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강다영 기자] “솔직히 말해 봐요. 영화 어땠어요?”

배우 김갑수(56)가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이다. 기자가 묻기 전에 먼저 질문을 던지는 것도 흔치 않은 경우이지만, 그 질문을 던진 이가 김갑수이기에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 본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김갑수는 영화 ‘공범’(감독 국동석, 제작 선샤인필름)에서 딸 다은(손예진)이 끝없는 의심과 확신으로 펼치는 공세를 모두 받아내면서도 그런 딸을 지켜보며 가슴 아파하는 순만 역을 맡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이후 2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연애시대’ 이후 7년 만에 손예진과의 재회, 그리고 ‘만약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 범죄자라면?’이라는 독특한 발상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김갑수의 마음을, 그리고 개봉 후에는 관객의 마음을 이끌었다.

국동석 감독은 ‘너는 내 운명’(2005) ‘내 사랑 내 곁에’(2009)의 조감독을 거쳐 ‘공범’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신인 감독과 기성 감독의 촬영현장은 차별점이 있을 터. 이에 김갑수는 “신인 감독은 어떤 색인지를 모르기에 이에 대한 호기심도 있다”고 소견을 밝혔다.

“현장에서 국동석 감독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최대한 노력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모습을 보여달라’ 했을 때 그것을 여러 번 보여줄 수가 없다. 그때 맞춰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보는 이들을 이해시킬 수 없다. 그만큼 집중해야 해서 굉장히 힘들었다. 여러 방면으로 시도했고 완성된 지금의 모습이 최고의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공범’의 순만은 극 중 영화 속에 등장하는 故 한채진 군 살인사건 용의자의 목소리와 닮아 다은의 의심을 받는다. 이후 다은은 그 의심을 거두려 애쓰지만 계속해서 드러나는 증거들 때문에 결국 확신하기에 이른다. 다은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관객들 또한 순만이 진범인지에 끝없이 의문을 품게 된다.

두 사람의 밀고 당기기가 절정을 지나갈 무렵, 순만은 예기치 않은 웃음을 터뜨린다. 그 웃음은 살짝 긴장감을 내려놓은 관객들에게 소름과 함께 다시 긴장의 끈을 부여잡도록 만든다. 이후 공개되는 순만의 과거 행적은 지금까지 드러났던 순만의 모습과는 판이하다.

그리고 또 한 번 등장하는 반전까지. 영화 말미 거듭되는 반전은 관객이 영화를 보며 가지는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까지 해결해 준다. 김갑수는 이러한 순만의 현재를 표현하기 위해 대본 속에 드러나 있지 않은 과거까지 모두 설정했고, 이와 관련해 스포일러에 관한 특별한 의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순만은 정말 고민을 많이 한 역할이다. 극 흐름을 보면 다른 말을 할 수 없지 않나. 한편으로는 그런 것들을 다 알고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모든 상황을 다 안 상황에서, 다은과 순만이 어떻게 이것을 표현했을까를 지켜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김갑수는 일생 중 연기를 해온 시간이 그렇지 않은 시간보다 많은 배우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연기하는 게 재미있다고 말한다. ‘공범’의 순만은 최근 보스, 회장, 검은 손 등의 역할을 주로 맡으며 김갑수가 가졌던 연기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인간적인’ 역할이기에 그는 출연을 결정할 수 있었다.

무대와 브라운관, 스크린을 오가며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많은 역할을 소화한 김갑수. 그가 도전하고 싶은 배역이 또 있을까. 그는 “나잇대에 맞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해보고 싶다”며 “중년만이 그릴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랑도 해보고 싶고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사연을 가진 아버지의 역할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아직 쉽지는 않겠지만, 문화가 성장한 만큼 선배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들이 생겨날 필요가 있다. 멋있고 연기도 잘하는 지금의 젊은 후배들이 끝까지 연기하다 보면 지금 제가 그리는 작품들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때가 되면 지금보다 더욱 다양한 작품들이 나올 것 같다.”

김갑수는 “더 많이 나이를 먹기 전에 안성기 선배와 같은 배우들을 모아 함께 영화를 해보고 싶다. 그들의 열정이 담긴 작품이 나오면 어떨까 싶어 실제 감독과 얘기를 나눠본 적도 있다”며 알 파치노, 로버트 드 니로, 발 킬머, 존 보이트 등이 출연한 ‘히트’(1995)와 같은 영화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현재 다양성을 무기로 한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만큼 그가 구상한 그림이 머지않은 미래에 완성된 작품으로 관객과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티브이데일리 강다영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신정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