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오직 영화에 대한 사랑으로 감독, 배우, MC들이 ‘전체관람가’에 뭉쳤다. 한 마음으로 만든 영화는 TV를 통해 상영됐고, 그렇게 값을 매길 수 없는 열 편의 영화가 탄생했다.

지난 10월 첫 선을 보인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프로그램 ‘전체관람가’가 24일 종영했다.

‘전체관람가’는 영화감독 10인이 만드는 단편 영화는 물론 영화가 상영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 그간 시청자, 관객들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배우 캐스팅 과정, 영화 촬영 현장 등 카메라 뒤에 숨겨져 있던 감독들의 생생한 영화 제작기를 담아 관심을 모았다.

단편영화 제작에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명세 감독, ‘조작된 도시’ ‘웰컴 투 동막골’ 박광현 감독, ‘대립군’ ‘말아톤’ 정윤철 감독, ‘남극일기’ ‘마담뺑덕’ 임필성 감독,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 이경미 감독, ‘상의원’ ‘남자사용설명서’ 이원석 감독, ‘똥파리’ 양익준 감독, ‘계춘할망’ 창 감독,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봉만대 감독이 참여했다. 중간에는 독립영화계 거장인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의 오멸 감독이 히든 감독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영화와 예능이라는 물과 기름 같은 만남에는 우려도 존재 했지만 방송 전, 이목을 모으기에도 충분했다. 프로그램 역시 억지로 웃음 코드를 잡기보다는 진정성으로 공감을 사는 법을 택했다. 또한 MC 문소리, 윤종신, 김구라는 영화와 예능 사이 적당한 웃음과 무게를 조절하면서 조화롭게 프로그램을 끌어나갔다.

특히 각자의 색이 뚜렷한 작품을 만들어온 감독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카메라 밖에서만 존재감을 드러내던 감독들을 화면 안에서 볼 수 있다는 점 역시 흥미를 끌었다. 콘티를 짜는 모습, 직접 캐스팅에 나서는 감독들의 모습 등 그간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그림들이 그려져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기도 했다. 개성 강한 감독들이 만드는 영화 자체에서 오는 각각의 재미,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무수히 많은 일들 역시 신선함을 안기면서 ‘전체관람가’만의 재미를 만들어냈다.

프로그램 자체에서 오는 매력뿐만 아니라 취지 또한 뜻깊었다. 감독들의 작품에는 ‘전체관람가’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된 배우를 출연시켜야 한다는 룰을 적용해 신인 발굴에도 힘썼다. 뿐만 아니라 ‘전체관람가’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은 공익적 목적의 지원으로 환원된다. 방송에 소개된 영화는 감독판 무삭제 필름 등으로 공개되고 이로 인해 얻어지는 수익을 한국독립영화협회에 지원, 한국 영화 발전에 기여할 예정인 것.

이 같은 취지에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한 마음으로 모였다. 특히 감독으로도 데뷔한 바 있는 MC 문소리는 제작발표회 당시 “단편영화는 독립영화의 초석이다. 많은 영화 창작자들이 자신의 영화 세계를 독립영화로 만들어 그게 초석이 돼 많은 감독님들이 탄생을 하는 것”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연출을 맡은 김미연 PD 역시 “감독님들이 좋은 의미로 한 데 모였다. 새로운 도전, 인위적인 재미보다는 의미나 완성도에 집중하겠다”고 감독들의 영화 사랑을 전하면서 제작진의 진심을 밝힌 바 있다.

감독, MC, 제작진은 물론 배우들도 한 마음으로 뭉쳤다. 배우 구혜선, 이희준, 유인영, 송재림 등이 작품에 출연했으며, 전도연, 이영애 등도 독립영화 진흥이라는 프로그램 취지에 공감해 오랜만에 TV에 모습을 드러냈다. 많은 예산을 들일 수 없는 단편영화인 만큼, 이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영화에 출연했다는 점은 더더욱 의미 깊었다.

완성도 높은 영화 역시 볼거리를 더했다. 하우스푸어를 소재로 보금자리주택 청약에 당첨되기 위해 한 아이를 입양한 가족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보금자리’, 갑작스레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보내게 된 사람들의 이별 이야기 ‘파미르’, 아파트 층간 갈등을 유발하는 담배연기를 소재로 한 작품 ‘아랫집’ 등은 파격적인 소재들을 현실적으로 그려내 깊은 울림을 자아냈다. 그 밖에도 10인 감독들은 각각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짧은 단편영화임에도 긴 여운을 선사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단편영화의 재미를 맛보게 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뭉친 진정성 있는 움직임은 퀄리티 높은 영화로 탄생됐다. 시청률은 방송 내내 1%대를 벗어나지 못해 아쉬움을 안겼지만 프로그램을 본 이들은 모두가 찬사를 보냈다. 선한 취지와 단편 영화 발전이라는 목표를 동력 삼은 이들의 기운찬 시도는 감히 티켓값을 매길 수 없는 영화들을 탄생시켰다. 그들의 영화, 그리고 마음만으로도 ‘전체관람가’는 충분히 유의미했다.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