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송중기가 또 한 번 해냈다.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라는 낯선 설정을 안방극장으로 끌고 들어와 모두를 납득시킨 '빈센조', 자신의 활약 없이는 불가능했을 드라마의 성공 앞에 송중기는 겸손하지만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소회를 전했다. 참으로 영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답변이 이어졌다.

송중기는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빈센조'(극본 박재범·연출 김희원)에서 주인공 빈센조 역을 맡아 열연했다.

'빈센조'는 조직의 배신으로 인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한국을 찾아온 이탈리아 마피아가 한국의 빌런들을 자신만의 악한 방식대로 쓸어버리는 과정을 그린 사적 복수극. 송중기는 코믹과 누아르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작품을 흥행으로 이끌었다. 영화 '승리호'의 흥행 이후 연타석 홈런이다.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뜨거운 시청자들의 사랑이 쏟아졌다.

송중기는 "방송이 나갈 때마다 회사 식구들이나 현장 스태프들에게 시청자들의 반응을 전해 들었다. 쑥스럽지만 인기를 실감하며 촬영을 했다"라고 말했다. "다 같이 재밌게 놀았다. 솔직하게는 그런 마음이 든다"며 작품의 마지막 장을 덮은 소감도 전했다.

송중기의 이름 석 자에 거는 주위의 기대가 많았지만, 정작 "부담은 없었다"는 그다. 송중기는 "타이틀 롤이고, 제목 자체가 내 역할 이름이니 아예 부담감이 없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금가프라자 사람들과 깊이 결속력이 생겨서 외롭지 않았고, 부담도 거의 없어졌다"라고 말했다. "처음 작가님, 감독님과 만났을 때는 나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특히 코미디로 유명한 박재범 작가님 작품을 내가 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컸고 스스로에 대한 의문도 계속 있었는데 촬영을 할수록 그 생각들이 많이, 와장창 깨졌다"며 "'내가 그동안 배우로서 갇혀 있었구나, 코미디를 왜 겁냈지? 그냥 부딪혀 볼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중에는 '빈센조'를 안 하면 어떡할 뻔했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송중기가 연기한 빈센조는 어린 시절 이탈리아로 입양된 한국인이라는 설정으로, 극 초반부터 완성도 높은 이탈리아어 대사로 화제를 모았다. 송중기는 "개인적으로 만족하지는 못했다. 좀 더 오랜 시간 준비해서 참여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며 "외국어 대사를 외울 때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 계속 선생님과 붙어서 연습하고 배우고, 발음을 교정해야 했다. 최대한 많이 언어를 접하고 계속해 부딪히려 했다"라고 말했다. 빈센조의 캐릭터 설정이 이탈리아 남부 출신에서 중부 출신으로 바뀌면서 발음을 재차 다잡아야 했던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그는 "작가님이 써주신 글을 잘 살리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이탈리아어, 그리고 코미디 신이 가장 아쉽다"라고 말했다. "희극 연기가 최고 난이도고, 코미디 잘하시는 분들이 연기 제일 잘하시는 분이라는 걸 다시 느꼈다. 개인적으로는 만족하지 못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금가프라자 식구들에게 굉장히 도움을 많이 받은 거 같다. 에너지를 받고 바로 리액션만 해도 될 만큼, 좋은 분들이 많이 계셔서 현장에서 정말 잘 놀 수 있었다"며 동료 배우들에게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8개월 간의 촬영 기간 동안 힘든 것도 잊고 "빨리 내일 촬영장에 가고 싶다"며 손을 꼽을 정도로 유쾌한 작업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극 중 빈센조는 법을 뛰어넘어 직접 악인을 심판했다. 어찌 보면 빈센조의 죗값 역시 가볍지 않은 터. 그럼에도 시청자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송중기는 이에 대해 "그래서 '빈센조'가 슬픈 장르라고 생각했다. 겉으로는 코미디지만, 시청자들이 사적 복수를 응원하고 극악무도한 악인을 좋아하게 되는 현실 자체가 아이러니하게 슬픈 일 아니냐"며 "모든 에피소드들이 사실적이고 욕이 절로 나오는 현실적인 빌런들이 많았다. 이들을 빈센조가 대신 무찔러주는 것이 시청자들을 열광케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 역시 빈센조 앞에서 장한석(옥택연)이 무릎을 꿇고, 최명희(김여진)가 소파에 얼굴을 파묻고 들지 못할 때 속이 시원해짐을 느꼈다고.

빈센조가 직접 악당들을 상대하며 액션을 펼쳐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송중기는 "액션이 많으면 현장이 정말 정신이 없고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에는 힘들지 않았다"며 "동작 위주가 아닌 감정 위주로 짜인 액션을 펼쳤다. 대사와 액션을 한 묶음으로 생각해 익힐 수 있어서 그런지 그렇게 힘든 건 없었다. 연기하면서도 통쾌하고 재밌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끊임없는 호평이 이어지며 빈센조가 곧 송중기의 '인생 캐릭터'라는 칭찬도 쏟아졌다. 송중기는 "아무래도 빈센조가 내 인생 캐릭터가 맞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시청자 분들의 칭찬과 관계자 분들의 호평을 다 떠나서,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작품 활동을 하면서 가장 신나게 연기했던 캐릭터다. 그런 의미로는 정말 '인생캐'가 맞다"며 웃는 얼굴로 '빈센조'에 마침표를 찍었다. 아쉬움보다는 후련함이 더 큰, 뿌듯한 미소가 담긴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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