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미국의 대표적인 대중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그래미 어워즈가 다시 한번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렸다. 그간 그래미 어워즈가 보여준 행적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방탄소년단(BTS)의 본상 후보 제외다.

그래미는 23일(현지시간) 제64회 그래미 어워즈 후보 명단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는 올랐지만, 4대 본상인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베스트 뉴 아티스트' 부문엔 오르지 못했다.

이런 소식에 국내외 대중은 물론 현지 매체들 역시 깜짝 놀란 모양새다. 방탄소년단은 올해 버터(Butter)'로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 통산 10주 정상을 차지하는 대기록을 세운 바 있기 때문. 물론 그래미 어워즈가 차트 성적이나 음반 판매량 등 상업적인 성과에 초점을 맞추는 건 아니지만, 방탄소년단이 본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한 모습에 외신들은 입을 모아 "외외의 결과"라며 비(非) 백인 및 여성 가수들을 홀대하는 그래미 어워즈의 선정 기준을 비판했다.

LA타임스는 "방탄소년단이 올해 세 개의 1위 곡을 발매했고, 전 세계적인 팝 열풍을 이끌었음에도 그저 한 개 부문의 후보에 오르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고, AP통신은 "올해 SNS와 음악 차트를 휩쓴 몇몇 주요 곡들이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 부문에서 제외됐다. 특히나 놀라운 점은 방탄소년단의 '버터'가 제외됐다는 점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USA투데이는 "방탄소년단, 드레이크, 마일리 사이러스 등 팝 차트 1위에 오른 아티스트들이 주요 후보 지명에서 누락됐다. 방탄소년단이 한 개 부문에만, 그것도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만 이름을 올렸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적었으며, 버라이어티는 "방탄소년단이 이번에도 단 한 개 부문에만 노미네이트되는 모욕을 당했다"고 덧붙였다.


그래미 어워즈가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래미 어워즈는 매년 비 백인 및 여성 가수 홀대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지만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다. 이에 싫증을 느낀 위켄드, 드레이크, 카니예 웨스트, 저스틴 비버 등 미국의 대표 가수들이 이미 그래미 어워즈 보이콧 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래미 어워즈의 수상 후보를 투표해 결정하는 레코딩 아카데미의 회원 대부분이 백인으로 구성됐다는 점 역시 수년 전부터 논란이 됐던 사안이다. 이에 레코딩 아카데미는 올해 초 부랴부랴 여성, 흑인, 히스패닉, 라틴, 아시아인으로 구성된 2710명을 새로운 멤버로 받아들이긴 했지만, 전체 회원수는 1만2000명에 육박하기에 여전히 큰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여러 논란에도 그래미 어워즈는 여전히 미국을 대표하는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그 위상을 떨치고 있지만, 영원할 거란 보장은 없다. 일례로 78년 역사를 지닌 미국의 대표 영화 시상식 골든글로브가 올해 인종차별 논란으로 문제가 되며 존폐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래미 어워즈의 내년은 어떤 모습일지 시선이 모아진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그래미, 신정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