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배우 권율이 '싸우자 귀신아'를 통해 또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연기 스펙트럼을 넓힌 것은 물론, 대중에게 '권율'이라는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킨 그다.

지난달 30일 밤 종영된 케이블TV tvN 월화드라마 '싸우자 귀신아'(극본 이대일·연출 박준화)는 귀신을 보는 능력을 떼기 위해 귀신을 때려잡아 돈을 버는 허당 퇴마사 박봉팔(옥택연)과 수능을 못 치른 한으로 귀신이 된 여고생 김현지(김소현)가 동고동락하며 함께 귀신을 쫓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누적 조회수 7억 뷰를 기록하며 수많은 마니아를 보유한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권율은 극 중 악귀에 씌인 채 악행을 저지르는 주혜성 역을 맡아 연기했다.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 '한 번 더 해피엔딩'을 통해 부드러운 이미지로 여심을 사로잡았던 권율에게 '싸우자 귀신아'는 큰 도전이었다. 주혜성이 앞선 캐릭터들과 정반대의 결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율이 '싸우자 귀신아'에 흔쾌히 출연하게 된 이유에는 박준화 감독의 영향이 컸다. 두 사람은 '식샤를 합시다2'로 이미 한 번 호흡을 맞춘 사이. 당시 박준화 감독의 연출력과 성품에 반했다던 권율은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지만, 그를 믿고 '싸우자 귀신아'에 출연하게 됐다고 했다.

극 중 주혜성은 겉으로는 훈남에 온화한 성품을 지닌 수의학과 교수이지만, 본성은 스스럼없이 살인을 할 정도로 악한 면모를 지닌 인물이다. 극과 극을 오가는 이중적인 면모의 주혜성을 연기하기란 쉽지만은 않았을 터. 이에 권율은 촬영 기간 내내 박준화 감독과 끝없는 대화를 통해 주혜성이라는 캐릭터를 잡아나갔다고.

"감독님이 '턱을 당겨서 위를 봐줬으면 좋겠다' '눈에 힘을 뺐으면 좋겠다'는 등의 디렉팅을 주시고, 저는 그걸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죠."

권율은 박준화 감독의 디렉팅 때문에 주혜성이라는 캐릭터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율은 박준화 감독이 차기작 출연 제안을 한다면 "어떤 역할이라도 OK"라며, 박준화 감독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박준화 감독의 디렉팅이 훌륭했다고 해도, 그걸 표현해내는 배우의 연기력이 부족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연출력 좋기로 소문난 감독의 작품에서 몇몇 배우들이 연기력 논란을 일으키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권율은 자신의 연기 내공을 모두 쏟아부으며 박준화 감독의 디렉팅을 최대한 살려 극에 녹여냈다.

'수의학과 주혜성'일 때는 한없이 온화한 모습을, '악귀에 씐 주혜성'일 때는 섬뜩하리만치 잔인한 모습을 표현한 것. 특히 권율은 '악귀에 씐 주혜성'을 연기할 때 냉혈한처럼 보이려고 노력했다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한테 낯선 악귀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최대한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인물로 표현하려고 했죠. 악귀는 인간이 아니니까. 주혜성의 눈빛은 굉장히 차가운 눈빛으로 유지하려고 노력했어요."

또한 권율은 차가운 눈빛을 위해 동공을 최대한 움직이지 않는 등 연기적인 디테일에 심혈을 기울이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탄생된 권율 표 주혜성은 시청자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 정도로, '싸우자 귀신아'의 미스터리와 공포의 큰 축을 이뤘다. 잔혹한 본색이 그의 선한 얼굴과 대비되며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냈다.

하지만 주혜성은 '과거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악귀에 잠식되면서 악행을 저지르게 된다'는 설정 때문에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의 최성재(임주환) 캐릭터와 자주 비교되기도 했다. 이에 권율은 "사실 '오 나의 귀신님'이 방송될 때 제가 영화를 찍고 있어서 드라마를 보지 못 했어요. 비슷한 역할이 있다고 듣기는 했어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권율은 "하지만 저는 제 거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스토리 라인이나 극 중 포지션은 비슷할 수 있지만, 주혜성과 최성재 사이에는 차이점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인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을 전했다.



