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이소담 기자] 배우 성동일이 체중 16kg을 감량하고 베테랑 에이전트로 변신했다. 그런데 그냥 야구선수가 아닌 고릴라를 영입한단다. 바로 영화 ‘미스터 고(감독 김용화, 제작 덱스터스튜디오)’ 이야기다.

영화 ‘미스터 고’는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과 그의 15세 매니저 소녀 웨이웨이(서교 분)가 한국 프로야구단에 입단해 슈퍼스타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홀로 전통 서커스단을 이끌던 웨이웨이가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남긴 빚을 갚기 위해 유일한 가족인 45세 고릴라 링링을 한국 프로야구에 입단시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국민 만화가 허영만 화백의 ‘제 7구단’을 원작으로 한국 최초 풀3D 및 아시아 최초 디지털 캐릭터 구현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성동일이 베테랑 에이전트 성충수 역으로 분해 영화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에 이어 김용화 감독과 세 번째 호흡을 맞춘다.

지난 12일 서울 삼청동 인근 카페에서 인터뷰를 위해 만난 성동일은 영화 속 모습과 같이 살이 많이 빠져 있었다. 영화 ‘국가대표’ 당시와 비교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에 성동일은 “요즘 옷 사 입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번에 구입한 옷들을 위해 계속해서 체중 유지 중이다”며 “밥은 3분의 1만 먹는다. 대신 술은 마음으로 먹고 있다”고 밝히며 웃었다.

김 감독의 제안으로 살을 빼기 시작한 성동일은 “매일같이 땀복을 입고 뛰었다. 촬영이 새벽에 끝나도 운동을 빼먹지 않았다. 내가 뛰고 있으면 김용화 감독이 현장 마무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그걸 보고 흐뭇해 하더라”며 16kg 감량 비법을 공개했다. 그의 변화에는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벌써 세 번째 김용화 감독과 호흡을 맞춘 성동일은 “집 나간 자식 찾듯이 2년 만에 김 감독에게서 연락이 왔다”며 “작품 아니면 연락을 안 하는 사람이라 느낌이 왔다. 들어보니 준비를 많이 했더라”고 말했다.

“진담 반 농담 반으로 가격대비 괜찮은 배우인데다 말을 잘 듣기 때문에 날 캐스팅 하는 것 같다. 김용화 감독과 살아온 인생이나 겪어왔던 힘든 부분들, 그리고 남을 배려하는 정도의 차이가 비슷하다. 작품을 두고도 캐릭터를 만들어놓고 캐스팅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날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더라. 그래서 이번 역할 이름도 ‘성동일’과 비슷한 ‘성충수’다.(웃음)”



김용화 감독은 성동일을 두고 페이소스를 가진 배우라 말했다. 여기에 사랑스러움도 가진 양면성 때문에 성동일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성동일은 ‘사랑스러움’이란 표현에 쑥쓰러운 듯 크게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김 감독은 성동일이란 배우의 장단점을 잘 안다. 내 연기 폭을 알고 단점을 장점으로, 장점은 더 큰 장점으로 만들어준다. 이번에도 내 안에 성충수가 있기 때문에 함께 하고자 했다고 하더라. 대신 사적으로는 일부러 약간의 거리감을 둔다. 작품 들어가면 일을 위해 술 한잔 정도 하는데 그 전엔 거의 만나질 않는다. 촬영 기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야 고생했으니 한잔 기울였을 정도다.

사랑스러운 배우 성동일. 그렇다면 그가 본 김용화 감독은 어떤 사람일까. 수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훔친 김 감독은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많은 사람이었다.

“김용화 감독은 정말 아기 같고 순수한 사람이다. 그가 만든 영화를 보면 대부분 사람 사는 이야기 아니냐. 현실적인 우리들의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내는 감독이다. 재밌는 게 슬픈 장면을 찍으면 본인이 감독인데 울고 있더라. 눈물이 많아서 조감독이 컷을 한다. 처음엔 어이가 없어서 보고만 있었는데, 나중엔 익숙해졌다. 김 감독이 울고 있으면 모두가 슬쩍 자리를 비켜준다. 그러면 10분 정도 혼자 울다가 다시 촬영을 재개하곤 한다. 심성 자체가 착한 사람이다.”

이에 성동일에게 17세 연하 여자 친구와 교제 중인 김용화 감독에게 조언을 해준 적 없느냐 물으니 그는 화들짝 놀라며 “내가 아내와 14살 차이가 난다. 우스갯소리로 입양했다고 말하는데 17살 연하는 대체 뭐라고 해야 하냐. 나보다 대단한 사람이 바로 옆에 있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여러모로 비슷한 구석이 많은 감독과 배우였다.

