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항상 사람을 묘하게 만든다. 데뷔 10년을 맞은 관록의 그룹 슈퍼주니어 역시 '슈퍼쇼6'를 끝으로 잠시 휴식기를 갖는 만큼 "마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이날 무대에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역대급 공연을 만들어냈다.

슈퍼주니어가 지난해 9월 선보인 단독 콘서트의 앙코르 공연 슈퍼주니어 월드투어 '슈퍼쇼6' 앙코르가 12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진행됐다.

11, 12일 양일간 2만 명을 동원한 슈퍼주니어는 무려 4시간 동안 오는 16일 발매되는 스페셜 앨범에 수록된 타이틀 곡 '데빌(Devil)'을 비롯한 총 29곡의 무대로 팬들을 매료시켰다.

'트윈스(Twins)'로 공연의 포문을 연 슈퍼주니어는 '미인아' '쏘리, 쏘리(Sorry, Sorry)' '유(U)' '춤을 춘다' '그녀는 위험해' '미스터 심플(Mr. Simple)' '투 매니 뷰티풀 걸스(Too Many Beautiful Girls)' '너로부터' 등 수많은 히트곡 퍼레이드를 이어나갔다. 특히 멤버들은 여성 댄서와 농염한 키스 퍼포먼스를 하는가 하면 몇몇 멤버들은 상의를 탈의한 채 탄탄한 근육을 그대로 드러내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멤버들의 솔로 무대도 볼거리였다. 희철은 '쏘리 쏘리' 무대 중 솔로 드럼 연주를, 은혁은 랩 & 댄스 퍼포먼스로 공연장을 달궜고 슈퍼주니어의 보컬라인인 예성은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OST '먹지', 려욱은 김범수의 '끝사랑'으로 감미로운 목소리를 유감없이 뽐냈다. 여기에 시원은 영화 '비긴 어게인'의 OST '로스트 스타즈(Lost Stars)', 강인은 나얼의 '같은 시간 속의 너', 이특은 허각의 '헬로(Hello)' 등 다소 고난이도로 꼽히는 곡들을 차례로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따로 또 같이' 활동해온 슈퍼주니어는 유닛과 솔로 곡으로 다채로운 무대를 꾸며 콘서트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슈퍼주니어-K.R.Y.는 일본 콘서트에서 선보인 신곡인 '도로시(Dorothy)' 무대로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냈고 '음원깡패'라고 자신을 소개한 규현은 '광화문에서'로 무대 양끝을 휘저으며 깜짝 놀랄만한 가창력을 과시했다. 또한 슈퍼주니어-D&E는 '너는 나만큼', 슈퍼주니어-M은 '스윙(SWING)' '에이-오(A-Oh)' 무대를 꾸민 데 이어 헨리가 '배드 걸(Bad Girl)', 조미가 '리와인드(Rewind)' 솔로로 팬들과 함께 호흡했다.

그동안 '슈퍼쇼'서 다양한 분장을 해 웃음을 줬던 슈퍼주니어는 이날도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멤버들은 인어공주, 피터팬, 해녀, 해양구조대원, 야자수 등 여름 분위기가 물씬 나는 분장을 한 채 2층 객석 바로 앞을 지나가며 팬들을 가까이서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슈퍼주니어는 데뷔 10주년을 맞은 만큼 '차근차근' '디스코 드라이브(Disco Drive)' '댄싱 아웃(Dancing Out)' '원더 보이(Wonder Boy)' 메들리로 자신들이 걸어온 시간을 회상하며 팬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신곡은 총 4곡이 공개됐다. 에피톤 프로젝트와의 콜라보레이션 트랙인 '별이 뜬다'는 10년의 시간을 돌아보며 느낀 감동을 담은 곡이며 동해가 작사 작곡에 참여한 '돈 웨이크 미 업(Don't Wake Me Up)'은 슈퍼주니어-D&E의 트랙으로 사랑에 빠진 행복함에서 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가사가 인상적인 브리티시 팝 록 기반의 업템포 곡이다.

