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우리가 자진해서 올라간 거야. 저 도마에 나만 올라가겠다고 보채기도 하고."

배우 고현정은 과거 씨네21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배우 배두나에게 이처럼 말했다. 여전히 같은 생각일까. 스타는, 정말 스스로 도마 위에 올라가는 사람들일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로 글로벌 시청자와 만나고 있는 고현정을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화제가 된 바 있는 '도마'에 대한 생각이 여전히 같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고현정은 "(연예인, 스타들은) 도마 위에 많이 오른다. 심지어 스스로 올라가고, 먼저 올라가고 싶어하고, 올라가고 싶어 안달이 나기도 한다"라며 "근데 올라가 보면 안다. 그 위에 올라가는 일이 얼마나 아픈 경험인가를"이라고 답했다.

의미심장한 고현정의 표정은 복잡 미묘했다. 긴 경험에서 온 깨달음과 체념. 상반된 무언의 감정들이 순식간에 그의 흰 얼굴을 스쳐갔다. 그 아픔은 아무도 모른다. 정말 얼마나 아픈 일인지를. 심지어 가족도, 혈육도 모른다. 아무리 그 감정을 설명해도 알 수가 없다. 오직 도마 위에 올라간 사람 만이 알 수 있다"고 덤덤하게 말하는 그다.

독한 장르물로 돌아 온 고현정은 전 보다 한결 유연해진 모습이다. 그는 "항상 작품으로 말하고 싶었는데, 제 개인사가 그것을 따라 잡지를 못한다. 부족한 것이기에 반성하고 있다"라며 "개인적으로 장르물을 정말 좋아해서 '마스크걸' 시나리오가 왔을 때 '그래, 이거야'라고 생각했다. 이런 대본이 왔다는 게 마냥 좋았다"며 작품을 결정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동명의 원작을 리메이크한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성형, 살인 등 자극적인 소재가 등장하는 장르물에 가까운 드라마다. 신인 이한별과 나나, 고현정이 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고현정은 파란만장한 인생을 사는 김모미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고현정은 "늘 비슷한 시나리오만 받는 편인데, 전과 다른 걸 하고 싶다. 절 두루두루 써줬으면 좋겠다"며 웃어보였다. 그는 극중 한모미의 외모 콤플렉스에 대해 ""사람들은 잘 모르는데 난 한 번도 1등을 해 본 적 없다"라며 "주인공처럼 외모 지상주의에 매몰된 사람은 아니지만 1등을 해본 적 없기에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리고 늘 배우는 외모로 평가를 받는다"고 밝혔다.

이어 "외모로 주변의 평가를 받는 건 주인공과 비슷하다.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꾸준히 사람들에게 외모를 평가 받는 직업이기에 지적을 받으면 반성하고 받아들이는 편"이라며 외모를 강요받는 일에 특별한 거부감은 없다고 전했다.

이한별, 나나, 고현정은 김모미라는 한 인물을 연기하지만, 배우가 바뀔 때 마다 캐릭터와 서사도 조금씩 달라진다. 고현정은 배우 마다 캐릭터가 변화한 설정에 대해 "세 배우가 김모미를 연기하는데 마지막에 제가 등장하는 이야기에서 모성이 불쑥 나오니 연결성을 궁금해 하시는 분이 많은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스스로의 인생을 돌이킬 때 20대와 30대, 40대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다르지 않나"라며 "많은 분들이 그럴 것이고, 그게 사람의 인생인 것 같다. 그런 점을 감안하고 보면 세 사람이 연결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현정은 "이 작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건 김모미의 딸 김미모라고 본다"며 "미모가 엄마의 영상, 모미의 어린 시절을 보는데, 그 때의 모미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품은 아이다. 시작을 품은 가능성 말이다. 그 영상이 의미하는 것으로 '마스크걸'의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고 본다"며 자신만의 감상평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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