“김 감독이 지금껏 영화로 벌어들인 돈을 모두 투자했다고 하더라. 일단 돈을 떠나서 새로운 방식의 영화이기 때문에 그는 모든 걸 혼자 해내야 했다. 3D로 모든 촬영을 한 영화는 ‘미스터 고’가 국내 최초이기 때문에 자문을 구할 곳이나 참고할 것들이 없어 더 힘들었을 것이다. 전날 무대인사를 돌면서 김용화 감독을 보는데 많이 늙었더라.(웃음) 김용화 감독과 작업을 하면서 그에게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지 않았다. 난 그보다 모든 부분에 있어서 지식이 부족하니까. 뭘 알아야 대들 것 아닌가. 하하. 대신 김 감독은 철저한 사람이기 때문에 쉽게 덤비진 않았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성동일은 이번 영화를 위해서 모든 작품을 고시하고 오로지 ‘미스터 고’에만 매달렸다. 연습실을 빌려 매일같이 리허설을 하고 대본연습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동선 하나도 모두 짜여 진 각본대로 진행됐다. 그 흔한 애드리브 또한 성동일에게는 용납되지 않았다.

“한 작품만 하다 보니 사실 짜증도 났다. 그래서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바로 술을 먹는 거였다. 김용화 감독이 분량도 많고 기술적인 측면도 있기 때문에 ‘미스터 고’를 할 동안은 다른 작품을 안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우선 알겠다고는 하고 솔직히 시간이 되면 다른 작품을 함께 해도 되지 않을까 했는데 촬영에 들어가니 직전에 또 확인을 하더라. 그래서 약속을 지켰다.”



‘미스터 고’ 촬영 내내 성동일은 매일 밤 술자리를 가졌다. 매니저 방을 이른바 ‘술 마시는 방’으로 만들어 놓고 매니저와 함께 다른 한 방을 썼다. 그가 술을 좋아하는 것도 이유였지만, 매일같이 이어진 술자리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배려였다.

“난 영화에서 이름이라도 제일 먼저 올라가는 사람 아닌가. 스태프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그들을 위로하려고 매일 한 팀 씩 불러서 술을 마시며 삼겹살을 구워 먹였다. 고생한다며 고맙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배우는 대접받는 직업이다. 하지만 촬영 현장은 혼자 해서는 돌아갈 수 없다. 내가 대접받는 만큼 나도 그들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었다. 술값으로 많이 써봐야 내가 받는 출연료의 10분의1 정도다. 이 모든 것들이 재투자라고 생각한다. 술 한잔 하면서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도 알고 싶었다. 매니저가 나중엔 고깃집 사장처럼 매일같이 삼겹살을 준비했다. 평균 4근이었다. 촬영이 새벽에 끝나면 종료 한 시간 전엔 술 마시고 싶은 사람들이 옆에 와서 서 있기도 했다.(웃음)”

성동일에게 고릴라 링링과 술을 마시는 장면에서 실제 막걸리를 마셨다고 들었다 언급하자 그는 “촬영은 그렇지 않다”며 “취하도록 계속 마시진 않았다. 술을 마시면 이번 영화는 찍을 수가 없다. 실체 없는 고릴라와 연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모든 포인트가 다 맞아야했다. 조금만 어긋나도 포커스가 나가버린다. 철저하게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안 되는 작업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번 영화를 함께 한 서교가 술을 많이 마시는 성동일이지만 연기 할 때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며 놀라움을 표한 이유가 있었다. 성동일의 프로의식은 대단했다.

이와 함께 성동일은 웨이웨이 역을 맡아 고릴라 링링의 조련사로 변신한 중국 배우 서교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자신의 아이큐 2.5배를 가진 배우라며 중국에서 온 소녀 배우 칭찬에 여념이 없었다.

“장점이 많은 배우다. 정말 대단하다. 연습실에서 연극 하듯이 연습을 한 후 8개월 뒤에 촬영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때의 감정을 기억하고 연기하더라. 또 연습 당시와 실제 촬영할 때 달라진 부분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왜 바뀐 건지 이야기 할 정도였다. 난 어제 했던 것도 잊곤 하는데 말이다.”

내내 김용화 감독과 이번 영화를 함께 한 스태프, 그리고 배우들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은 성동일은 이례적으로 영화 홍보 인터뷰에까지 나서며 팔을 걷어붙였다. 거기에는 지난 4년간 그들이 흘린 땀방울을 알아주길 원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스터 고’에 내 돈을 투자한 건 하나도 없다. 지금까지 했던 영화들도 마찬가지다.(웃음) 사실 러닝개런티는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보너스에 의존하고 있다. 오히려 보너스가 더 나을 수 있다. 영화 관객수나 공약을 묻는데 1000만 영화 만들기가 로또 1등 당첨보다 어렵다. 로또는 매주 1등이 나오지 않나. 사실 마음으론 정말 잘 되길 바라는데 매번 작품 관객수를 예상했다가 다 틀렸다. 하하. 확실한 건 100만 명은 넘는다는 거다.”



[티브이데일리 이소담 기자 news@tvdaily.co.kr/사진=방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