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최민지 기자] “신인, 말 그대로 나는 신인이니까.”


연예계에는 ‘무명(無名)’ 배우가 있다. 말 그대로 이름이 없는 배우다. 데뷔는 했지만 내로라 하는 작품이 없는, 주연에 가려져 늘 조연을 하는 배우 말이다. 여기 초등학교 5학년 때 데뷔한 17년 차 신인이 있다. 그러나 이 사람에게는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그 비결은 바로 자신의 위치를 받아들이는 자세다.


“소위 말하는 아역 출신의 배우들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이 없어요. 내 대표작이 없는 것이죠. 전 당시 그냥 조연일 뿐이었어요. 아역 배우, 그들을 위한 조연이었죠. 그래서인지 타이틀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었어요. 저는 꿈을 꾸면서 나이를 먹어가고 있거든요.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지 않을까요?”


마치 그녀는 연기를 갓 시작해 연기를 생각하기만 해도 두근거리는 새내기들과 같았다. 17년 째 신인과 아역 배우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니고 있지만 오히려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주목을 많이 받는 아역 배우들은 대중들이 주는 시선보다 더 많은 시선을 받게 되는 것 같아요. 대중들이 주는 게 50% 정도인데 받는 건 100%를 훌쩍 뛰어 넘는다고나 할까? 그런 친구들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들어요.”


신인이라는 어려움은 느껴보지 못했던 그녀가 오히려 지난 2006년 배창호 감독의 영화 ‘길’에 출연하면서 딜레마에 빠졌다. 배우 강기화가 주연배우 강기화가 되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게 된 것이다.


“내 이름이 적힌 의자에도 앉아보고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졌어요. 전 주연배우 강기화가 아닌 배우 강기화로 연기를 하는 것 뿐이었는데 남들은 그게 아니었나 봐요. 워낙 대단한 감독과의 촬영이어서 그랬는지 어느 순간 제가 저 위에 있더라고요.”


1999년 영화 ‘정’을 통해 배창호 감독과 만난 그녀는 ‘나와 작업한 감독은 꼭 다시 나를 찾는다’는 징크스를 만들어냈고 연기 잘 하는 배우 강기화가 됐다. 그런데 왜 그녀는 아직도 신인에 머무르고 있는 것일까?


“어떤 작품에 들어가도 딱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요즘에는 정형화된 배우들로 많이 치우친 것 같아요. 선이 없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연습을 해야겠죠?”


선이 없는 배우가 되기 위해 강기화는 소속사를 옮기고 활동의 기지개를 켰다. 그녀는 11일 방송될 SBS TV 드라마 ‘닥터챔프’(노지설 극본, 박형기 연출) 5회 분에서 매독에 걸린 국가대표 선수 고은미로 출연한다. 해맑게 웃는 그녀에게서 이런 강한 이미지가 나올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걱정은 곧 노파심이 됐다. 이 여자의 눈빛에서 강한 레이저가 찌릿했다. 열심히 대화를 하던 그녀는 고은미였다.


[티브이데일리=최민지 기자 tree@tvdaily.co.kr/사진=김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