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김지현 기자] 그녀가 인터뷰 약속 장소로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온에어'의 오승아가 보였다. ‘좀 어렵겠는데’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쳤지만 인터뷰 내내 김하늘(31)은 예상 밖의 매력들을 뽐내며 배우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놨다.


그녀는 보통 사람보다 큰 검은 동공을 가지고 있었고, 거기엔 호기심 가득한 소녀의 영혼이 깃들어 있었다. 웃을 때는 한 없이 밝게 웃었고, 진지할 때는 한 없이 진지해졌으며 모든 대답엔 친절한 성의가 베어 있었다.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을 때 그녀의 큰 동공은 적합한 단어들을 찾아내기 위해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김하늘은 1996년 의류 브랜드 '스톰'의 모델로 데뷔한 후 영화 '바이준'으로 스크린 신고식을 치렀다. 당시 김하늘은 청순하고 가냘프지만 어두운 무언가가 굴직하게 깔려있는 어떤 독보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통해 밝은 이미지로 변신을 시도하더니 '로맨틱 코메디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충무로의 트로이카로 떠오른다. 하지만 김하늘은 대중이 요구하기 전 한 발 앞서 옷을 바꿔 입는 영리함이 있었다.


김하늘은 필모그라피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 거만하지만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톱스타 오승아로 변신해 코믹 배우의 이미지를 일순간에 털어냈다. 그리고 영화 '7급 공무원'으로 액션 배우에도 욕심을 냈으니 얼굴 바꾸기를 즐기는 김하늘은 천상 배우다.


가을 날씨로 쌀쌀한 어느 오후 김하늘에게 배우로서의 계획과 30대 여배우로서의 일상 등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7급 공무원’으로 아시아의 환대를 받고 왔다. 팬들 반응은 어떤가?


이번 아시아 프로모션은 정말 감동스러운 경험이었다. 베트남과 홍콩 등을 방문했는데 한국에서 혼자 짐작하는 것과 그들의 열정적인 반응을 직접 체험하고 오는 것은 사뭇 달랐다. ‘한번도 보지 못한 나를 왜 이렇게 응원해 주실까’하는 생각에 울컥 감동을 받았다.


베트남 현지 기자가 ‘김하늘 모르면 간첩’이라고 말했다. 또 홍콩에서 파파라치 표적이 됐는데?


반응이 참 적극적이라고 느낀 것이, 날 보자마자 팬들이 울기 시작하더라. 한국엔 그런 팬이 없어서 당황스러웠는데 결국 나도 울어버렸다. 너무 고마워서. 파파라치는 참 재밌고 신선한 경험이었다. 당시에는 전혀 몰랐는데, 아주 조그만 카메라를 골반 옆에 끼고 몰래 촬영한 것이더라. 신기하게도 밥 먹는 곳까지 다 따라왔다.


방송에서 우울증을 경험한 적 있다고 들었다. 지금은 어떤가?


(손사래를 치며) 에이, 설마 난 우울증 같은 거 키울 줄 모르는 사람이다. 그냥 잠시 우울했다고 언급한 것이 크게 와전되어 우울증이 심한 것처럼 보도됐는데 사실이 아니다. 난 밝고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이라 하루 슬프고 다음날 잊어버리는 타입이다. 그런게 정신 건강에 더 좋으니까.


연기자서의 삶 무엇이 어려운가?


직업상 계속 다른 사람이 될 수 밖에 없는 연기자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배우는 일상에서도 자신의 감수성을 계속 기억하고 되새김질 해야한다. 타인과 세상사에 대한 관심을 잃어서는 안된다. 그러니까 이건 감성 훈련이다. 어려운 점도 있지만 지금 이 직업이 너무 좋다. 연기를 통해 자신없던 내가 자신을 갖게 됐고, 행복감을 느꼈다. 난 복 받은 사람이다. 이전의 내가 나를 중심으로 생각했다면, 이제는 주변을 돌아보고 응원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주변 사람에 대한 책임감이 강해졌다.


요즘 톱배우들의 결혼과 열애가 끊이질 않고 있다. 부럽지 않나?


아, 정말 부럽다. 그런 커플을 보면 참 좋아보인다. 사실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다 부럽다. 그들이 유명 연예인이라서가 아니라 남녀가 만나 사랑하는 것 자체가 부럽다.


남자친구가 있나?


예상에 없는 질문이다.(웃음) 실망하겠지만 난 지금 휴식기다. 솔로다. 성인이라면 모두 알겠지만 사랑에는 기쁨 뿐 아니라 아픔도 있다. 지금은 휴식중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공개적으로 이상형에 대해 말하는 게 어떤가?


이상형은 우선 성격이 나와 비슷한 사람이면 좋겠다. (이때 잠자코 듣고 있던 그녀의 스타일리스트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고, 김하늘은 당황하며 “왜 웃냐 나랑 비슷한 사람이 어때서? 웃음이 안 좋은 느낌의 웃음인데?”라며 서로 말장난을 나눴다)


아니다. 성격이 비슷하다기 보다 가치관이 비슷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코드가 맞을 것 같다. 난 여행을 굉장히 좋아한다. 앞으로 만날 남자도 꼭 여행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난 사소한 것을 소중히 생각하고 행복을 느끼는 타입이다. 만일 내가 남자친구에게 낙엽 좋다고 말하고 있는데 (창문 밖에 낙하중인 낙엽을 가리켰다) 남자가 무뚝뚝하면, 정말 그건 아니다. 꼭 여행 코드가 맞아야 한다. 사소한 것에 행복함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외모는 웃은 모습이 예쁘면 좋겠다.


연하남이 대세다. 연하남 남자친구는?


(관심 없다는 듯) 글쎄. 남동생이 있어서 많은 연하는 싫다. 내 나이를 고려해 한두 살 아래만 괜찮을 것 같다. 너무 어린 건 싫다. 연하남은 사귀어 본 적 없다.


연애할 때 어떤 타입인가?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애교가 없는 편은 아니다. 감정에 충실하기 때문에 남자친구에게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편이다. 난 솔직하게 연애하는 타입이다.


[장소협찬=서울 방배동 '모딜리아니' 레스토랑]


[취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영상 진기복/사진 송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