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피리부는 사나이'가 저조한 시청률 성적표와 더불어 종영을 앞두고 불거진 표절 논란까지 우여곡절 끝에 막을 내렸다. 화려한 출연진들과 제작진의 만남으로 기대를 받으며 등장했던 것과 달리 초라한 퇴장이었다.

26일 밤 케이블TV tvN 월화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극본 류용재·연출 김홍선)이 16회 방송을 끝으로 종영됐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위기 상황에서 끝까지 대화와 소통으로 갈등을 해결하려는 위기협상팀과 시대가 낳은 괴물 '피리부는 사나이'의 대립을 그린 작품이다.

마지막회는 그동안 숱하게 테러를 벌여왔던 '피리부는 사나이'의 최종 목표가 그려졌다. 윤희성(유준상)의 마지막 테러인 비행기 납치 사건이 그려진 것. 테러의 당사자는 비행기에 타고 있던 뉴타운 재개발 사건의 관련자인 K그룹 서건일(전국환) 회장의 아들 서준(최원홍)이다. 윤희성의 최종 목적지는 서건일이었다. 과거 뉴타운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철거민을 경찰 병력으로 무력 진압하고, 이 과정에서 양측 모두 희생되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음에도 정작 장본인 서건일은 언론 매수 등으로 사건을 덮고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결국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도 잊혀져간 사건이다. 윤희성은 당시 전경으로서 해당 사건을 겪으며 트라우마를 얻은 인물로 서건일을 처단하는 것과 동시에 쉽게 잊고 침묵하는 대중들을 향한 댓가를 치르게 하려 했던 것.

제 아들의 목숨이 걸린 일이 되자 다급해진 서건일의 모습은 씁쓸함을 더했고, 자신이 죽으면 사건이 해결될 거란 윤희성의 도발에 총을 발사하는 등 마지막 테러 사건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윤희성의 분노처럼 모든 대중과 수사기관이 정의와 진실을 외면한 것은 아니었다. 이날 주성찬(신하균)은 언론을 이용해 대중에 비행기 테러를 막아달라 호소했고, 대중들은 그들이 투표한 장소에 비행기가 안착되는 시스템을 감안해 비행장으로 가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고라도 연고없는 희생자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또한 서건일이 앞서 저지른 비리가 밝혀지며 경찰 조사가 시작됐다. 비록 윤희성의 각종 테러 사건 등으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지만, 이렇듯 정의 실현을 위한 다수의 시민과 각종 기관들의 움직임으로 희망을 엿보게 했다.

주성찬은 위기협상팀을 떠나 사회적 약자를 찾아다니며 그들의 억울함을 들어주는 제2의 '피리부는 사나이'로 거듭났고, 여명하(조윤희)를 필두로 한 위기 협상팀은 계속해서 무력이 아닌 소통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결말을 맞았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앞서 tvN 드라마 '라이어 게임'으로 탄탄한 스토리 전개와 짜임새 있는 연출력으로 호평을 받은 류용재 작가와 김홍선 PD의 의기투합으로 화제가 됐다. 여기에 연기파 배우 신하균 유준상 조윤희 등이 주연으로 확정되면서 '피리부는 사나이'는 시작부터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러한 시청자들의 기대를 입증하듯 '피리부는 사나이'는 tvN 월화드라마 첫방 시청률 최고인 3.307%(유료 플랫폼 가구 기준, 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했다. 해외 로케이션으로 제작된 화려한 볼거리와 배우들의 호연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2회 시청률 역시 3.625%를 기록하며 탄탄대로를 걷는가 싶었다. 하지만 곧바로 3회부터 시청률 하향곡선을 타며,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먼저 '피리부는 사나이'는 다른 장르물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협상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극 안에 그려진 협상은 인질과 경찰의 대화에서 긴장감 유발은 커녕, 비현실적인 테러 사건으로 몰입도를 방해했다. 이를테면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폭탄 테러나, 테러 현장에 아무런 제제없이 기자 들이 출입하는 모습 등 디테일함을 살리지 못한 개연성 없는 전개가 장르물적인 재미를 살려내지 못 했다.

거기다가 제작진이 가장 큰 반전으로 준비했던 '피리부는 사나이'의 정체 역시 너무 뻔했고 예측이 가능해 드라마의 흥미를 떨어뜨렸다. 초반 뉴타운 재개발 피해자 유족인 정수경(이신성)이 '피리부는 사나이'인 것처럼 그려졌다. 실제 '피리부는 사나이'였던 TNN 방송국 메인 앵커 윤희성은 표면적으론 주성찬을 도우며, 테러범을 추적하는 인물인 듯 그려졌다.

이같은 맥락만 놓고 보면 윤희성의 진짜 정체는 반전이라고 할만하다. 하지만 드라마를 계속 봐온 시청자라면 그의 정체는 쉽게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 은근슬쩍 '피리부는 사나이'를 옹호하는 모습이나, 추종자인 서준(최원홍)과 비밀리에 접촉하는 등 윤희성은 충분히 의심을 살만한 행동을 보여왔다. 이에 반전 카드로 꺼내진 윤희성의 진짜 정체는 무늬만 반전일 뿐,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오히려 너무 예상대로 흘러가는 극 전개는 다소 허탈하고 아쉬웠다는 평가다.

게다가 종영을 앞두고 웹툰 작가 고동동이 자신의 작품과 드라마의 유사성을 지적하면서 류용재 작가의 표절을 제기했다. 류용재 작가는 공식 입장을 통해 표절을 전면 부인했지만, 고동동이 고소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표절 진위 여부는 아직 명확하게 가려지지는 않았지만, 표절이 제기된 것만으로 작품성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이렇듯 '피리부는 사나이'의 시작은 화려했지만, 그 끝은 초라했다. 믿고 보는 배우와 제작진의 만남과 협상을 소재로 한 장르물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되며 '웰메이드' 드라마가 될 거라는 기대를 받았던 '피리부는 사나이'였기에 이 같은 마지막은 아쉬울 따름이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CJ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