스테레오타입스와 켄지가 합작한 트렌디한 멜로디의 댄스곡 '데빌'은 지독한 사랑에 빠진 남자의 솔직한 고백을 가사로 녹여낸 곡으로 슈퍼주니어 특유의 중독적인 사운드와 재기발랄한 안무가 눈길을 끌었다. 이특은 "'쏘리 쏘리'가 슈퍼주니어의 대표곡이었는데 '데빌'이 '쏘리 쏘리'를 뛰어넘을 거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2008년부터 시작된 '슈퍼쇼'는 그동안 서울, 도쿄, 베이징, 상하이, 방콕, 파리, 런던, 멕시코시티, 산티아고 등 아시아는 물론 유럽, 중남미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총 120회 공연, 약 180만 명의 누적 관객수 동원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글로벌 흥행 콘서트다. 오랜 기간동안 이어진 만큼 강인 희철 이특 예성이 차례로 군대에 다녀왔고 성민 신동이 현재 군복무 중이며 동해가 의무경찰로 입대를 앞두고 있다.

서로의 빈자리를 메우며 7년을 이어온 '슈퍼쇼'는 이날 콘서트를 끝으로 당분간 잠정 중단되기에 멤버들과 팬들 모두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마마시타(MAMACITA)'로 앙코르 무대를 시작한 슈퍼주니어는 '이제 겨우 10년' '평생 곁에 있을게'라는 슬로건을 든 팬들의 이벤트가 있었던 '너로부터' 무대 후 너나할 것 없이 눈물을 터뜨리며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동해는 "영상보니까 10년간 쉼없이 달려왔고 여러분들이 꿋꿋이 있어줘서 이렇게 오늘도 공연할 수 있었다. 정말 기쁘고 또 금방 만날 수 있으니까, 시간 금방 가니까"라며 "이곳이 많이 그리울 거 같다. 이 무대에 잘 있으라고 인사하고 싶다"면서 무대 바닥에 손키스를 했다.

강인은 "마지막이라고 해서 영영 이별하는 것처럼 하는데 처음 겪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멋있게 다녀오라고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아직 날이 남아 있으니까 슬픈 엔딩이 아니길 바란다", 시원은 "저도 그렇고 '슈퍼쇼1'부터 지금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했는데 잠정적으로 이별이라 생각하니까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누군가 나에게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냐고 물으면 여러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순간이다. 그동안 눈물을 안 보였었는데 아쉬움을 간직한 채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려욱은 "저희는 ('슈퍼쇼'를) 계속 할 거다. 보면 막내라인들은 많이 안 울지 않느냐. 형들이 팬분들을 믿고 본인을 믿는 것처럼 동생들도 믿어줬으면 좋겠다"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규현은 "사랑하는 형들이 다녀오고 조금 더 지나면 저도 간다. 제가 계산해보니 계획으로는 저는 2018년 정도에나 '슈퍼쇼'에 다시 올 거 같다. 마치 내일은 없을 것처럼 열심히 했는데 마음이 잘 전달됐을지 모르겠지만 행복했다"고 말했다.

예성은 "저는 돌아오자마자 또 멈추게 돼서 6년 못하게 되는 건데 어떡하느냐. 84년도에 태어났는데. 아쉽지만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 이 순간이 끝이 아니고 슬픔이 아니다"고 했고 희철은 소감을 말하기 전 펑펑 눈물을 쏟았다. 그는 "이거 내 캐릭터 아냐"라면서도 "공연을 못하는 게 슬픈 게 아니다. 제가 춤을 워낙 못 추는데 다리 부러지고 더 못 추는데 은혁이 뒤에서 배려해줬고 시원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제 편이라고 해줬고 누구도 저한테 잔소리 못할 때 동해가 유일하게 잔소리해줬다. 제가 (군대)갈 땐 아무렇지 않았는데 정말 보고싶을 거 같다"라며 울컥했다.

은혁은 "제가 '슈퍼쇼' 100회 대 너무 많이 울어서 이제 울면 안 되겠다 했는데 아까 노래부를 때 살짝 나더라. 제가 메인멤버다보니 제가 빠진 '슈퍼쇼'는 상상할 수가 없는데 잠깐의 안녕을 하고 다녀오겠다"고 너스레를 떤 뒤 "어느 팬클럽보다도 엘프는 많은 고무신을 신고 있다. 몇 짝째 신고 계신 분도 있는데 다 갔다오면 예쁜 신발 갈아신겨드리겠다"고 달랬고 이특은 멤버들을 향해 "얘들이 왜 이렇게 좋죠?"라며 "남녀 관계도 10년 가는 게 어려운데 우리끼리 싸울 때도 많았지만 정말 좋다. 앞으로 20년, 30년 허리가 굽을 때까지 같이 할 거고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관리하고 있다. 항상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쏟아붓는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슈퍼주니어는 동해가 작사 작곡에, 은혁이 작사에 참여해 팀 원 사운드(Team One Sound)와 함께 만든 '올라잇(Alright)'으로 장장 240분간 이어진 공연을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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