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국위선양(國威宣揚), 나라의 권위나 위세를 널리 떨치게 한다는 의미를 지닌 이 단어와 요즘 가장 잘 어울리는 존재를 꼽으라면 ‘방탄소년단(BTS)’이리라. ’빌보드 뮤직 어워드(Billboard Music Awards)’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erican Music Awards)’에서의 수상에 이어, 콧대 높은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 후보에까지 이름을 올렸으니, 한국 대중음악 사상 BTS가 처음이다.

게다가 ‘그래미 어워드’에서 수상을 하게 되면, 무려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을 석권하는 영예 가득한 기록을 세우는 것이다. 비록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본상이 아닌 장르 부문,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에 해당하는 것이라 해도 그 자체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적지 않은 수의 외신이 BTS가 단 하나의 부문, 그것도 장르 부분의 후보로만 지명되었단 사실에 도리어 의문을 표하는 상황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 미국 주류 음악에서 K팝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게 되었음을 뜻하니까.

그도 그럴 것이 ‘그래미 어워드’는 미국 음반업계 최고의 권위를 가진 상인 만큼 타국인, 아니, 아시아인에게는 더욱 두텁고 박한 장벽이었다. 그런데 BTS가 이를 뚫음으로써 팬데믹으로 인해 안그래도 많지 않았던 가능성마저 제거된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로 하여금 어떤 경이로운 감정을 느끼게 했는데, 주어진 환경과 상관없이 꿈을 향한 충실하고 진정성 어린 노력을 놓지 않은 이들이 결국 세상 모든 사람들이 불가능하다 여기는 장벽을 무너뜨릴 자격을 얻는다는 깨달음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까.

그리고 그런 이들이 우리와 동일한 언어와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란다. 더없이 뿌듯하고 자부심이 넘치다 못해 자긍심이 솟아나는 경험이 되지 않겠나. 단순히 국위선양 혹은 애국심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잠재력을 자각하게 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마음의 지지를 얻어, 종종 넘어지고 마는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울, 절대 소소하지 않는 힘을 갖기도 하는 까닭이다.

“어떤 상황이 일어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된다는 거예요”
여기에 이들이 노래로 전하는 메시지는 또 얼마나 시의적절하고 건강한가. 얼마전 새로 발표한 곡,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만 봐도 알 수 있다. 전염병 대유행의 현실에서 보통의 삶이 막혀버린, 공허함과 무기력감을 느끼고 있을 전세계의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가 결마다 어려 있을 뿐 아니라, 현재의 상황이 어려움은 줄 수 있어도 우리의 삶 전체를 멈추거나 무너뜨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힘 있게 전하고 있다.

물론 누군가에겐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한낱 낭만적이고 뜬구름 잡는 위로 혹은 격려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존재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특징이, 자신이 소속되지 않은 집단, 그러니까 참작될만한 여지가 하나도 없는 곳에서 오로지 본연의 가치로만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보통은 범접하지 못할 상당한 성과이나, 이러한 성과의 크기는 나중 문제다.

누구나 안 될 거라 여기던 곳에서 혹은 상황에서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매순간 삶의 노를 저어 갔다는 게, 이 힘이 결국 스스로의 존재를 제대로 자각하게 만들면서 생각지 못한 주변으로부터의 인정까지 이끌어냈다는 게 우리가 짚어야 할 더 중요한 맥락이다. 그리하여 BTS와 이들의 행보는, 오늘의 우리에게 절대 소소하지 않는, 더없이 필요충분한 영향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그래미에서의 수상을 응원한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