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2005년 데뷔, 18년 필모그래피 총 8편, 그 중 10년은 휴식.

드라마 ‘하늘이시여’로 익숙한 배우 윤정희의 연기 커리어다. 2010년대 초반 임성한 작가의 뮤즈로 발탁돼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그는 활동 기간에 비해 경력이 부족하고 생활 노출도 적은 편이다. 하지만 윤정희를 평범한 배우로 보는 건 곤란하다. 굵직한 엔터 기업들의 지분을 보유한 ‘큰 손’이기 때문. 물론 이정재, 정우성 등과 같이 톱스타들이 지분을 확보해 주주가 돼 경영에 참여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다만 윤정희의 다른 점은 그에게 유독 남다른 ‘배경’이 있었다는 것이다. 무엇이 그를 ‘엔터 재테크 여왕‘으로 만들었을까.

윤정희는 SM엔터테인먼트(SM)의 '슈퍼 개미'다. 윤정희는 SM 주식 6만 7751주를 보유하고 있다. (22년 말 기준) 당시 시세로 48억 원 가량으로, 현재는 50억 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개인으로는 상당히 높은 보유액이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 3년 전부터 윤정희는 '재테크의 여왕'이었다. 윤정희는 그 해 지분을 보유한 제작사 바람픽처스가 카카오엔터테먼트(카카오)에 인수되면서 큰 시세 차익을 봤다. 카카오엔터는 자본금 1억 원 규모의 적자 회사 바람픽처스를 200억 원에 인수했다.

SM, 바람픽처스. 두 회사에는 윤정희의 월등한 투자 안목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공통 키워드가 있다. 예상대로 카카오엔터다. 윤정희의 투자중심에는 카카오엔터가 있고 그 안에는 윤정희의 남편이자 현 카카오엔터 이준호 투자전략부문장이 있다.

윤정희의 자산은 어쩌다 강제 공개된 것일까. SM을 둘러싼 카카오엔터와 하이브의 전쟁에서 비롯됐다. 지난 달 금융감독위원회 특사경은 올해 초 카카오엔터가 SM 경영권 확보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억 원을 투입, SM의 시세를 조종한 정황을 포착했다. 여파는 컸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 주요 인사들은 물론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전 의장 등 총 6명을 송치했다. 금감원과 검찰이 카카오 창업자까지 소환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검찰은 이 부문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의 아내 윤정희가 바람픽처스, SM 투자에 깊숙히 개입한 사실을 발견했다. 검찰은 이 부문장을 SM 시세 조종을 지휘한 카카오엔터 내 주요 인물 중 한 명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 부문장은 문제가 된 SM의 지분(2.9%) 매수한 사모펀드사 원아시아파트너스의 대표다. 이 회사는 카카오의 특수관계사로, 카카오는 원아시아파트너스의 A증권사 법인 창구를 통해 SM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SM의 주가는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를 크게 웃돌았고, 결국 하이브는 백기를 들고 SM 인수를 포기했다.

윤정희, 이 부문장 부부를 둘러싼 논란에 카카오엔터 내부도 술렁이고 있다. 다소 거침없는 표현이지만, 대기업을 다니는 남편이 회삿돈으로 작은 구멍 가게를 운영하는 아내에게 투자한 꼴인 탓이다. 검찰은 카카오엔터가 바람픽처스를 인수 대상으로 선정한 기준을 포함해 인수 비용 책정 기준과 자금 운용 내역 등을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이다. 카카오엔터가 술렁이는 또 다른 이유, 바람픽처스에 몰아 준 자본이 고스란히 회사의 영업 손실로 돌아와서다. 스타십, IST 등 일 년 내내 농사를 지은 계열사들의 성과도 빛을 보지 못했다.

윤정희는 이 모든 논란에 대해 일절 함구 중이다. 소속사 써브라임은 카카오엔터 인수 개입 여부 등을 묻는 티브이데일리에 "개인 정보라 알 수 없다. 회사는 연기자로 관리하는 것일 뿐배우에게 개인이 보유한 SM 지분율이나 바람픽처스 인수를 사전에 알고 있었냐고 묻기가 힘들다"며 답변을 피했다.

현재 검찰의 수사 과정을 통해 밝혀진 정황은 이렇다.

1. 윤정희는 바람픽처스의 단순 투자자가 아닌 창업자다. 윤정희는 2017년 자본금 1억 원을 들여 제작사 미디어메이커를 설립했다. 자본금이 개인 투자금인지는 확인 불가. 현 사명 바람픽처스는 카카오엔터가 인수하기 직전인 2019년 11월 변경됐다.

2. 그로부터 7개월 후 카카오엔터는 바람픽처스를 200억 원에 인수했다. 2020년 경제지들은 이 소식을 전하면서 카카오엔터(당시 카카오엠)가 무리한 투자를 진행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도 그럴것이 바람픽처스의 제작 이력은 카카오엔터 인수 직전 개봉된 '기억의 밤' 단 한 편 뿐이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제작한 비에이(BA)엔터테인먼트와 공동 제작사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외부는 윤정희가 이 부문장의 아내라는 사실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 바람픽처스는 인수 후에도 22억 원의 적자를 봤다. 그럼에도 카카오엠은 바람픽처스에 통 큰 투자를 실행했다. 200억 원의 증자를 단행한 것. 결국 카카오엔터가 바람픽처스에 들인 투자금은 총 400억 원. 검찰은 이를 이 부문장의 ‘횡령’으로 보고 있다.

3. 현 카카오엔터 김성수 대표도 바람픽처스 인수에 참여했다. 바람픽처스 인수는 이 부문장과 김 대표의 협업 결과물이다. 검찰은 "바람픽처스 인수 당시 이 부문장이 아내인 윤정희가 투자한 바람픽쳐스에 시세 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김 대표와 공모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정희가 실제 시세 차익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4. 윤정희의 SM 개인 투자자 지분율(2022년 기준)은 SM 터줏대감 보아, 강타 보다 월등하게 높다. 유 아 스틸 넘버원.

5. (확인되지 않은 사안이지만)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위 소식을 접한 김범수 전 의장, 현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은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엔터계 숨겨진 큰 손’ 윤정희가 시사하는 바가 또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1. 카카오엔터와 손잡고 ‘새로운, 다른 SM’을 위해 노력하던 임직원들은 허탈하다. 세습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한 이들 앞에 또 다른 카르텔이 업습했다.

2. 셀 수 없는 수많은 개미들의 엔터 기업 신뢰도에도 구멍이 생겼다. 호재든, 악재든 개미들이 '큰 손 윤정희’를 예상하는 건 불가능하다. 재무제표에 그런 기록은 없다.

3. 카카오엔터의 상장 가능성, 더 크게는 성장 가능성에 대한 업계의 시선이다. CJ ENM을 넘어 콘텐츠 제국을 꿈꾸던 카카오엔터의 민낯은 초라해 보인다. 김 위원장의 말대로 ‘혁신’이 필요하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