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멘토란 본디 제자가 옳은 길을 갈 수 있게끔 조언해 주는 역할을 해줘야 했지만 이들은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클루씨 뒤에 숨어 논란이 지나가기만 기다린 라치카는 '스걸파' 최악의 멘토로 남게 됐다.

엠넷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이하 '스걸파') 비매너 논란이 불거진 건 지난달 28일 5회가 방송된 직후. 이날 크루들은 3차 미션 'K팝 안무 창작 미션'에 임했다.

문제가 된 건 경연 룰이다. 상대 크루의 안무 일부를 수정 없이 반영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던 것. 경쟁 상대인 만큼 소화하기 어려운 안무를 구상해 상대 크루에 전달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안됐겠지만 클루씨의 경우 그 정도가 심했다. 크루 구성원 5명이 중구난방으로 춤을 추는가 하면 무대 가운데에서는 이른 바 '꽃게춤'이라 불린 프리즈 동작을 선보였기 때문. 아무리 상태팀이라곤 해도 함께 1부와 2부로 나뉘어 무대에 올랐야 했기에 자칫 잘못하면 무대 자체를 망칠 수 있는 노릇이었다.

결국 승리는 클루씨의 차지였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하게 뒤바뀌어 있었다. 팬들은 "상대팀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무대를 존중하지 않는 것 같다"며 이들의 태도를 지적했고, 본인들도 웃겼는지 창작한 안무를 보여주면서도 웃음을 터트리는 클루씨의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다른 마스터 크루들의 수장들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프라우드먼 모니카는 "우리가 경쟁하는 프로그램은 맞다. 하지만 누구의 발목을 잡고 올라가라는 건 아니다. 자기 실력으로 가야 하지 않냐. 누군가에게는 장난이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진지한 사투다. 목숨을 걸고 한다는 게 이런 느낌은 아닌 것 같다"고 일갈했고, 홀리뱅 허니제이는 "장난은 상대방이 장난으로 받아들였을 때가 장난인 거다. 하지만 이번엔 그러지 않았기에 문제가 된 것 같다"고 거들었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엠넷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해명 영상을 게재했다. 하지만 이미 돌아선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부족했다. 심지어 멘토 역할을 해야 하는 마스터 크루 라치카는 이 모든 걸 아이들의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4일 방송된 최종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클루씨는 "저희와 함께 무대 꾸며줬던 세 크루에게 감사하고 죄송하다. 지난 과정들을 통해 성장하고 반성할 수 있었다"고 사과한 반면, 라치카는 "클루씨 친구들이 육체적, 정신적으로도 버거웠을 수 있었을 텐데 끝까지 강인하게 달려와 준 것에 고맙고, 대견하다. 클루씨를 만나 행복했고 즐거웠다"고 그들을 응원하는 데 그쳤다.

"철없는 10대"라는 클루씨 김다은의 말처럼 '스걸파'에 출연하는 크루들은 모두 성숙하지 못한 학생들임이 분명하다. 이때 마스터 크루는 인생 선배이자 댄스계 선배로서 이들을 옳은 길로 인도해야 했다. 동선부터 각까지 테크니컬한 면을 중요시 여겼던 원트와 프라우드먼이나,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학생들의 멘탈을 우선시 한 YGX처럼 말이다. 하지만 라치카는 남을 밟고 올라서는 법부터 가르쳤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 댄서를 꿈꾸는 10대에겐 그야말로 최악의 멘토, 최악의 어른이 아닐 수 없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엠넷 '스걸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