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푸른 바다의 전설'의 박지은 작가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고소를 제기한 박기현 작가의 변호인이 이번 고소의 경위와 관련 쟁점을 밝혔다.

2일 박기현 작가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우일 안영주 변호사는 티브이데일리에 "피고소인 박지은 작가가 '진주조개잡이-해월녀 바다 전설'(이하 '진주조개잡이') 시나리오 저작권을 침해해 SBS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극본 박지은·연출 진혁, 이하 '푸른 바다') 대본을 작성했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안영주 변호사는 먼저 '진주조개잡이'에 대해 "박기현 작가가 지금까지 거제도에 10여 년 실제 거주하며 바다에서 영감을 받아 쓴 시나리오 작품 중 하나다. 2006년 11월 께 박기현 작가가 '진주조개잡이'를 한국영화시나리오마켓에 등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나리오 등록 당시에는 박기현 작가가 '진주조개잡이'를 영화화 하고자 했고, 약 30부 가량의 시나리오북을 영화 제작사들에 제안했다. 하지만 큰 관심을 받지 못해 시나리오가 배포된 상태에서 10년 동안 잊고 있었다"고 과거 상황을 전했다.

이어 안영주 변호사는 "'인어공주' 같은 동화가 있다는 것을 떠올리며 인어 이야기가 진부하거나 누구나 상상하고 알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인어 이야기가 구체적인 내용까지 쉽게 상상하고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본다. '진주조개잡이'를 보면 박기현 작가만의 상상력이 분명히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박기현 작가가 '푸른 바다'의 1회를 보자마자 '진주조개잡이'와 너무 비슷하다 생각했고, 2회까지 본 뒤 아무리 봐도 비슷하다는 생각에 문제제기를 했다"며 "처음에는 박기현 작가도 박지은 작가와 '푸른 바다' 측으로부터 사과만 받고자 했다"고 했다. 안영주 변호사는 박기현 작가 자체가 분쟁을 싫어하고 조용한 성격임을 언급하며 "박기현 작가는 당초 '진주조개잡이'를 도용했다고 비판만 하기 보다는 일부 설정을 인용해서 '푸른 바다'도 인어 이야기를 만든 셈이니 차라리 같이 시나리오 작업을 해도 좋겠다 여겼다"고 밝혔다.

안영주 변호사는 "이에 박기현 작가가 '푸른 바다'의 공동 제작사인 CJ E&M 계열의 스튜디오 드래곤과 문화창고 측을 만났으나 제작사는 인용 및 표절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며 "박기현 작가는 박지은 작가를 만나는 줄 알고 나간 자리에서 상대방 변호인이 나왔고 표절에 관해 실제 대법원까지 가서 이긴 사례가 없다는 압박만 듣고 나왔다. 박기현 작가에겐 굉장한 상처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박기현 작가가 '푸른 바다' 방송 초기에는 실제로 저작권 침해 사실을 직접 온라인에 게재하기도 했으나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경우 출연 중인 배우들과 방송사 측에 타격이 클 것 같아 적절치 않다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작권 침해 부분은 확실히 판단받고 싶다는 생각에 방송 종료 후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 침해를 의심하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안영주 변호사는 "'푸른 바다'와 '진주조개잡이'의 스토리 구조, 주제, 등장인물의 성격 등이 전반적으로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선적으로 완전히 동일하다 볼 만한 부분이 13개, 유사성이 있다고 보는 부분이 43개, 유사성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7개였다. 종합적으로 63가지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동영상 자료를 확보해 수사기관에 증거 자료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또한 "구체적인 저작권 침해 내용이 '푸른 바다' 1, 2회에 집중됐다. '푸른 바다'가 사전제작 드라마가 아니고 박기현 작가가 1, 2회 직후 바로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이후 설정에서는 침해될 만한 부분을 수정해 방송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박기현 작가가 '푸른 바다' 방송 초기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더 많은 부분이 침해됐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안영주 변호사는 "단순한 오마주냐, 여러 군데 유사한 부분이 등장해 원작 작품에 의거했거나 실질적 유사성이 있느냐. 크게 보면 이 두 가지가 저작권 침해 기준이라고 본다"며 "저희가 보기엔 분명히 해당된다. '푸른 바다'가 박지은 작가 단독 집필인지 여러 명의 보조작가와 공동 집필한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따져볼 부분이다"고 꼬집었다.

안영주 변호사는 "박기현 작가도 '진주조개잡이' 시나리오 원본을 딱 한 부만 갖고 있었다. 그런데 제가 본 표지의 인어 사진부터 '푸른 바다'와 유사했다. '진주조개잡이'의 부제인 '해월녀 바다 전설'에도 '푸른 바다'와 마찬가지로 바다, 전설이 들어가 유사하지 않나"라며 "단순히 제목만이 문제는 아니지만 구체적인 설정과 주제 등도 상당 부분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표절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뒤 인정 받거나 승소한 사례가 적다는 의견에 대해 안영주 변호사는 "'푸른 바다'의 경우 아이디어를 가공하는 형태를 넘어섰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지은 작가와 '푸른 바다' 제작사 측이 아직 구체적인 고소장을 받지 못하고 기사로 소식을 접했으며 이후 강경 대응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박기현 작가가 박지은 작가의 연락처나 주소를 몰라 작가의 소속사이자 '푸른 바다'의 제작사인 문화창고의 소재지를 적용해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소장 접수 후 전달까지 시일이 걸리므로 충분히 기사로 먼저 알았을 수 있다"고 했다.

뒤이어 그는 "어떻게 항변할지 예상은 되나 충분히 감안하고 준비했다. 수사기관에서는 저작권 침해를 전문적으로 해보신 검사님이 맡아주시면 좋겠으나 그게 아니더라도 전문기관에서 감정을 받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진주조개잡이'와 비교할 경우 '푸른 바다'가 오로지 박지은 작가 혼자 상상력을 발휘하고 자료를 다 모아서 자신만의 독창성을 풀어낸 것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어떤 형태로든 책임질 사안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푸른 바다'는 인어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인간과 인어의 사랑을 다룬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로 지난해 11월 16일 첫 방송을 시작해 지난달 25일 종영했다.

앞서 박기현 작가는 첫 방송 직후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 등을 통해 '푸른 바다'와 자신의 시나리오 '진주조개잡이'와 유사한 것을 지적했다. 당시 '푸른 바다'의 제작사이자 박지은 작가의 소속사인 문화창고 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했으나 고소장이 접수된 것에 대해서는 이날 오후 공식입장을 통해 표절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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