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구세군 자선냄비의 모금액도 전년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치고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라지만, 작은 손길들은 더욱 많아졌다니 어느 정도 희망적인 상황일까. 굳이 규모가 큰 도움이 아니더라도 본인의 능력껏,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돕는 작은 마음들이 더욱 큰 힘을 발휘하는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이제 중요한 대목은 어떻게 이 돕는 마음들을 이끌어내느냐다.

‘기부의 대중화’, 특정 계층이 아닌 보통의 우리들이 재능을 가지고서든지, 단체를 통해서든지 여러 방면으로 타인을 돕는 것이 가능해지고 자유로워지면서 나타난 현상을 가리킨다. 여기엔 미디어의 힘도 한몫 했다. 여러 스타들 및 ‘무한도전’을 비롯한 프로그램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기부를 꾸려냄으로써 많은 동기부여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기부의 문턱이 낮아짐에 따라 기부에 관심이 없음을 확고하게 표명하는 사람들 또한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들에겐 ‘남들이 하니 나도 기부 좀 해보자’가 아닌 ‘남들이 하는데 굳이 나까지 할 이유가 뭐냐’는, 공동체보다 개인의 삶에 대한 관심이 드높아진 시대적 상황에서 비롯된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이 작용한다. 하지만 그만큼 어떤 진정성 어린 동기부여로 개인의 마음이 움직이는 일이 한 번만 벌어진다면 누구보다 제대로 타인을 향한 깊은 관심을 발산하기도 한다.

즉, 이제 기부의 중요한 쟁점은 자발적 참여다. ‘퍼네이션(Funation, 재미와 기부의 합성어)’은 이를 잘 나타낸 용어로 재미있게 기부하자는 의미, 어떤 일에 흥미나 재미가 있다는 것만큼의 강력하고 진정성 어린 동기부여가 또 없으니까. 이러한 맥락에서 퍼네이션과 예능을 결합한 tvN 예능프로그램 ‘커피프렌즈’는 눈여겨볼 만하다.

‘커피프렌즈’는 배우 유연석과 손호준이 지난해부터 실제로 진행해온 ‘기부 한 잔의 여유 함께 하실래요’란 퍼네이션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한 방송으로, 유연석과 손호준을 비롯한 최지우, 양세종이 제주도의 한 감귤농장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얻은 수익금을 전액 기부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방문한 사람들로 하여금 스타가 만들어준 음료 및 음식을 먹으며 만족감을 얻게 할 뿐만 아니라 값을 지불함으로써 자연스레 기부에까지 동참하게 하는 것이다.

사실 ‘커피프렌즈’의 진짜 효과는 따로 있다. 직접 방문하진 못했지만 브라운관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커피프렌즈’를 방문하는 이들의 내면에 일어나는 변화다. 물론 삶의 여유가 있는 스타이고, 어찌 되었든 방송이니 출연료를 받는 입장이니 가능하단 생각이 먼저 들긴 하지만, 이런 현실적인 이해타산을 떠나 기부가 가져오는 재미, 삶이 좀 더 뜻 깊어진다는 것에서 오는 즐거움을 조금이나마 되짚어보는 계기를 갖는다 할까.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 돕는 자본주의식 사고를 기반으로 하는 상하구조의 기부가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할 세계의 온전한 가치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만드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사람다운 행동의 일환으로서 기부의 의미를 받아들이게 되는 것. 이 때 우리의 자발적 참여가 일어나기 마련이며, 이 때의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인간으로서의 가능성을 끌어내 최대치로 확장시켜 보겠다는 능동적인 삶의 태도를 취하게 된다.

더 이상 주어진 현실이나 상황에 그저 압도되고 순응하는 수동적 인간이 되지 않겠다는 의지의 강력한 발현, 기부가 지닌 진정한 힘이자 영향력이다. 게다가 나의 것을 포기하고 나누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앞섰는데, 접하고 나니 나누는 것에서 오는 기쁨이 한층 더 짙더라. ‘퍼네이션’이 가져온 특별한 인식전환으로, ‘커피프렌즈’를 통해 다시 한번 널리 퍼져 나가 모든 이들에게 기부가 자연스러운 행동이 될뿐더러 재미있게 느껴지는 그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