권율은 '싸우자 귀신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주혜성과 명철 스님(김상호)이 장례식장 지하 주차장에서 맞붙는 신을 꼽았다. 해당 장면에서 주혜성은 명철 스님에게 자신이 악귀이며, 자신의 일을 방해할 시 박봉팔을 죽이겠다고 협박해 극도의 공포감을 조성했다. 이에 대해 권율은 "주혜성이 처음으로 자신이 악귀임을 입으로 내뱉는 신이라서 그런 것도 있고, 김상호 선배님이 주는 임팩트가 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권율은 촬영했을 때보다, 방송으로 봤을 때 결과물이 더 잘 나온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고 했다.

퇴마를 주 소재로 한 '싸우자 귀신아'였기에 극 중 액션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 여름에 촬영이 진행된 터라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권율은 "저는 너무 재밌었어요"라고 말하며 아이처럼 웃어 보였다. "액션 신을 촬영하면서 숨이 차고 땀이 나는데, 저는 굉장히 희열을 느꼈던 것 같아요"라던 권율은 "무술 팀이 워낙 액션 신 콘티들을 짜임새 있게 짜서, 다치는 사람 없이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라고 했다.

하지만 권율은 15회 주혜성과 박봉팔, 명철 스님의 최후의 대결 장면을 촬영했을 때만큼은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이에 권율은 "폐수 처리장 지하에서 찍었는데, 굉장히 더웠어요. 그곳에서만 거의 12시간 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라면서 "또 작품의 클라이맥스고 엔딩 부분에 해당하는 장면인 만큼 고도의 집중력을 가지고 촬영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정말 너무 힘들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극 중 주혜성에 빙의된 악귀는 박봉팔로 인해 퇴마 됐다. 이에 주혜성은 그동안 저질렀던 악행을 모두 자백한 뒤 죗값을 치르는 것으로 엔딩을 맞았다. 이 같은 결말에 대해 권율은 만족한다면서 "주혜성으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싸우자 귀신아'는 저에 대한 이미지를 확장시킬 수 있었던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로맨스를 주로 하다가, 저렇게 악한 역할도 곧잘 할 수 있는 배우구나'라는 가능성을 보여준 시작점이 되는 작품이에요. 연기적인 새로운 시도들도 해봤던 작품이기도 하고요." 또한 권율은 '싸우자 귀신아'를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 "주혜성이라는 캐릭터가 악행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지와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권율이라는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싸우자 귀신아'를 끝낸 권율의 다음 계획은 무엇일까. 이에 권율은 조금은 신중하게 차기작을 선택하고 싶다고 했다. 해보지 않았던 것에 대한 호기심과 갈망이 있다는 권율은 "저한테 버겁고, 제가 도전할 수 있는 작품을 찾고 싶어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가지 이미지에 고착되는 것을 피하고 싶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대중들로부터) 아쉽다는 평을 들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배우로 살아가는 데 있어 자양분이 될 거라는 생각하면서, (그런 평들을) 의식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해 보고 싶어요."

이어 권율은 배우로서 좋은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돼서, 재능이 있지만 여러 사정들로 인해 재능을 펼치지 못 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나름의 목표를 전했다. 성공하고자 하는 이유를 개인이 아닌 타인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이 배우를 누구보다도 응원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힌 권율. 하지만 권율은 아직 대중에게 보여줄 게 많이 남았다고 했다. 흔히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이미지 변신에 능한 배우들에게 '천의 얼굴'을 지녔다고 말한다. 한 번의 변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또 다른 변신을 준비하고 있는 권율 역시 '천의 얼굴'이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 그가 또 어떤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타날지 기대되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정영우 기자]