명확한 인물이었고, 강한나도 처음에는 천방지축인 재벌 3세로 그려지지만, 나름대로 회사에서 자신의 포지션을 잡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명확하게 그려졌고, 조은정도 워킹맘으로서 가정사와 일을 병행해 나가야 한다는 고충이 잘 담겨 있었다"라며 "여성 캐릭터들을 정말 잘 그렸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에 비하면 최창수에 대한 설명은 너무도 부족했다. 물론 최창수도 한국대를 나와 항상 1등만 하는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서 대표 자리를 노린다는 설명은 있었지만 설정이 많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라며 나름대로 빈 설정을 채워 넣으려 했던 노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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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는 "'대행사'를 해서 제일 좋았던 건, 1회부터 16회까지 온 가족이 전부 모여 앉아서 거실에서 지켜본 첫 작품이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은 두 딸이 어려서 아빠가 출연한 영화를 함께 보지 못했던 탓이다. 휴대전화 케이스에 딸들의 증명사진을 넣어 늘 손에 들고 다닐 정도로 극진한 딸 사랑을 드러낸 조성하는 "딸들이 최근 들어 대학 졸업을 하고 사회인이 되면서 같이 방송을 볼 기회가 생기니까, 아빠가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구나 알아주는 것 같다. 가족들이 방송 끝나면 늘 너무 좋았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가족들에게 인정받고, 내 드라마를 가지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내게 감사하고 보람찬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의 사랑 덕에 '아, 이제 좀 배우를 내가 하는 것 같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야 배우 일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스스로를 '신인 배우'라고 지칭했다. "아무래도 내가 신인 배우이다 보니까 여기저기서 불러주셔 가지고. 이렇게 좋은 성과들이 끊어지지 않는 거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조성하는 "배우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지 않으냐. 불러주셔야 갈 수 있는 거고, 관객과 시청자들이 사랑해 주셔야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좋은 작품만 있다면 언제든 힘이 닿는 곳까지 연기하고 싶다"라는 '신인 배우' 다운 마음가짐을 전했다. "나이를 먹은 만큼 2, 30대 때 가졌던 마음가짐과는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닫고 있다. 마음을 내려놓고 정리하는 훈련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작품, 관객과 공감대를 많이 형성할 수 있는 작품,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라며 앞으로의 계획도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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