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개콘', OOO 사단에서 벗어나야 산다 [TV공감]
2023. 01.27(금)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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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3년여 만에 부활을 검토 중이다. 제작, 출연진 등 구체적 청사진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정통 개그 프로그램의 씨가 마른 요즘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개콘'의 부활은 그 자체로 반가운 일이다.

27일 KBS 측은 "코미디 프로그램 부활 논의를 지속적으로 논의 해왔다"며 "구체적인 사항은 미정"이라고 밝혔다. 프로그램 명은 바뀔 수 있으나 스탠딩 코미디 형식의 개그쇼 편성을 논의 중이다.

실제로 복수의 방송 관계자에 따르면 KBS는 올해 여름 정통 개그 프로 편성을 적극 논의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관객을 초청하는 오픈 형식이 될지는 미정이지만 현재 거론되는 가제명은 '라스트 개콘'이다. 이 프로그램은 설 곳을 잃은 정통 개그의 명맥을 이을 수 있을까. 격변하는 예능 판도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진 '개콘'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1999년 7월 파일럿 '일요일 밤의 열기'로 시작된 '개콘'은 2020년 6월까지 21년 간 지상파 3사 코미디쇼 중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한 정통 코미디의 '자존심'이었다. 전성기는 2010년부터 중반까지로 시청률이 25%를 웃돌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버라이어티 예능의 공세에 밀려 점차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다.

3년 전 '개그콘서트' 폐지에는 여러 내홍이 뒤따랐다. 제작진과 출연진이 이견을 보이며 충돌했고, 일부 출연자들은 마지막 회가 방송된 후에도 종영 소감을 남기지 않을 정도로 폐지에 큰 거부감을 보였다. 별다른 공지 없이 문을 닫은 '개그콘서트'의 종영은 내리막길인 정통 개그의 입지를 의미했기에 더욱 초라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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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정통 개그가 힘을 잃은 건 아니다. 곧 500회를 맞이하는 tvN '코미디빅리그'('코빅')는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큰 고비 없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현재 쿠팡플레이를 통해 공개되고 있는 'SNL시즌3'는 대선주자부터 스타까지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찾는 쇼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코빅'과 'SNL3'는 버라이어티의 요소를 적절히 받아들이는 등 트렌드에 민감히 반응하며 진화를 거쳤고, 이러한 개방성 덕분에 수많은 개그 스타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박나래, 문세윤, 양세형, 양세찬, 장도연, 이용진, 황제성 등은 '코빅'에서 출발해 스타가 된 개그맨들이다. 샛별을 넘어 대세가 된 '주기자' 주현영은 SNL'이 만든 대표 멀티테이너다.

정통 개그 코드를 유지하면서도 대중의 사랑을 받는 '코빅', ' SNL' 시리즈는 사라진 '개콘'과 무엇이 다를까. OOO사단이 없다는 점이다.

3년여 전 '개콘'의 폐지는 급작스런 일이 아니었다. 당시 '개콘'을 주름 잡았던 김준호 사단은 프로그램의 공신인 동시에 핸디캡이었다. 제이디비엔터테인먼트 수장이자 개그맨인 김준호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만들어지는 '개콘'은 사단의 경계를 넘지 못하고 트랜드에 뒤쳐지기 시작했다. 김준호와 이대희 등을 따르는 후배들로 채워진 코너들이 수 년째 반복, 재생산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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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빅'과 'SNL' 시리즈가 기발한 아이디어나 신선한 캐릭터, 풍자 등으로 코미디계를 리드한 반면 '개콘'은 사단들의 자기 복제로 힘을 잃어 갔다. 사단으로 채워진 코너에서 출연자들은 제 소속사 선배를 놀리는 개그를 던지는 등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진 모습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단 중심의 인물만 무대에 오르다 보니 신예 발굴은 사실상 불가능한 시스템이 됐다는 점이다. 정통 개그쇼에서 대세 신인이 탄생하고, 그가 버라이어티에 진출해 주역 MC가 되는 예능계 패턴을 감안해보면 OOO 사단 중심의 캐스팅은 여러모로 방송사의 손해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개콘'이 '라스트 개콘'으로 부활해 대중의 사랑을 받고자 한다면, OOO 사단이 장악한 무대 만큼은 지양하길 바란다. 보다 많은 이에게 문을 열고 기회를 줘야 한다. 대중은 신선한 얼굴을 기다리고 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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