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현민 기자] 러시아 이종격투기 선수 에밀리야넨코 표도르와 한국배우 김보성이 출연한 영화 '영웅-샐러멘더의 비밀'이 곧 국내개봉된다.

국내에도 자주 찾아온 지한파 표도르는 수년전까지만 해도'60억분의 1의 사나이'로 불리며 세계에서 가장 강한 사나이로 군림했던 인물이다. 그는 활약하던 무대인 일본 프라이드에서 패배를 모르고 승승장구하며 얼음이란 별명을 얻으며 냉정한 파이터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그는 프라이드가 없어지자 설 무대를 못 찾고 방황하다 격투기계의 메이저리그인 미국 UFC로 진출했으나 2011년 강적이긴 하지만 이제는 노쇠해서 한 수 아래로 보이던 댄 헨더슨에게 무참하게 TKO로 패하며 완연하게 한물 간 모습을 보였다.

역시 일본 격투기 K-1의 대표 간판선수였던 최홍만은 전성기 때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는가 하면 가수활동을 병행했고 일본영화계로 진출해 '특명계장 타다노 히토시 최후의 극장판' '폭렬닌자 고에몬' '괴물군' '괴물군 극장판' 등에 출연했다.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더 프로텍터 2'라는 태국영화까지 있을 정도다.

추성훈(아케야마 요시히로)은 현재 SBS 생존예능 '정글의 법칙'에 출연중이다.

이들 뿐만 아니다. 격투기 선수들 중 다수가 영화에 진출했다. '네버 서렌드'에는 생 피에르, B J 펜, 퀸튼 잭슨, 히스 해링 등이, '데쓰 워리어'에는 라샤드, 자르딘, 생 피에르 등이, '쿵푸 프리즌'에는 밥 샵과 랜디 커투어가, '유니버셜 솔저 3'에는 안드레이 알롭스키가, '철권'에는 쿵 리와 로저 후에르타가, 'A특공대'에는 퀸튼 잭슨이 각각 출연했다. 특히 UFC의 전설로 불리는 랜디 커투어는 10여편의 영화에 출연한 어엿한 프로 영화배우다.

액션영화 제작자의 입장에서 볼 때 실력을 갖춘 유명 격투기 선수는 좋은 캐스팅감이다. 널리 알려진 격투기 선수가 영화에서 보여줄 액션에 대한 영화 팬이나 격투기 팬의 기대와 믿음은 일반 배우에 비해 클 것이고 그것은 흥행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격투기 선수는 액션이 보증수표인 반면 개런티는 유명 배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게다가 스타를 기용할 경우 따로 스턴트맨을 기용해야 하지만 격투기 선수의 경우 아주 위험한 장면이 아니라면 그냥 연기시켜도 무관하니 이래저래 이득이다.

하지만 격투기 선수들이 지금까지 출연한 대부분의 영화들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게 문제다. 이건 당사자들에게는 득보다 실이 크다. 어차피 격투기 선수라면 태생적 한계 때문에 액션 영화 아니면 용도가 거의 없다. 이런 핸디캡을 가진 이상 작품의 완성도가 보장돼야 배우로서 장기적인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문제다.

영화 제작자는 한탕주의식 사고로 선수의 지명도를 이용해 졸속제작하기 일쑤다.

게다가 격투기 선수는 영화 촬영 등의 외도를 계기로 선수로서의 실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나이를 먹어 체력이 떨어지고 기량이 뒤처져 새로운 직업으로 연예계를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외도를 하다보니 자연히 운동을 게을리 하게 돼 실력이 감소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외도와 실력의 반비례 법칙이 불변이라는 게 문제다.

한편으로 이해는 된다. 격투기 선수라는 직업이 험한 것은 맞다. 일년 내내 긴장한 상황에서 식사조절을 해야 하고 운동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며 경기장에서는 터지고 찢어지고 부러지기 일쑤다.

그에 비해 연예인은 말랑말랑하기 그지 없고 그만큼 돈도 쉽게 번다. 이건 상당히 매력적인 외도다.

하지만 적지 않은 연예계 관계자들이 격투기 선수의 지명도와 육체적 능력을 일회용으로 소비하고 금세 용도폐기하겠다는 마음가짐이란 것을 선수들은 분명하게 깨달아야 한다.

어차피 격투기라는 운동의 특성상 선수로서의 생명력은 그리 길지 않다. 30대 중후반을 넘어서면서 전성기는 사라지고 만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퇴직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연예계의 손짓은 그들에게 달콤한 유혹일 수 밖에 없지만 가창력 연기력 예능감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꼭두각시처럼 연출자의 지시에 놀아나다보면 어느새 위엄 있던 격투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추레한 연예 늦둥이 신인만 존재할 뿐이다.

표도르는 전성기 시절 한국을 자주 방문하며 의외로 순수하고 얌전한 모습을 보여 한국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 바 있다. 실제 일상에서도 자상한 딸바보 아빠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번 영화 '영웅-샐러멘더의 비밀'이 격투가 출신 훌륭한 영화배우의 탄생을 알릴지, 아니면 전성기를 지나 링에서 초라한 모습을 보인 한때의 영웅이 더욱 왜소해진 모습을 투영할지 눈치 빠른 영화팬들은 이미 다 안다.

[티브이데일리 조현민 기자 news@tvdaily.co.kr/사진=티브이데일리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