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배우 전종서가 ‘콜’에서 보인 리얼한 연기는 수많은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악역임에도 시청자들을 현혹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전종서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종서는 2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콜’(감독 이충현·제작 용필름)에서 낡은 전화기를 통해 서연(박신혜)과 전화를 하다 새로운 성향에 눈을 뜨는 영숙 역을 맡았다.

‘콜’은 전종서의 두 번째 장편 영화다. 앞서 전종서는 2018년 영화 ‘버닝’을 통해 데뷔한 바 있다. 전종서는 “두 번째 작품이었지만, 부담이 있진 않았다. ‘버닝’을 마치고 바로 ‘콜’에 합류했을 정도로 촬영이 금방 들어갔기 때문에 부담을 느낄 틈도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버닝’이 개봉한 이후 모니터링을 하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했다”는 전종서는 “많은 분들이 주신 코멘트들을 섭렵해서, 연기적으로 어떤 부분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 같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성숙한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종서는 ‘콜’ 출연을 결정하게 된 이유에 대해 “시나리오 때문에 선택한 게 컸다. 책이 정말 잘 쓰여 있었고, 설계가 탄탄했다. 과거와 현재 시점이 왔다 갔다 하는 영화였는데, 그런 격차가 있음에도 정말 속도감 있게 잘 표현됐다. 책을 읽으면서도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또 영숙이라는 역할이 연기를 하면서 한 번쯤은 꼭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뭔가 운명적인 만남을 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몇 년 전에 이충현 감독님의 단편 영화 ‘몸 값’을 보기도 했는데, 그 작품 때문에 하고 싶기도 했다”면서 “보면서 깜짝 놀랐다. 그래서 이충현 감독님이 ‘콜’을 맡는다고 하셔서 꼭 한 번 같이 작업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전종서는 출연이 결정된 이후, 곧바로 캐릭터를 그려 나가는 데 집중했다. 전종서는 “촬영을 시작하기 전부터 대본을 정말 많이 팠다”며 “1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을 정도로 대본을 심도 있게 많이 읽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내가 생각하는 영숙과 감독님이 그려놓은 영숙이 일치하는지 확인했던 것 같다. 그래서 연기를 하면서도 딱히 스스로 ‘무슨 연기를 해야겠다’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구체적인 방안 없이 그냥 연기에 임했고, 내가 촬영하는 것에 집중만 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렇게 탄탄하게 영숙이라는 캐릭터를 완성시킨 덕분에 몰입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많은 걸 쏟아부었기 때문에 후회도 없을 정도”로 전종서는 그야말로 영숙에 ‘올인’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숙을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반사회적 인격장애인, 연쇄살인마 등 부정적인 키워드로 정의하지만, 전 영숙이라는 캐릭터를 딱히 정의하려 하지 않았어요. 영숙은 그냥 영숙이었죠. 인간적으로 접근을 하려 했어요. 시청자분들에게 캐릭터를 이해시키기 위해선 일단 제가 먼저 납득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죠. 제가 타당성을 찾아야, 보시는 분들도 설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때문에 그 타당성을 찾기 위해 노력했어요. 또 영숙을 연기하는 저로선 영숙이를 위와 같은 키워드로 보면 안 됐어요. 그냥 저 자체가 영숙이 됐어야 했어요.”

아울러 전종서는 “영숙의 감정을 연기할 때 확대 해석하려 노력했다"며 “영숙이가 분명 감정적으로 걷잡을 수 없는, 예상할 수가 없는 모습들을 보이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분들이 이와 비슷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영숙이는 그 감정의 날이 서 있다는 정도의 차이로 봤고, 난 그 감정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내가 봤던 영숙이는 늘 혼자였기 때문에, 자신에게 오는 모든 요소들에 있어 과민하고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부분에 있어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종서는 영숙이 지닌 광기 역시 비슷한 결로 바라봤다. 전종서는 영숙의 광기를 표현함에 있어 “영숙이 가진 약함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숙이 인정사정없는 모습도 있지만, 아주 얇은 유리 같은 부분도 많이 있다”면서 “나 역시 영숙을 금방이라도 깨질 듯한 유리 같은 인물로 그려내려 했던 것 같다. 신엄마(이엘)가 자신을 죽이려는 걸 알았을 때 ‘왜 죽였냐’며 어린아이처럼 흐느끼는 장면 역시 같은 맥락이다. 아주 찰나지만 그런 모습들이 영숙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그려나갔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전종서가 연기를 할 때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무엇일까. 전종서는 “에너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항상 스스로를 에너제틱 하게 만드는 요소가 무엇일까 고민한다”고. 전종서는 “스스로를 위해 뭔가를 많이 해주는 편이다. 음악을 듣기도 하고, 옷을 사러 나가기도 한다. 그렇게 스스로를 최적화된 상태로 만들어 놓으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 면에서 ‘콜’은 전종서가 에너지를 마음껏 표출할 수 있었던 장이었다. 이는 관객들의 호평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 전종서가 자유자재로 활약할 수 있었던 데에는 함께 호흡을 맞춘 박신혜의 역할이 컸다. 전종서는 “서연과 영숙의 에너지는 항상 비례했어야 했다. 내가 과열되는 부분이 있다면 서연이는 그만큼 무너져 줘야 하고, 내가 너무 가까워지려고 하면 서연이는 그만큼 멀어져야만 했다. 이런 섬세한 부분들을 현장에서 조율할 수 없었음에도, 박신혜 선배가 잘 맞춰줘서 가능했던 작업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개인적으로 감정을 끌어올리는 것보다 바닥까지 끌어내리는 게 더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 박신혜 선배가 저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써주셨다”는 전종서는 “촬영할 땐 몰랐는데, 지나고 나니 너무나도 감사했다. 정신적으로 힘드셨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연기적으로 전혀 티를 내지 않으셔서 놀랐다. 끝까지 중심을 같은 무게로 잡아주셨다. 덕분에 영숙 역시 같은 무게로 함께 갈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전종서는 “전 아직 경험이 많이 없기 때문에, 신혜 선배가 갖고 있는 무게감과 경험을 흉내 낼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신혜 선배가 없었다면, 스토리가 한없이 가벼워지고 위험해졌을 것 같다. 누구 하나 에너지가 빠지거나 오버하면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었는데, 끝까지 잘 받아주셔서 감사했다. 안정성에 있어서 많이 배운 것 같다. 저에게도 그런 무게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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