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가수는 예술가이면서 스타다. 특히 아이돌 그룹은 스타라 보는 게 알맞다. 예술가와 스타의 차이는 만드는 것에 집중하느냐 아니면 파는 것에 집중하느냐의 간극에 있다. 전자의 경우 대중의 공통된 생각이나 의견보다 만드는 사람의 철학이 더 중요하고 후자의 경우 만드는 것을 사는 사람, 즉, 대중의 공통된 생각이나 의견이 더 중요하다.

공인이란 지칭이 괜히 붙지 않는단 의미다. 공인(公人)이란 원래 국가나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공직에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으나 오늘날 스타들에게 부여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언젠가부터 대중에게 스타 또한 공인이란 인식이 생겼다. 부름 자체에 큰 책임감이 뒤따르다 보니 스타들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에도 그만큼의 조심성이 요하게 된 것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스타보다 예술가로서의 인정이 더 큰 경우다. 대중은 이런 인물에게 공통의 사고나 가치관을 요구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만들고 창조하는 예술가로서 지니는 특이성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단계의 인정에 이르는 게 꽤나 어렵다. 분야에 있어서 전문성과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영역의 폭이 안정적으로 구축된 수준이어야 하는 까닭이다. 어설픈 흉내는 대중의 빈정만 살 뿐이다.

영화감독 기타노 다카시 자체가 가지는 예술적 영향력을, 영화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이들이 모를 수 없으며 부인할 수도 없다. 구준회(아이콘)의 기타노 다카시 감독을 향한 ‘사적인’ 존경의 감정을 비난하는 게 아니다. 그가 개인이었다면 주변의 몇몇 이들의 핀잔은 들을 수 있겠으나 이처럼 대대적인 비판을 받고 공식적인 사과를 할 정도로 사태가 커지진 않았을 터고, 그가 예술가였다면 어찌 되었든 그 사람의 취향이니 어쩌겠냐고 넘어갔을 터다.

문제는 구준회가 우선 보통의 개인은 아니고 그렇다고 예술가로 보기엔 부족한, 아직은 유명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 ‘스타’라는 사실에 있다. 스타의 영향력은 대중이 그들이 파는 것을 사면서 주어진다. 돈을 주고 사는 행위는 그들의 매력이 지닌 가치를 인정하여 그들이 지닌 모든 것을 지지한다는 뜻이어서, 이제 그들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는 대중의 사고나 행동을 움직일 힘을 갖는다.

그래서 더욱 바른 가치관과 세계관에 입각한 조심스런 행보가 필요하며, 개인의 취향 하나에도 이러한 기준이 주어질 밖에 없다. 이것이 구준회가 간과한 바다. 이래라 저래라 하는 소리가 옳은 방향이면 싫어도 따를 수 있어야 하며, 꽁무니 빼고 삭제하는 것처럼 느껴질 지라도 공공의 선에서 옳지 않은 것이면 바로 정정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영향력을 부여받은 스타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이며 덕목이다.

예술가로서 인지되고 싶다면 스타로서의 자질과 덕목 위에서 대중을 설득할 만한 실력을 쌓을 일이다. 무언가를 만들고 창조할 수 있을 때, 그것이 가치를 획득할 수 있을 때 예술가로서의 개인의 취향을 말하고 주장해도 늦지 않다. 섣부른 호기는 괜한 비난과 고개 숙일 일만 낳을 따름이다. 이왕 스타, 아이돌 가수로서의 길을 선택했으니, 그에 따른 책임을 충분히 져서 먼저 좋은 스타로 자리매김 하기를 바란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